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98

구에르치노가 그린 피에타는 한 뼘 반 높이에 불과하다. 경배화에 적합한 크기다. 마리아와 요한이 사라지고 두 천사가 등장 했다. 흰 수의를 감싼 예수의 육신이 그림 전면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 빛은 오른쪽 위에서 안쪽으로 가파르게 떨어진다. 달빛일까? 창백한 빛줄기는 함부로 구겨진 육신의 지체를 어둠의 칼날로 썰어 낸다.
예수는 육신의 고통을 벗었다. 그의 수족을 고정했던 못 자국과 창날 상처도 아물었다. 구에르치노의 온유한 붓은 자연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한다.

시신의 슬픈 풍경을 내려다보는 붉은 옷의 천사와 눈물을 훔치는 파란 옷의 천사는 코끝이 붉다. 눈시울과 귀 끝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검푸른 기운이 웅성대는 밤하늘은 경배화를 들여다보는 이의 마음속에 전개되는 애수의 풍경이다.

천사의 피에타는 예수가 겪었던 수난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마리아가 배제된 예수의 주검이란 십자가 책형, 강하,입관,매장,부활,승천 으로 연결되는 수난과 구원의 줄거리 어디에서도 설 곳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천사가 마리아를 대신해서 예수의 시신을 부축하거나 애도하는 '천사의 피에타'는 전혀 다른 제의적 전승에서 비롯한다. 예수의 희생을 두고 제단에 바쳐지는 어린양의 제물과 동일시 하는 우의적 사고가 천사 피에타 탄생의 신학적 근거를 마련했다. 미사의 우의에 수난의 애도를 뒤섞은 것은 예술적 상상력이다.

▶ 구에르치노,<천사의 피에타>,1617-1618년무렵, 36.8x44.4cm,국립 미술관, 런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238 [성화읽기] 프라 안젤리코의 수태고지, 코르토나 2007-08-12 3802
237 [성화읽기] 크라나흐의 이집트로 피신하는 성가족의 휴식 2007-08-19 4187
236 [성화읽기] 크레티의 야곱 2007-08-26 4324
235 [성화읽기] 티치아노의 수태고지 2007-09-02 3947
234 [성화읽기] 카라바조의 토마 2007-09-09 3678
233 [성화읽기] 크라나흐의 막달레나 2007-09-19 3660
232 [성화읽기] 카라바조의 예수 매장 2007-09-23 4454
231 [성화읽기] 보스의 십자가를 지신 예수 2007-09-30 3642
230 [성화읽기] 마사초의 낙원 추방 2007-10-07 5467
» [성화읽기] 구에르치노의 천사의 피에타 2007-10-14 3400
228 [성화읽기] 틴토레토의 수산나의 목욕,빈 2007-10-21 4224
227 [성화읽기] 루벤스의 수태고지 2007-10-28 3839
226 [성화읽기] 레니의 십자가 책형, 모데나 2007-11-04 4123
225 [성화읽기] 막달레나 마이스터의 막달레나의 생애 2007-11-11 3473
224 [성화읽기] 카라바조의 엠마오의 저녁 식사 2007-11-18 5427
223 [찬송가 해설] 공중 나는 새를 보라 (307장) 2007-11-24 2800
222 [성화읽기] 티치아노의 예수 입관 2007-11-25 3405
221 [성화읽기] 스토머의 토마 2007-12-02 3264
220 [성화읽기] 레니의 십자가 책형, 블로냐 2007-12-09 3438
219 [성화읽기] 벨리니의 천사의 피에타 2007-12-16 3969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