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7.05.29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IjcAvk3YxZHmni5gOM.jpg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가)는 따뜻한 추상을, 몬드리안(추상회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네덜란드 화가)은 차가운 추상을 완성시킴으로써 추상화의 이론을 정립하였다. 마티스(프랑스 출신의 색채 화가)는 관능적인 색의 세계를, 피카소(스페인 출신의 입체파 화가)는 큐비즘을 발전시켰고 뒤샹(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프랑스의 혁명적인 미술가)은 변기로 현대미술을 뒤바꿔놓았다. 후에 마티스는 시력이 나빠져서 그림 대신 콜라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고, 드가(근대적 감각을 표현한 프랑스 화가) 또한 시력이 나빠져 청동 조각 작업을 해나가면서까지 작품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미술을 하면서 이들과 같은 업적을 남겨야지.” “작가가 되어야지.”라고 누군가 나에게 말한다면 안타깝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 내가 예술고등학교에 가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 때문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정말 미술계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작가가 되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단순하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좀 더 배우기 위해 입학을 꿈꿨던 것이다. 그런 나에게 입학 후 초반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화가가 돼라.”라는 말이었다. 물론 1학년 전체에게 한 선생님이 계속 얘기한 것이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좀 듣기 불편했다. 지금 당장 30분 뒤에 내가 뭘 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내일 일어날 일, 일주일 뒤 일어날 일, 한 달 뒤, 1년 뒤,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지 모르고 내가 어떤 전공을 결정할지도 모르고 누구를 만나며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는데 뜬금없이 화가라니... 생각도 경험도 아직 부족한 나로서는 굉장히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나름 가치 있는 고민을 한 것 같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종이에 비유하자면 나름 뭔가를 그려보겠다고 일단 연필선을 막 긋긴 했는데 이도 저도 아닌 형태가 남아있는 상태라고 생각했다. 대략적인 윤곽만 잡혀있고 형태는 없는 그런 상태.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그림을 형태를 완성하는 과정이라는 말로 설명하신다. 초반에 스케치를 다 뜨고 들어가도 그것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형태를 보고 고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니까 지금 윤곽만 대략 잡혀있는 상태라 해도, 완성될 그림은 전혀 다른 형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살면서 어느 날은 그림이 정말 그리기 싫을 때가 있다가도 어느 날은 또 너무 좋아서 그림에 몰입하는 순간도 있다. 애정 없는 하루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느 날은 또 사랑으로 가득 차서 기분 좋은 하루가 있을 수도 있다. 살면서 열정이 없냐고 꾸짖음을 받을 수도 있고, 이 사람은 이 나이 때 이 정도의 실력을, 생각을 했는데 너는 왜 그렇지 못하냐는 말도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늘 세상에서 비교당하고 실력으로 부족하단 소리를 듣는 순간에 하나님을 떠올리면, 갑자기 하나님이 라는 작품을 진행 중인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은 아직 나의 형태를 완성 짓지 않으셨고 라는 작품이 진행 중임을, 그리고 애정이 있기에 여전히 진행 중이심을 깨달으면 그래 아무렴 어때라고 생각하고 다시 기운을 내게 된다. 때로는 나의 그림은 어떨까, 나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고민을 한 적이 있지만, 하나님이 완성시킬 나의 모습을 나는 어떻게 해도 알 수 없기에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계획이 있고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위대한 창조가 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완성시킬 내 모습을 기대하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8U3saQ3UEG6nAvxCTgPxLar7afE3FowC.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86

#87.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뒤를 따르는 첫발걸음 _ 박다애 file

8월이면 매 년 돌아오는 청년1부 헵시바 정기총회가 이번 연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39대 임원단을 마무리하며 잠시 바빴던 교회생활이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생각하던 찰나, 4부 청년연합예배...

 
2016-11-14 706
85

#86. 에노스, 너무나 에노스적인 _ 하찬영 file

‘그렇다고 그가 수천억 대의 자산가가 되고 싶어 하거나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꿀 혁명적인 무엇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렇게 돈에 눈이 먼 탐욕스런 인간은 아니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자 하는 위대한 혁명가는 더더욱 아니다. 이래저...

 
2016-11-08 499
84

#85. 3대 영(靈)양소 _ 박승현 file

# 천고마비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인데, 왜 내가 살이 찌고 있는지? 가을에는 식욕이 왕성해져 다이어트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여기에 식욕이 증가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적어져 기분 조절, 식욕, 수면 ...

 
2016-10-31 428
83

#84. 회고록 _ 송인호 file

회고록의 뜻이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전적 의미에 앞서 파워링크라고 나오는 수많은 회고록 대행업체(작가)들의 명단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쓰...

