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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8

5세기 프루덴티우스는 미덕과 패덕의 싸움을 다룬<영의 전쟁>에서 유다와 그녀의 손에 머리가 달아난 홀로페르네스를 우의적으로 해석한다. 하나님을 섬기는 과부가 이교 적장의 목을 쳤으니, 겸손과 결제의 미덕이 교만과 육정의 패덕을 이겼다는 것이다.
유다는 나약한 여인에 불과했으나 자신을 낮추고 하나님의 은총에 기대었기 때문에 나라를 지켰고, 홀로페르네스는 육정에 취해서 제 목숨을 잃고 패망했다는 원색적 대립이 우의의 교훈이다.

여기에서 교만을 이기는 겸손, 또는 육정을 누르는 절제의 알레고리 유형이 도식화되었다. 13세기에 이르러 순결이 절제의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유다시바의 여왕과 더불어 교회의 알레고리'에클레시아'의 예형을 이루거나, 마리아의 도상적 유형에 편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예수의 죽음이 인간구원의 역사에 필연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홀로페르네스의 죽음이 유대 민족에게 절실했다는 논리도 여기에서 나왔다. 뱀의 머리를 밟아 으깨는 마리아와 홀로페르네스의 시신을 발 아래 누르는 유다가 쌍둥이 도상처럼 함께 등장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이때 마리아의 행동은 뱀에 대한 저주, '너는 그 발꿈치를 물려고 하다가 도리어 여자의 후손에게 머리를 밟히리라.'는 창세기의 기록을 따른다.

조르조네의 유다는 붉은 옷을 걸쳤다. 과부의 묵은 태를 말끔히 벗고 적장을 유혹하기 위해서 단장을 차렸다. 홀로페르네스는 머리만 따로 남아서 유대의 발 아래 뒹군다. 뱀의 머리를 밟는 마리아처럼, 패덕을 밟고 이기는 미덕의 승리가 유다 도상에 적용 되었다. 하녀는 보이지 않는다. 천막도 사라졌다.

 앗시리아 진영에서 이스라엘로 돌아가는 길목에 멈추어 선 유다가 영웅적 자세를 취했다. 조르조네는 유다의 영웅담을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겸손과 절제의 교훈을 우의화하는 데 성공했다. 큰 칼은 살상 무기가 아니라 힘과 정의의 상징으로 읽힌다. 유다의 붉은 옷섶이 벌어지고 속상이 크게 드러났다. 과부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겼던 홀로페르네스는 우의의 눈을 감았다. 그는 목숨을 교훈과 바꾸었다. 죽은 자는 누워서 침묵하지만, 그림이 던지는 교훈은 일어서서 웅변한다.

▶ 조르조네,<유다>,1500~1540년 무렵, 144x66.5cm,에르미타주,페터스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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