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01
배우인생 어느덧 40년. 1969년 KBS 탤런트 공채 8기, 1970년 국립극단 5기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대중들에게는 드라마 <태조 왕건>의 ‘파달’로 뇌리에 남아있고 연극계에서는 <흔적>,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메시지 강한 연극에서 무르익은 연기력을 과시해 온 연기파 배우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평강제일교회 성도들에게 ‘기정수’라는 이름 석 자는 더 특별하고 더 강렬하다. 영혼 깊은데서 끄집어내져 발끝부터 골수를 관통하며 뿜어져 나오는듯한 “일어나라 함께 가자”의 외침을 듣고 있노라면 겟세마네 동산에 홀로 서계신 예수님의 외로운 결단, 제자들에 대한 연민, 인류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눈물이 2천년의 시공을 가로질러 재현되는 듯한 전율이 느껴진다.
2008년 6월 8일. 배우 기정수, 장로 기정수를 만났다.
평강제일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건 언제인가요
1988년 5월 8일입니다.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시는군요
교회 처음 나온 날과 장로로 장립 받은 날(1994.12.29)은 제 성경책에 써놓았습니다. 더군다나 그 날이 어버이날이었고 출석 첫 날 원로목사님으로부터 받은 감동이랄까 충격이랄까 그런 게 있어서 잊을 수가 없죠.
어떤 감동이었나요
평강제일교회 나오기 전에도 다른 교회를 잠깐씩은 여러 군데 다녀봤습니다. 보통은 목사님들이 처음 만나면 기도 많이 하시라고 하거나 은혜 받으라고 하거나 점잖은 말씀들만 하시잖아요. 그런데 원로목사님께서는 대뜸 ‘잘 왔다. 나하고 일 좀 하자’ 그러시더라구요. 그 말씀을 듣는데 이상하게 친근감이 생기면서 ‘야, 이 분 참 대단하다“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설교의 80%는 못 알아들었습니다. 기침 소리만 기억나요. 그런데 ’내가 배우인데 남의 대사를 못 알아듣다니 말이 되나. 알아들을 때까지 한번 나와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계속 나오게 된 거죠.
지금은 다 알아들으십니까
처음에 주위에서 “성경공부를 해야 한다”고들 말씀하시는데 잘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성경을 그냥 읽으면 그게 공부지 무슨 성경공부를 또 하나 싶었어요. 그러다가 김은정 전도사님,홍순분 전도사님에게 성경공부를 하게 됐죠. 성경공부를 하다 보니까 설교 말씀이 ‘들리기’ 시작하더라구요. ‘아하, 이런 뜻으로 말씀하시는 거구나’ ... 성경공부를 하라는 게 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 뜻을 알아들으라는 의미라는 걸 알았죠. 한 1,2년 지나니까 말씀의 가치, 맥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원로목사님이 신앙 정착에 많은 영향을 주셨나요
결정적으로 큰 영향을 주셨죠. 밥도 사 주시고 여러 가지 충고나 조언도 해주시는데 한참 지켜보다 보니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각자에게 맞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원로목사님을 통해서 신앙생활이 바로 서게 됐고 그러면서 하나님의 말씀의 본질도 조금씩 알게 됐던 것 같아요.
‘말씀의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순종’이라고 봅니다
순종의 체험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순종했더니 아이들이 믿음 안에서 잘 자랐습니다. 주제 넘게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구요.
순종하기 어려웠던 때는 없었습니까
수도 없이 많죠. 조금씩 조금씩 일부러 하나님이 나를 삐치게 만드시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나님이 찾아주시고 말씀해 주시고 그랬어요.
평강제일교회 와서 제일 인상적인 건 어떤 것이었습니까
여자 성도들이 그렇게 예쁘더라구요. 활기차구요.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성도들이 갖는 자신감과 당당함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교회 성도들한테는 뭔가 밝고 맑고 깨끗하고 당당한 그런 게 있어요.
그 다음엔 당시 설악산 여호와 이레 수양관에서 여름 수련회를 한다고 가 보자고 해서 갔어요. 수양관에 도착해 보니 건물 하나 없이 허허 벌판인 거에요. 여기서 도대체 수천 명이 어떻게 먹고 자나 싶었죠. 그런데 20분이 채 안 지났는데 밥 다 됐다고 와서 밥 먹으라고 해요. 그 사이에 벌써 수천 명의 텐트가 다 쳐져 있고... 이건 군인들처럼 훈련을 받아야 가능한 상황인데, 이렇게 하는 걸 보면 이 성도들이 어떤 식으로건 신앙적인 훈련이 돼 있는 분들이구나 싶더라구요. 이런 것들부터 조심스럽게 접근하기 시작하면서 ‘이 교회에는 뭔가 있구나’ 했죠.
