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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3

옥좌에 앉은 마리아의 뒤쪽에는 파란 하늘이 깊숙이 펼쳐진다. 금박을 그런대로 걷어 냈지만, 아직 온전한 풍경의 재현으로 보기는 어렵다. 마리아의 무릎끝에 아기 예수가 다리를 포개고 누워있다. 아기는 세상없이 잠들었다. 눈까풀의 고단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잠든 아가의 눈자위에 어두운 그늘이 어려 있다.

오른팔을 아래로 늘어뜨린 자세는 고대의 석관 부조에서 왔다. 어머니의 저주를 저주를 받고 죽은 멜레아그로스의 도상이다. 주검의 재현을 두고 알베르티는 '시신의 모든 지체가 다 죽어 있다는 느낌이 손에 잡힐 듯 전해지고, 손,손가락,머리 할 것 없이 모든 지체가 뻣뻣하게 아래로 늘어져 있어야 한다고 서술한다.

칼뤼돈의 영웅이 늘어뜨린 오른팔은 기독 도상에서 십자가 강하나 예수 입관에서 죽은 시신의 표정을 실감나게 드러내기 위한 소재로 수용되었다. 마리아가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기도하는 성모, 곧 '마리아 오란스'의 유형이 실현되었다.


그러나 아기 예수를 내려다보고는 고요하고 비통한 자세는 피에타의 마리아를 닮았다.

벨리니는 마리아의 품에 누운 아기 예수를 주검의 자세로 그렸다. 깊이 잠든 아기는 죽음을 꿈꾼다. 얼마나 역설적인가, 어린 아기가 꿈꾸는 죽음은!


격류처럼 소용돌이치며 흘러내리는 옷주름과 푸른 하늘을 덮으며 솟구치는 구름은 마리아의 내면에 감추인 풍경이다. 루가 2장 시므온의 예언이 잠든 아기를 지키는 마리아의 머리를 스친다.

'이 아기는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넘어뜨리기도 하고 일으키기도 할 분이십니다. 이 아기는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적이 되어 당신의 마음은 예리한 칼에 찔린 듯 아플 것입니다.'

▶ 조반니 벨리니,<마리아와 아기예수>,1704년 이후, 122x63.5cm, 아카데미아,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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