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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어 피에타는 '경건'이라는 뜻이다. 경건한 믿음 '피에타스'와 이웃 사랑 '카리타스'는 기독교의 근간을 떠받치는 두 개의 주춧돌로 손꼽힌다. 그러나 미술에서 말하는 피에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좁은 의미로 1300년 이후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의 시신을 앞에 눕혀 두거나 품에 끌어안고 있는 경배화의 한 유형을 가리킨다.

예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끌어내린 뒤 입관하기에 앞서 마리아가 잠시 예수의 주검을 끌어안고 애곡하는 장면을 따로 떼어 냈다. 매장을 돕던 니고데모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 그리고 어린 요한과 작은 마리아 등 주변 인물들을 물리쳤다. 살아서 통곡하는 어머니와 죽어서 말이 없는 아들만 떨어져 나와 피에타의 독립 유형을 이루었다.

성서의 기록에 따르면 마리아의 애곡이 저물 무렵의 저녁 시간에 이루어졌으므로, 수도원의 승려들도 저녁 기도 시간을 빌려서 죽은 예수의 다섯 상처를 내보이는 어머니의 애통한 모습을 담은 조각이나 그림을 보고 명상에 잠겼다. 그래서 독일에서 이 장면을 '저물 무렵'을 뜻하는 '베스퍼'라고 부르게 되었다.

베스퍼 주제가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에 수입되면서 명칭이 '피에타'로 바뀌었다. 굳이 저녁 기도 의식과 상관을 두지 않더라도,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고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힘이 있어서 금세 경배화의 한 갈래로 자리잡게 되었다.

두 천사가 예수의 팔을 잡고 있다. 구성이 명료하고 선의 흐름이 간결하다. 천사들은 면류관의 가시에 볼을 부비면서 아픔을 나눈다. 벨리니는 아름다운 예수의 유형을 골랐다. 시신은 편안한 자세로 상체를 기대고 있다. 그의 얼굴과 목선, 팔과 손목의 관절에 죽음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다. 천사들의 표정에도 감정의 과장이 없다.

예수의 왼쪽 어깨 뒤에 선 천사가 왼손에 난못 자국을 드러내기 위해서 손목을 들어올리고 예수의 어깨가 따라 치솟은 자세에도 인위적인 느낌이 없다. 오른손으로 수의를 잡고 허리를 가리는 예수의 자세도 자연스럽다.
피에타의 배경으로 깊게 우려 낸 푸른색을 고른 것은 벨리니의 창안이다. 예수의 시신을 감쌀 붉은 천과 조화로운 보색을 이루었다. 청동빛 나는 천사들의 옷은 색 구성에 따라 공간의 깊이를 생산하려는 배려에서 나왔다.

▶ 조반니 벨리니,<천사의 피에타>, 1480-1485년, 83x67.5cm,달렘 미술관,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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