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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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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마다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들었던 회 차 중에 흥미로운 미션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미션이었다. 의외로 우리는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조차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된 미션이었다. 그래서 라디오 DJ들을 포함한 청취자들이 자신의 주위에 가장 생각나는 사람에게 ‘사랑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느꼈던 사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저 듣고만 있었다.
 

또 어느 날은 욥기를 읽고 있었다. 욥기 초반에, 특히 3장을 보면 욥이 탄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심정을 묘사하는 구절들이 이어서 나오는데, 그 구절들을 보고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의 난 날이 멸망하였더라면, 남아를 배었다 하던 그 밤도 그러하였었더라면, 그 밤이 적막하였었더라면, 그 가운데서 즐거운 소리가 일어나지 말았었더라면’ 이런 식의 묘사가 이어지는데, 탄식을 묘사한 이 문장들이 때때로 우리가 슬픔에 잠길 때의 심정을 표현한 것 같아서 괜히 위로가 되면서도 깊은 절망 속, 누군가에게 탄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나는 이번에도 그저 생각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생활하는 곳이 바뀌고, 환경이 변해가며 계속 드는 생각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표현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좋으면 좋다고 해야 하고 싫으면 싫다고 해야 한다. 일에서든 사람관계에서든 표현은 어쨌든 중요하다. 그러나 내 주위 사람들만 봐도 ‘사랑해’라거나 ‘힘들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표현을 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나에게 그만큼 표현을 해주지 않으면, 결국에는 스스로 마음을 접고 뒤돌아 걷게 되는데, 나를 실제로 좋아하든 아니든 말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꽤나 외롭고 고통스러워서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겠노라 다시 다짐하게 된다.


마음을 스스로 접고 돌아가는 행동이 누군가는 도망가는 것,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끔 주위에서 하나님을 잠시 떠났던 그 시간이 죄송해서 기도하기가 두렵다, 의지하기 죄송하다는 말들을 듣는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때로는 나조차도 그럴 때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만난 하나님은, 내가 죄송하고 두려워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그럴 때에 더 적극적으로 기도하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을 더 기쁘게 여기시는 것 같다.


사람보다도 하나님께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는, 하나님께 위로를 구하고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그 무엇보다 ‘용기’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아직은 내가 상처 받을까 두려워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잘 못하고 힘들다는 말도 하기 꺼려하는 사람이다. 그럴 때에 조금 조금 더 하나님께 한 가지씩 톡톡 털어놓는 사람이 되겠다고 오늘도 우선, 생각부터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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