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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관기가 전하는 영웅 삼손은 상상을 뛰어넘는 괴력의 사나이. 사자를 '양 새끼 찢듯' 맨손으로 찢고, 당나귀 턱뼈를 휘둘러 블레셋 사람 1000명을 때려 죽였다. 그러나 여자 문제에는 어처구니 없이 약해 빠져서 소렐 골짜기의 드릴라 간계에 든다. 사자와 싸워서 이기는 삼손은 헤라클레스의 용맹과 비교되었다. 달려드는 사자의 아가리를 두 손으로 비틀어 잡고 벌려 찢는 삼손의 도상은 네메아의 사자와 맞잡이로 겨루는 고대 헤라클레스와 흡사하다.

그러나 여자 품에서 헤어나지 못하여 하나님의 버림을 받는 삼손의 운명은 육탐에 눈이 멀어서 인간의 덕목과 신의 은총을 한데 묶어서 내던지는 인간적 어리석음의 전형으로 인용되었다.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으나 버림받은 사나이, 사진의 지난 행동을 후회하며 하나님께 기도했던 남자, 머리카락과 함께 괴력을 되찾아 다곤 신전을 맨손으로 허물어 버린 주인공이 여자의 치마폭 깊숙이 머리를 파묻었다. 판관기 16장의 기록대로 드릴라는 '삼손을 무릎에 뉘어 잠재웠다.'

드릴라의 등 뒤에서 실내를 밝히는 등불이 타오른다. 밀랍처럼 매끄러운 어깨와 꿀송이보다 달콤한 젖가슴이 노란 불빛에 어른댄다.

드릴라의 붉은 치마는 바빌로니아의 창녀처럼 뜨거운 유혹이다. 황금빛 비단은 은 1100세겔씩에

사랑을 팔아 넘긴 차가운 저울질이다. 머리 위 청회색 벽감에서 사랑의여신 베누스와 아모르가 배반당한 사랑을 내려다본다.잠든 잠손의 오른손이 여인의 아랫배를 더듬는다. 이것이 자신이 누릴 마지막 달콤한 수면이라는 사실을 알 턱이 없다. 머리카락 일곱 가닥이 잘리고 나면 문 뒤에 매복한 병사들이 그의 두눈을 찌를 것이다. 어리석은 사랑에 눈먼 자에게 당연히 찾아올 운명이다.

드릴라는 피에타의 성모를 흉내낸다. 예수의 시신을 끌어안고 애도하는 마리아의 도상이 은냥과 정절을 맞바꾼 훼절의 감각적인 자태로 인용되었다. 삼손의 왼팔이 아래로 늘어졌다. 피에타, 또는 예수 입관의 장면에서 바깥쪽 팔을 늘어뜨린 죽은 예수의 모범을 따랐다. 한편, 근육이 단단하게 불그러진 삼손의 상체는 고대 조각을 인용한 것이다. 교황 식스투스 4세가 조성한 벨베데레 조각 정원의 토르소가 이런 우람한 등짝의 모습을 가졌다. 미켈란젤로가 피렌체의 메디치 예배소에서 상체를 뒤튼 <낮>의 알레고리에게 새겼던 등짝의 모습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왼팔은 파르네세의 헤라클레스를 베꼈다.

루벤스는 이처럼 조형적 회화, 또는 조각의 회화적 번역 가능성을 붓으로 입증한다. 그림안에는 네 개의 광원이 배치되었다. 화가는 드릴라의 유모가 들고 있는 양초와 벽감의 조각을 비추는 기름 등잔에 불을 붙이고, 문밖에서 기다리는 병사들의 손에 횃불을 쥐어 주었다. 빛이 고인 곳마다 드릴라가 꾸민 음모가 도사렸다. 그러나 여인의 품에서 잠든 삼손의 눈은 음모를 보지 못한다. 하나님의 시선도 그를 외면할것이다.

▶ 루벤스,<삼손과 드릴라>, 1609년, 185x205cm,국립 미술관,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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