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98
등록일

2007.10.07

▶ 마사초,<낙원추방>,1427-1428년,208x88cm,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교회의 브란카치 예배소, 피렌체

아담과 하와가 에덴 동산을 떠난다. 붉은 옷 입은 천사 거룹이 큰 칼을 쥐고 이들의 발길을 독촉한다. 낙원의 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저주받은 땅.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는 이곳에서 죽도록 땀흘리며 일하지 않으면 소출을 얻지 못할 것이다.
문밖으로 격노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노여운 음성에 등이 떠밀린 아담은 무거운 걸음을 옮긴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힘겹게 열린 입술에서 회한의 비통한 신음이 흐른다. 신이 자신이 낸 인간을 저주하듯이 아담은 자신의 밝아진 눈을 저주한다. 그의 어깨가 후회의 무게에 눌리었다. 유혹의 대가는 이처럼 혹독하다.

하와는 머리를 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앞을 보지 못한다. 그들 앞에 놓인 내일도 이처럼 암울하다. 오른손으로 두 가슴을 누르고 왼손은 부끄러운 곳을 가렸다. 밝아진 눈의 저주는 완전한 절망의 순간에도 그들의 의식을 떠날 줄 모른다.

창세기 3장 23절에는 하나님이 이들을 에덴동산에서 '내보내셨다',그리고 같은 장 24절에는 '내쫓으셨다'라고 기록되었다. 밖으로 내보낸다는 뜻의 '에미시트'와 휘둘러 내쫓는다는 뜻의 '에이에키트'라는 두가지 낱말을 두고 필로는 두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이들을 내보내셨다면 귀향의 실낱 같은 희망이 소멸하지 않았으나, 내쫓으셨다면 인간에게 에덴동산을 수복할 권리는 영원히 사라진다. 두갈래 신학적 해석은 미술에서도 두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천사가 손을 뻗어서 문밖을 가리켜 보이거나 손으로 아담의 어깨를 떠밀며 '내보내는'유형과, 천사가 돌아가는 바퀴 위에서 불칼을 휘두르며 '쫓아내는'유형이다. 마사초의 천사는 두 가지 도상 유형을 양손에 나누어 쥐었다. 동방 전통에서는 천사 둘이 등장해서 두 가지 역할을 나누기도 한다.

아담과 하와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후회가 미련을 눌렀다. 아담은 천사의 재촉에 저항하지 않는다. 훗날 마사초의 벽화를 보고 시스티나 천장화에 인용했던 미켈란젤로의 해석과 다른 점이다. 마사초의 하와는 아담의 옆자리를 지킨다. 지아비의 그늘에 몸을 숨기는 미켈란젤로의 하와보다 당당하다.

▶ 미켈란젤로,<낙원추방>,1508-1512년,카펠라 시스티나, 바티칸,로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458 [찬송가 해설] 날 빛보다 더 밝은 천국(291장) 2008-08-04 2804
457 [찬송가 해설] 너 성결키 위해 (212장) 2006-05-16 2805
456 [찬송가 해설] 아름다운 본향 (232장) 2006-06-02 2805
455 [찬송가 해설] 주 예수 내 죄 속하니(99장) 2009-06-03 2810
454 [찬송가 해설] 나 캄캄한 밤에 죄에 길에(425장) 2008-05-12 2814
453 [성화읽기] 왕과종교 2010-04-04 2821
452 [찬송가 해설] 예수 나를 오라 하네(360장) 2006-06-21 2822
451 [찬송가 해설] 거친 세상에서 실패하거든(506장) 2008-01-21 2841
450 [찬송가 해설]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511장) 2008-08-12 2841
449 [찬송가 해설] 오 베들레헴 작은골 (120장) 2006-05-02 2851
448 [성지순례] 요한계시동굴 2006-06-16 2851
447 [성화읽기] 르네상스 2010-02-14 2870
446 [찬송가 해설] 주의 사랑 비췰 때에 (414장) 2006-08-14 2882
445 [찬송가 해설] 기쁜 일이 있어 천국 종 치네(314장) 2008-04-21 2889
444 [성지순례] 성 시므온교회 2006-08-14 2890
443 [성지순례] 아씨시의 프란시스코 수도원 2006-09-09 2900
442 [성화읽기] 기술 혁명에 대한 기독교인의 책임 2010-07-25 2902
441 [성지순례] 애굽 기독교 박물관(COPTIC MUSEUM) 2006-07-10 2927
440 [찬송가 해설] 그 맑고 환한 밤중에(112장) 2006-03-26 2936
439 [성지순례] 요한 수도원 2006-06-10 2942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