글 수 175
등록일

2015.03.28

pkblog_body_dnjs.jpg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플렛처 교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상, 편집상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권한 이 영화를 두고 SNS 상에서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예를 들면 ‘학생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플렛처 교수의 교육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교육학적 접근, ‘음악의 가치는 속도(영화 속에 나오는 더블 타임 스윙 주법을 의미)에 있지 않으며 연주자는 기능인이 아니다’라는 음악학적 접근, ‘두 돌아이(?)의 만남은 어떤 SF 영화보다도 스릴 넘친다’라는 정신분석학적 접근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 가장 필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감상평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도 저들처럼 어느 하나에 미치도록 몰두해 본 적이 있었던가?”

whiplash_100814_1600.jpg


앤드류는 드럼을 연주하다가 손에서 피가 흐르면 얼음물에 손을 담가 그 찢어지는 고통을 달래가며 다시 스틱을 잡고, 최고의 밴드에서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하며, 가족의 치부까지 들먹이며 폭언을 쏟아내는 플렛처 교수에게 인정받기 위해 교통사고의 부상으로 피를 흘리면서까지 무대에 오른다. 광기 어린 두 주인공의 행보를 보면서 관객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러닝타임이 흐를수록 점점 본인 역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하여 그토록 갈망했고 노력했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요즘 초중고생들의 희망 직업 1순위가 연예인이란다. 보기에는 화려할지 몰라도 그 실상은 그리 화려하지만은 않다는 것쯤은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알 수 있는데도 그렇단다. 1명의 스타가 탄생하려면 1만 명의 탈락자가 있다는데도 그렇단다. 필자가 만나는 많은 연예인 지망생, 정확히는 가수 지망생들은 정작 본인의 꿈은 연예인이 아니라 음악인이란다. 백보 양보해서 훌륭한 음악인이 되면 어찌할 건지 물어보면,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효도를 하겠단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들어진 사회 구조 때문인지 의사, 변호사도 먹고살기 힘들어진 세상이 되어서인지 신분 상승의 방법으로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다. 그럴 땐,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라고 진심으로 충고하기도 한다. 범인(凡人) 중에서 살짝 돋보이는 작은 재능이나 미모로, 날고 기는 프로 세계에서 버틴다는 건 어림없는 일이다. 

가수 이전에, 대학에서 실용음악 보컬 전공으로 공부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수년간 입학심사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의 어느 대학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의 경쟁률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다. 2015년 대학 입학시험에서 6명을 선발하는 수시모집에 응시한 인원은 자그마치 1175명이었고 이들을 심사하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수년 동안 피 나는 노력 끝에 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은 또다시 수년 동안 연습실 피아노 앞에서, 녹음실 마이크 앞에서 최고가 되기 위하여 땀을 흘린다. 아마도 수백 시간, 수천 시간을 노래 연습에 쏟아부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은 ‘오디션’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한다. 오디션은 이들에게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다. 변호사를 꿈꾸는 사람에게 사법고시와도 같고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선거와도 같은 의미이다.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이 산을 넘은 자들은 신분상승을 이루게 된다. 물론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좋은 것들을 포기하고 연습벌레가 되어서 살았던 그 삶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오디션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오디션에 반드시 통과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좋은 것들을 포기하고 연습에 매진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절대 포기 못하는 신분 상승이 있다. 썩을 것이 썩지 아니함을 입고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는 신분 상승이다(고전15:53). 이 비현실적이며 역대 최고의 신분 상승에 성공하려면 거쳐야 하는 오디션이 있으니 보좌 앞 생명책 앞에서 이루어지는 단판 승부의 오디션이다(계20:12). 우리는 이 오디션에 통과하기 위하여 오늘도 연습에 매진한다. 크리스천으로서의 삶을 사는 연습이다. 이 연습을 하려면 많은 좋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썩어가는 나무 사이에 맨손으로 역청을 발라가던 노아처럼, 아들에게 칼을 겨눴던 아브라함처럼, 전 재산을 날려도 신앙을 버리지 않았던 욥처럼, 모든 특권을 버리고 천막을 꿰매는 삶을 택한 바울처럼 말이다. 

