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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4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어서 말씀하십시오.'


 아브라함이 대답하자 야훼의 천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 아이에게 손을 대지 말라. 머리털 하나도 상하지 말라.'

아브라함이 오른손에 칼을 쥐었다. 이삭은 등뒤로 팔이 묶였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제단에 무릎을 올려놓았다. 아버지의 칼이 자신의 목을 겨냥할 줄 몰랐던 아들은 결박된 알몸을 뒤튼다. 그를 결박한 것도 아버지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과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 아들의 운명을 외면했다. 이삭이 배신의 낌새를 챈것은 제물로 쓸 짐승이 보이지 않았을 때부터였을 것이다.묶인 팔을 옥죄는 손길이 느슨해진 틈을 노려 도망치는 소년의 발길이 다급하다.

아브라함과 이삭은 입체적인 피라미드 구성을 이룬다. 돌 제단이 피라미드의 밑변을 견고하게 다진다. 아브라함의 신앙도 이처럼 견고했을 것이다. 유대 전설에 따르면 하나님의 전갈을 받은 아브라함은 단 하루만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었다고 한다 . 머리를 젖혀서 천사의 음성을 듣는 아브라함은 시선을 잃었다. 천사는 여기서 보이지 않는 존재다. 델 사르토는 줄거리의 구성을 세로틀에 가두었다. 긴박하게 치닫는 줄거리의 극적인 반전을 담기에는 이렇게 곤두박질치는 구성이 적절하다.

화가는 아브라함과 이삭의 비례를 다르게 정해 두었다. 같은 핏줄의 부자관계라기보다는 거인족 폴뤼페무스와 난쟁이 사튀로스가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체 비례쯤이야 마음가는 대로 분방하게 구사하는 유연한 자세가 미켈란 젤로의 제자답다. 이삭의 자세는 1506년 로마의 에스퀼리노 언덕에서 발굴된 라오콘 군상에서 뱀의 포박을 빠져나오는 큰 아들에게서 빌려왔다. 고대 조각의 회화적 인용이다. 그러나 등과 어깨의 관계가 얼마간 과장되었다.

델 사르토는 '센차 에로리'라는 별명으로 불리었다. 부스이 실수가 털끝만치도 없다는 뜻이다. 이런 명성은 온전히 그의 조화로운 색채 구성에서 비롯한다. 풍부한 뉘앙스를 구사하는 단색조의 감성은 배경 풍경에서 등장인물에 이르기까지 한가지 기초 색에서 나왔다. 이삭이 벗어 둔 붉은 겉옷에 햇살이 비끼었다. 붉은 옷감이 어느덧 금빛으로 연마되었다. 화가의 붓이 미다스가 자랑하던 황금의 손과 겨룬다. 빛과 색으로 금을 빚어 내는 붓의 연금술은 매너리즘 화가의 자랑이다.

▶ 안드레아 델 샤르토,<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1529년 무렵, 98x69cm, 프라도 박물관,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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