 
2016-10-23 529
82

#83. 언약과 구속의 흐름을 깨닫게 한 음악회 _ 김정규 file

푸른동산 수련원 청평 호반음악회를 마치고 10월 1일 연주회를 치르는 당일, 아침부터 청평 호반의 물은 더욱 푸른빛을 발했습니다.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청평의 물빛을 쉬지 않고 훔쳐보았습니다. 이 물은 어디에 있든지 하나님이 세상을 ...

 
2016-10-17 459
81

#82. 은혜와 율법주의 _ 김형주 file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집에 가전제품이 저절로 작동하는가 하면, 사람도 없는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멈추면서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계속합니다. 이런 진풍경이 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 동안 세계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얼핏 들으면 괴담에나...

 
2016-10-09 540
80

#81. 사랑에 대하여 _ 홍미례 file

사랑에 대하여,라고 제목을 잡았다고 해서 이 글 속에 뭔가 거창한, 혹은 뜨거운 것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썼던 글 중에 이 글이 가장 무심하고 냉랭한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나는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고 ...

 
2016-10-04 471
79

#80. 시간의 가치 _ 홍봉준 file

 모든 물건은 만들어져 포장을 뜯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중고품이 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백화점에 진열된 처음 제품이 100만원이라면, 계절이 가도 팔리지 않은 옷은 다음 2차 시장인 마트나 할인점에서 40~5...

 
2016-09-26 1863
78

#79.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_ 원재웅 file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2016-09-18 505
77

#78. 신은 죽었다고? _ 강명선 file

쌀쌀한 여름밤이었다. 아들과 나는 동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집을 향해 걷던 길이었다. 기분이 좋았던 나는 4학년 2 학기를 맞은 아들에게 새 학기에 대한 격려와 칭찬의 말을 해주고 있던 참이었다. ‘엄마, 나는 못생겼어. 나는 ...

 
2016-09-18 473
76

#77. 지리산 기도처를 다녀오며 _ 김태훈 file

“총무님, 도착하셨나요?” “예, 저는 좀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디쯤 오셨어요?” “지금 두 정거장 정도 남았는데 혹시 시간 안에 도착 못하면 버스 못 떠나게 꽉 잡고 계세요” “네 걱정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천천히 오시라고는 ...

 
2016-09-05 907
75

#76. 오보 _ 김진영 file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하루하루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현행 전기 요금 누진제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에어컨을 하루 ...

 
2016-08-29 505
74

#75.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_ 박남선 file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미디어 매체들은 마치 우리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 세대의 어두운 면들을 자주 논하곤 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불황과 청년 취업난, 북한의 지...

 
2016-08-21 567
73

#74. 공짜는 없다 _ 지근욱 file

몇달전 중국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공항에서 로밍 서비스와 데이터 사용 서비스도 문의했다. 중국에서도 개인적, 업무적으로 활용하는 카톡을 계속 사용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데이터 무한 사용 기준으로 하루에 1만원, 5일이면 5만원이라는 설명이다...

 
2016-08-13 613
72

#73. 집중과 몰입의 애티튜드 _ 하찬영 file

사명감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내가 해야 한다는, 나 밖에 없다는 그런 느낌말이다. 꽤 오래전 일인데 지금 와서 그때를 떠올려보면 너무나도 어이가 없다. 아무튼 그런 마음으로 워크샵(영화시나리오 작법에 관한, 약 6개월 코스였는데 비용이 ...

 
2016-07-31 643
71

#72. 수련회의 추억 _ 박승현 file

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2016-07-24 517
70

#71. 사드 단상 _ 송인호 file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이라면, 7월 역시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진 지 63주년이 되는 달이다. 전쟁 통에 태어나거나, 해방 전후 태어난 분들도 이제 어언 70대에 도달하셨고 헤어진 이산가족들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사랑 웅변대...

 
2016-07-18 467
69

#70. 말씀의 아버지와 함께한 21년 간의 동시대 _ 박다애 file

음악의 아버지 바흐,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과 사회에 큰 공헌을 세운 사람을 ‘대가’라고 합니다. (대가(大家)[대ː가] [명사] 1.전문분야에서 뛰어나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 동시대 혹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손...

 
2016-07-10 693
68

#69. 맥추절과 진심 _ 김형주 file

올해도 벌써 반절이 지나갔습니다. 어김없이 올해도 7월 첫째 주, 맥추절이 돌아왔습니다. 맥추(麥秋)라고 하면 자연히 보리추수가 연상되지만, 히브리 원어에 맥추는 카찌르(קָצִיר)로 추수, 수확이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밀이 ...

 
2016-07-02 588
67

#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552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