그렇게 시작한 신앙생활이 20년 되셨는데 제일 큰 변화는 어떤 건가요.
역시 아이들입니다. 제가 딸 하나, 아들 하나 있는데 두 아이 모두 믿음 안에서 성장하고 지금은 “제일 첫 것은 항상 하나님 것이다”라는 믿음을 가진 자녀들로 키워주신 것이 가장 감사하죠.
자녀분들도 장로님과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한 건가요
교회를 나오다 보니 전도사님들이 “아이들도 교회에 보내라”고 해요. 그래서 처음엔 주일 아침 일찍 아이들을 차에 태워서 주일학교에 데려다 줬어요. 나중에는 따로 보냈죠. 당시 집이 화곡동이었는데 아이들이 버스 두 번씩 갈아타면서 주일학교에 나왔어요. 저를 전도하신 김진영 장로님 가족들과 한 가족처럼 어울려서 아이들도 서로 친해지다보니 교회를 안 나올 수가 없게 되더라구요. 딸 아이(예리)는 고 3때부터 교회 관현악단에서 플롯 연주를 했고 지난 4월에 결혼해서 지금은 미국 워싱턴 DC 지교회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아들(재승)은 무용을 전공했어요. 한국종합예술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인 동아 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습니다. 1년에 한 명씩 뽑는 무용 분야 병역 특례 혜택자로 선정되기도 했지요.
자녀들이 아버지인 장로님에게 신앙적인 감동을 준 적이 있었나요
올해초 교회 관현악단에서 예리한테 총무를 맡으라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일 2부, 3부예배 다 드리고 수요, 목요예배까지 빠짐 없이 나오려면 교회에 살다시피 해야 되는데 그게 아직은 부담스럽더래요. 그래서 실랑이 끝에 결국은 “아직 준비가 안 됐으니 내년에 하겠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엄마한테 했더니 “나이도 찰만큼 찬 것이 하나님 뜻에 순종해야지, 그러면 되겠느냐”라고 한참 야단을 맞았답니다.
그래서 딸이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시키시든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도하고 새벽예배, 수요예배 빠짐없이 드리면서 벌 받는 기분으로 살았다는 거에요. 그런데 몇 달 만에 하나님이 배필을 주셔서 결혼을 하게 되고 워싱턴 DC 지교회로 가게 된 거죠. 갔더니 그 교회 목사님이 “우리 교회가 관현악단을 새로 만들 계획이니 그 책임을 예리씨가 져 주세요” 하더랍니다. 그래서 두말 없이 “아멘”하고 순종했답니다.
재승이는 얼마 전 갑자기 베드로에 대해서 무용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자기가 베드로가 십자가에 거꾸로 달려서 순교한 것에 대해서 안무를 만들어 놓았다면서요. 언젠가 교회에서 베드로의 신앙에 대해서 5분이고 10분이고 무용 공연을 해보겠노라고 해요. ‘이 녀석이 이렇게 신앙이 자랐구나’ 싶어서 놀랐죠.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6월 20일에 <올해의 젊은 안무가 상> 선정이 있답니다. 그래서 목사님을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고 기도 부탁도 드리고 싶다고 그래요. 그래서 “그럼 당장 이번 주에 가자” 했더니 지금은 자기가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 그동안 경건한 생활을 하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찾아가서 내 부탁만 드린다고 그게 되겠느냐고 하면서 자기가 몇 주 경건한 생활을 한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나보다 낫구나’ 싶었죠.
아이들이 자랄 때는 우리 부부가 ‘아이들이 믿음으로 자라야 할텐데’ 하고 조바심을 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이들이 더 말씀과 신앙에 대한 것을 먼저 고백하는 걸 볼 때 감사할 뿐입니다. 자기들이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는 걸 몸으로 체험하는 것 같아요. 저한테 “기도하면 뭐든지 다 되는데 왜 안하시느냐”고 합니다. 그렇게 순수한 믿음을 보면서 저도 더 자극을 받지요.
장로님한테 “일어나라 함께 가자”를 묻지 않을 수가 없죠. “일어나라 함께 가자”의 내래이션 부분을 맡으신 건 언제부터입니까
미스바 성가대 전임 지휘자였던 김도창 선생이 “일어나라 함께 가자”라는 곡을 작곡한 때니까 10년 전 쯤입니다.
