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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의 의미가 '경건'에서부터 '고통의 내면적인 공감'또는 '동정심'으로 바뀌어 가면서 피에타의 도상은 초대와 동참에서 차츰 육화와 수난에 관한 신비를 엿보는 열쇠가 되었다.
이탈리아의 피에타 도상이 초기에는 독일의 베스퍼 전통을 따라서 마리아가 무릎 위에 예수의 시신을 올려 두고 눈물을 떨구거나 뻣뻣이 굳은 사지를 어루만지는 간절한 자세를 그대로 수용했지만, 곧 다양한 주제적 변주를 실험한다.

예컨대 누운 시신을 일으켜 세운 피에타, 또는 마리아와 요한을 대신해서 천사들이 시신을 부축하는 천사의 피에타가 뒤따라 선보인다. 천사의 피에타는 1400년 무렵 프랑스에서 처음 나왔다.


안토넬로의 피에타는 보는 이의 시점에서 비켜 앉아 있다. 돌아앉은 구성은 피에타의 전례없는 파격이다. 눈을 감은 예수와 그의 허리를 지탱하는 어린 천사의 대비는 차가운 죽음의 안식과 뜨거운 삶의 고통만큼 격렬하다.

안토넬로는 경배화에서 고귀한 신성의 아루라를 걷어 냈다. 예수의 죽음이 비로소 죽음답다. 죽은 자의 머리가 힘없이 젖혀져 있다. 눈자위가 거뭇하게 짓물렀다. 입술이 벌어진 것은 경직된 목 근육이 아래턱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안토넬로의 냉혹한 '자연주의적 시선'은 아름다운 예수의 기억을 색채의 조화로운 베일에 감쌀 줄 알았던 벨리니의 서정적인 붓과 얼마나 다른가.

누렇게 물기 빠진 시신의 무게가 보는 이의 시선을 가깝게 점유한다. 공격적인 접근 시점은 차분한 명상의 여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죽은 자의 고통을 어루만지기에 하늘빛은 너무도 청명하다.예수의 상체를 힘겹게 돌려 세우는 천사의 안간힘이 애처롭다. 예수의 오른손목 관절이 꺾여 있다. 손아귀에 죽음을 쥐었다가 놓았다.

아담의 해골일까? 오른손은 십자가 책형의 고통을 그대로 간직한다. 어린 천사의 눈이 생때같은 애곡의 표정을 담았다. '보는 이의 눈물을 자아내려면, 네가 먼저 울어야 한다.'는 호라티우스의 금언이 안토넬로의 붓을 이끌었다.

▶ 안토넬로 다 메시나,<천사의 피에타>, 1476년 무렵, 74x51cm 프라도 박물관,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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