플렛처에게 인정받기 위해 손에 피가 나도록 드럼을 두들긴 앤드류처럼, 나도 하나님께 인정받기 위해 내게 다가올 인생 최후의 오디션을 충실히 준비해야겠다.
 

essay08.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5

#15. 신앙의 건강을 위한 균형 있는 식단 _ 김태훈 file

건강식품 유통업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평소와 달리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업계가 비상이라고 한다. 5월은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어 통상 일 년 중 건강식품의 판매가 가장 활발해야 하는 시점인데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2015-05-23 466
14

#14. 뒤에서 들리는 스승의 목소리 _ 홍봉준 file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로부터 시작해서 부모와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성장과 가르침에 관련된 날들이다. 그중에서 스승의 날은 그 의미와 가치가 많이 퇴색했지만, 그래도 스승은 변치 않는 우리 ...

 
2015-05-16 646
13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543
12

#12.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서기 _ 홍미례 file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

 
2015-05-02 597
11

#11. 동행(同行),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_ 송현석 file

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2015-04-25 1229
10

#10. 분노 조절 장애 _ 지근욱 file

욱! 하는 성격 종종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나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는다. 특정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하면 버럭 화를 낸다. ‘아차!’하지만, 이미 주변 상황은 불편해져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노하기를 더디 하라...

 
2015-04-18 1099
9

#09. 게으른 파수꾼, 추억의 발걸음을 걷다 _ 송인호 file

길을 나서볼 때입니다. 어느덧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충전이 잘 된 LED 랜턴과 손에 달라붙는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말입니다. 첫 행선지는 내 맘대로 정한 순서대로 예전 회계실 건물입니다. 손전등을 비춰가며 ...

 
2015-04-04 746
»

#08. 인생 최후의 오디션 _ 원재웅 file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플렛처 교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상, 편집상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

 
2015-03-28 823
7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2015-03-21 714
6

#06. 거짓말 그리고 봄 _ 강명선 file

겨울이 가는구나. 봄방학 말미에 그녀를 만나러 경복궁역을 향해 간다. 나와 함께 이곳 평강제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그녀를 이제 교회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그녀가 나를 부르면 내가 간다. 늘 내 가방에는 머뭇머...

 
2015-03-14 753
5

#05. 사순절을 지키는 두 가지 모습 _ 홍봉준 file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40일 금식을 기념하기 위해 니케아 공의회(A.D. 325)에서 결정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고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킨 반면에 서...

 
2015-03-13 696
4

#04. 두 배 _ 최주영 file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재산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식이 지금보다 ‘두 배’로 속을 썩인다면 어떨까? 부모 중 열에 아홉은 더 이상 살 의미가 없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낫...

 
2015-03-13 576
3

#03. 슬픔의 절정에 춤을 준비하는 사람들 _ 홍미례 file

시30:11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생애 처음으로 맞이한 죽음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네 살짜리 여자아이의 죽음이었다. 내 친구의 막내 동생이기도 했던 아이는 유...

 
2015-03-13 644
2

#02.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그 매력적 오답의 치명적 유혹 _ 송현석 file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합리적 의사 결정, 민주적 절차,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학문적 근거 제시, ... ” 말은 한참 어려워도 결국은 우리네 삶의 기준이 되고 많은 학문적 접근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들이다. 이...

 
2015-03-13 729
1

#01. 금순이를 찾아서 _ 지근욱 file

두 배는 최대한 많이 실으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한 배는 자유와 생명의 땅에 도착했고, 다른 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세월호 이야기다. 먼저 1950년 12월 흥남 부두로 가 보자. 6.25...

 
2015-03-12 614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