어떤 심정으로 하십니까
처음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고래고래 소리만 질렀습니다. 맨 처음 하던 날, 제가 음악에 문외한이니 지휘자 선생님한테 큐를 달라고 해서 했는데 그 날 원로목사님께서 원래 준비하셨던 설교가 있었는데 그 설교를 안 하시고 “일어나라 함께 가자”에 대한 말씀으로 설교의 절반을 채우시더라구요. 그 설교를 들으면서 정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졸지 말고 깨어서 기도해 달라고 울면서 말씀하시는 모습이 눈 앞에 떠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 받은 감동과 감화가 그 다음에는 늘 함께 했어요.
가장 은혜로왔던 때는 지난해 여주에서 열렸던 세계선교 연합 대성회였습니다. 4천명 성가대와 함께 그 찬양을 했는데 해외에서 오신 성도들이 정말 은혜 많이 받았다고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얘기하실 때 너무 감사했고 내가 그 자리에서 그걸 할 수 있게 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성경은 많이 읽으십니까
좀 몰아서 읽는 편입니다. 제가 전에는 담배를 많이 피웠었어요.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담배를 물고 있었죠. 대본 읽을 때도 담배 물고 있고... 그런데 어느날 보니까 제가 성경을 읽는데 담배를 물고 있더라구요. ‘이게 무슨 짓인가’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님이 참 오래 기다려주신 것 같다’ 싶었죠. 그 때 담배를 끊었습니다.
‘창세기의 족보’는 혹시 읽으셨습니까
읽었습니다. 좀 어려워서 목사님께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주위 분들에게도 많이 나눠드렸습니다. 어느 정도는 성경에 대해 관심도 있고 지식이 있는 분에게 드려야 되겠더라구요. 동료 연기자 중에서 임동진 목사님처럼 목회자가 된 분, 또 장로로 봉사하고 있는 분들에게 드렸습니다.
전도하려는 노력도 하시나요.
틈틈이 ‘호시탐탐’ 노립니다. 교회 안 다니는 사람들에게 교회 얘기를 꺼내면 기본적인 저항감이 있거든요. 저는 그냥 팽개치듯이 던져 놓습니다. “그래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 하고 싶은 것 다 해보고 나중에 죽기 직전에 교회 오든지 맘대로 해. 그런데 나는 교회 다니니까 참 좋더라” 이런 식으로요. 그렇게 해 놓으면 그 다음 만났을 때쯤에는 자기가 먼저 교회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제가 처음 결혼해서 형편도 어렵고 교회도 안 다니던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쌀 한가마, 연탄 300장 있으면 1년은 버티던 때인데 어느 날 쌀집에서 쌀을 사려고 하니까 주인이 “그 집에 조금 전 쌀 배달했는데요” 이래요. 아니, 누가 우리 집에 쌀을 보냈나 하고 집에 부랴부랴 가보니 쌀 한 가마와 연탄 300장이 와 있는 거에요. 알고보니 형수가 보내신 거였어요. 결혼할 때 이미 형님이 많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그렇게 하실 필요가 없는데도 그렇게 하신 거에요. 그 날 밤에 제 처와 둘이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그 감동, 그 충격 때문에...
그런데 그 다음에 형수가 “내일 교회 좀 나와보세요” 하더라구요. 그러니 안 나갈 수가 있나요. 전도는 그렇게 하는 게 전도인 것 같습니다. 거역할 수 없게 만드는 거죠.
그런데 사실 나중에는 입장이 바뀌었어요. 평강제일교회 나오기 시작한 뒤 어느날 우리 집 지하실에 불이 났습니다. 거기 있던 40상자 분량의 귀중한 책들이 몽땅 불에 탔어요. 소방차가 와서 불을 끄고 난리가 났었죠. 그런데 불이 나기 바로 며칠 전에 제가 그 지하실에 내려가서 “저 귀한 책들을 다 어떻게 해야 되나” 하고 걱정을 했었거든요. 소식을 듣고 형님과 형수가 달려왔어요. 그래서 제가 “괜찮습니다. 며칠 전에 저 책들 때문에 걱정했는데 하나님이 내 걱정거리 다 없애주셨어요” 했죠. 나중에 형님과 형수가 “어떻게 예수님을 믿어도 그렇게 예쁘게 믿느냐”고 하면서 “네가 다니는 교회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두 분 다 우리 교회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기도 생활은 어떻게 하시나요
하루 세 번씩 합니다. 아침에 눈 뜨면 기도하고 차 타고 가면서 하고 잠자리 들 때 하고... 하나님 앞에 반성문 쓰는 거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해야 하는데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게 해주십시오. 저에게 주신 장로 직분 부끄럽지 않게 해주십시오. 장로다운 장로가 되게 해 주시고 믿음으로나 물질의 헌신으로나 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주십시오. 벌써 능력 주신 줄로 믿습니다.” 뭐 이렇게 떼쓰는 기도를 드립니다.
