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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만에 다시 산다는 부활신앙의 뿌리

저승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기간이 삼일 걸린 하여, 사람이 죽으면 삼일장(三日葬)을 지내는 것이 한민족의 일반적인 장례풍습이다. 이 삼일장과 더불어 장례 후 사십 구일 만에 죽은 이의 영혼이 극락정토에 가도록 기도하는 사십구재 또한 한민족에게 잘 알려진 장례의식이다. 흥미 있는 점은 이 두 가지 장례풍습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예수가 삼일 만에 부활하신 사건과 유사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민족의 장례와 삼일장
한민족은 사람이 죽으면 '초상'(初喪)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사람이 죽는 것은 한 번뿐이라는 인식 때문에 '처음'이라는 뜻의 '초'(初)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람이 죽었을 때 슬픈 심정을 질서 있게 표현하는 이별의 예를 보통 '상례'(喪禮)라고 한다. 이 상례는 시신을 깨끗하게 씻은 뒤 수의(壽衣)를 입히고 염포(殮布) 또는 베로 묶는 '염슴'(殮襲)부터 시작한다. 이어서 상여가 집에서 떠나는 '발인'(發靷) 등을 포함해 시신을 매장하거나 그 죽음을 애도하고 근신하면서 옷을 입는 방법에 이르는 의식절차를 정한 예다.
여기서 염습에서 발인까지의 장례(葬禮)기간에 따라 여러 가지 명칭이 붙는다. 삼일장, 오일장, 칠일장 등이 단적인 예다. 이 중에서 한민족은 대개 삼일장을 치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사망한 날로부터 삼일째 되는 날 장례를 지내는 것이다.

되돌아오는 부활의 기간
왜 삼일장을 치르는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문헌이 없다. 단지 삼일이라는 기간이 저승에 갔다고 되돌아오는 '부활'(復活)의 기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말이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이 부활사상은 '혼을 부른다'는 '초혼'(招魂) 또는 '다시 돌아오라고 부르는 소리'라는 뜻은 '고복'(皐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초혼은 남자의 초상에는 남자가, 여자의 초상에는 여자가 죽은 사람의 상의를 가지고 동쪽 지붕으로 올라가 왼손으로는 옷은 깃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옷의 허리를 잡고서 북쪽을 향해 옷을 휘두르며 먼저 죽은 사람의 주소와 이름을 부른 다음에 '있던 곳으로 돌아오는'는 뜻의 '복'(復)이라는 말을 세 번 부르는 것이다(참조: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민중서림). 이것은 북쪽 하늘로 가고 있다는 죽은 사람의 혼이 다시 돌아오도록 부르는 일이다. 이렇게 해도 살아나지 않는다면, 그 때야 비로소 죽은 것으로 인정하고 곡(哭)을 한다.

장례와 숫자 3의 관계
삼일장과 다시 돌아오라는 뜻은 '복'(復)을 세 번 외치는 등 한민족의 장례식에는 숫자 3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단적인 예로 죽은 사람을 데리러 온다는 저승사자를 대접함으로써 편하게 모셔달라는 뜻에서 뜰 아래나 대문 밖에 차리는 '사자밥'이 있다. 이 밥상에는 세 그릇의 밥, 석 잔의 술, 세 마리의 명태, 세 켤레의 짚신 등을 놓는다.
더불어 '우리 문화의 수수께께1'의 저자인 주강현 씨에 의하면 제사와 관련 삼배(三拜), 삼색실과(三色實果), 삼탕(三湯) 등에서도 강화된 3이라는 숫자 개념이 나타난다. 이밖에 고려 12세기의 '청자삼발향로'와 같이 제사에 사용하기 위한 세 발 가진 제기들도 다양하다.
정리하면 한민족의 장례와 제사는 숫자 3과 연관된 요소들이 많다. 특히 장례의 3이라는 수는 부활신앙을 가진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사십구재와 영생의 삶
부활을 의미하는 삼일장과 더불어 한민족에게는 장례일로부터 사십 구일 째 되는 날 치르는 제사가 있다. 그것은 사십구재로 불교식 장례 의례 규범인 '석문의범'(釋門儀範)에는 '화장(火葬)을 한 뒤 유골을 쇄골(碎骨:뼈를 부숨)한 다음 절(寺)에 봉안(奉安)한 뒤 치르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주로 불교의 정토종(淨土宗)에서 진행된 사십구재는 죽은 이의 영혼을 극락정토(極樂淨土)에 가도록 하기 위한 제사다.
하지만 이 사십구재는 기독교의 칠칠절(七七節) 또는 오순절(五旬節)과 유사하기 때문에 불교가 기독교의 제식(祭式)을 모방한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아시아 고대 기독교사'(기독교문사)의 저자 이장식 씨에 의하면 "사십구재는 사람의 사후 삶에 대한 교훈에 있어 기독교의 영생의 삶에 영향 받은 것으로, 죽은 이를 위한 기도와 예배가 불교에 영향을 주어 죽은 이를 위한 '사자법회'(死者法會)를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부활과 첫 열매의 의미
지금까지 살펴본 결과 한민족의 장례식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기독교의 절기와 유사점이 발견된다. 먼저 '부활신앙'이다. 저승에 갔다가 되돌아오는 기간이 삼일이 걸린다고 해서 유래됐다는 삼일장과 죽은 이의 옷을 붙잡고 '돌아오라'는 뜻의 '복'(復)을 세 번 외치는 '초혼'이나 '고복'에서 부활신앙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성경에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지 삼일 만에 부활하신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마27:67, 8:1-10, 막8:31, 행10:40).
다음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한 사십구재라는 제사다. 이것은 '무교절 후 일곱 안식일 곧 사십구 일이 지나 50일 째 드리는 칠칠절 또는 오순절'과 유사하다. '맥추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절기는 '수활한 것 중 새 열매인 첫 소산을 하나님께 드리는 절기'다(레23:15-16, 신16:9-12).
궁극적으로는 죽은 자 가운데서 삼일 만에 부활하시어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신 예수를 가리키는 절기라고 할 수 있다(고전15:20, 23). 그렇다면 한민족에게 퍼져있는 삼일절과 사십구재에 담겨진 부활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그 뿌리를 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 엄원식의 <구약성서의 수신학> (대전, 침례신학대학출판부, 1984)
• 토를라이프 보만의 <히브리적 사고와 그리스적 사고의 비교> 허혁 역(서울, 분도출판사, 1993)
• Hward Eves의 <수학사> (고대 및 중세편), 이문영 역(서울, 경문사, 1991)
• <성서백과대사전 Vol.6> 민영진 편(서울, 성서교재간행사, 1981)
• 배재민의 <새로훈 형태의 구약연구> (서울, 총신대출판부, 1982)
• 존킹의 <수와 신비주의>, 김창국 역(서울, 열린책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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