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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3

막달레나는 주님을 그리워하며 인적 없는 광야에 숨었다. 풀도 나무도 샘물도 없는 곳이었다. 광야에서 홀로 서른 해를 지냈으나 주님의 기억만으로 조금도 주리거나 목마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부재는 존재에 대해서 얼마나 사무치는 견인력을 가진 것일까.

그녀의 이름은 '비탄의 바다'를 뜻한다. 비탄의 눈물이 회한의 바다를 이루었던 그녀가 참회의 성녀로 불린 까닭이 여기에 있다.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의 집에서 넘치는 눈물로 주님의 발을 씻고, 젖은 발을 머리타래로 닦아내고, 그 발에 입맞추고, 다시 향유를 발라 드렸다는 일화가 자랑스럽다. 주님은 한 차례도 여인을 제자로 두지 않았으나 그념나은 어느 제자보다 달갑게 아끼고 기껍게 사랑했다.

은자의 동굴에 숨어든 막달레나는 죽음을 묵상하며 주님을 그린다. 어느 새 아침이 밝았다. 레니가 그린 성녀는 턱을 고이고 허리를 구부린 '닫힌' 유형의 막달레나와 다르게 '열린' 유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허리를 뒤로 젖히고 다리를 벌린 대담한 자세는 뮌헨 고전 조각관에 소재한 헬레니즘 조각<잠든 사튀로스>에서 나왔고, 머리는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니오베>에서 가지고 왔다. 고대 조각의 모범을 빌려서 기독 성녀의 자세를 꾸미는 회화적 관례는 바로크 시대에 조금도 흠잡을 일이 아니었다. 우미와 아름다움의 비밀을 배울 수 있었기 떄문이다. 그러므로 막달레나의 열린 자세는 관능의 여운을 뿌리기보다 육신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영적 환희를 나눈다.

레니가 추기경 비쉬아의 주문을 받고 막달레나를 그릴 때였다. 마침 그림을 구경하던 추기경 바르베리니는 가슴을 열고 머리를 흩어 내린 막달레나가 어찌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던지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려서 그림을 가로채고 말았다. 완성된 그림을 받은 추기경은 고마움의 표식으로 이듬해 화가에게 황금 목걸이를 선물했다고 한다. 말바시아가 전하는 예술가와 주문자의 일화는 일찍이 티치아노가 카를 5세에게 그려 준 초상화에 대한 유명한 은답을 연상시킨다. 제왕의 권위를 의미하는 황금 목걸이를 화가의 목에 걸어 줌으로써 타치아노가 '회화 예술의 제왕'이라는 명성을 누리도록 했으니, 레니도 붓이 지배하는 영토에서 으뜸자리를 주장하게 되었다.

▶ 귀도 레니,<참회하는 막달레나>,1627년, 178x138cm,프란체스코 미켈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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