무대에서 공연할 때는 같이 신앙생활 하는 사람끼리 손잡고 시작할 때 기도하고 끝나면 또 기도합니다. 어떤 때는 혼자 무대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기도하고 있는 걸 보고 옆 사람이 ‘신앙인이셨느냐’고 물어보고 다음에는 같이 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한번은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서 스탭까지 7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다같이 기도한 적도 있었죠. 그런 체험들에서 은혜를 받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집 기도쟁이는 원진옥 권사(부인)에요. 10년 넘게 매일 오전에 금식기도를 드리거든요. 끊임없이 기도 제목이 생각나는 모양이에요.
연기자로서의 꿈은 어떤 것입니까
더 이상 늦추면 안되겠다 싶은 게 있어요. 내 마지막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성극을 한번 하고 싶습니다. 사도 바울을 그린 희곡이 하나 있는데 아직 제 마음에는 좀 덜 와 닿습니다. 제가 30대 후반이었을 때 모노 드라마를 만들어 놓은 것도 있지만 그것도 지금 제 나이와는 안 맞고...
같은 연기자인 박은수 장로님과도 “더 늦어지면 힘드는데...” 하면서 성극을 한번 해보자는 얘기를 합니다. 모노드라마가 됐건 2-3명이 함께 하는 연극이 됐건 내 작품을 올해 안에 하나 만들어서 꼭 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꿈이 있어요. 교회의 일정한 공간을 성극 공연장으로 만드는 거죠. 평강제일교회에 가면 그 시간에는 항상 성극 공연을 하고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보는 거에요. 예를 들면 주일 오후 4시면 4시, 이런 식으로... 그렇게 한 시간 짜리 성극을 해보는 꿈이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주제로 한 모노 드라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장장이’라는 희곡도 있고 ‘세 개의 못’도 있는데 성에 좀 덜 차요. 좋은 작가에게 새로 하나 써달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있구요.
신앙생활 하면서 드라마틱한 체험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기적이 특별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실 오래 전부터 아이들 결혼만큼은 교회 말고 외부에서 치러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제 딸도 그랬었구요. 다른 게 아니라 우리 교회 들어오는 길이 안 좋고 찾기도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오다가 불평하고 교회에도 안 좋은 인상 가질까봐 그랬어요. 생각해 보면 겉으로만 순종한다고 했지 마음까지 순종한 게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결국 지난 4월에 딸 아이 결혼식을 교회에서 하게 됐어요. 방송국 사람들, 연극하는 친구들 모두 교회까지 물어물어서 찾아왔죠. 어렵게들 찾은 모양이더라구요. 그런데 결혼식 끝나고 나서는 “여기가 천국이로구나. 서울에 이런 교회가 다 있었냐. 너희 교회 정말 좋다”고 10명이면 10명이 얘기하는 거에요. 들어올 때는 길 찾느라고 신경이 곤두섰는데 와 보니 이게 파라다이스다 싶었던 거죠. 교회 풍경 뿐 아니라 성도들 표정이 너무 밝고 음식도 맛있고 성가대 서는 권사님들도 다들 예쁘다면서 감탄을 하더라구요. 그런데다가 모리아 성전을 보면서 제가 “저 위까지 할머니들도 다 올라가서 예배 드리고 예배 때는 맨 앞자리부터 다 찬다”고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구요. 그 다음에는 그 사람들이 나만 만나면 교회 얘기부터 먼저 해요. 아들도 그런 걸 보면서 자기도 교회에서 결혼하겠다고 합니다. 저는 극적인 체험은 없어요. 큰 기적은 없었지만 기도하면 철컥 철컥 다 채워주셨어요.
그게 바로 기적이네요
그런 것 같아요. 나한테는 간증 거리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만큼 감사할줄 알게 됐고 믿음도 자란 것 같아요. 감사하다고 생각할 줄 알게 된 게 나한테는 기적이죠.
1988년 5월 8일, 하나님께서 원로목사님을 통해 기정수 장로에게 “잘 왔다. 나하고 일 좀 하자” 라고 말씀하신 음성이 바로 그에게는 “일어나라 함께 가자”의 음성이 아니었을까. 주일 오후 몇 시가 되면 평강제일교회 어느 한 구석에서 언제나 기정수 장로의 성극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출처 : 참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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