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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5

성 보나벤투라는 1262년 아씨시의 성자 프란체스코의 삶에 대한 감동적인 전기를 남겼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토마스 데 첼라노가 쓴 전기가 성자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프란체스코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가까이 친분을 나누었던 첼라노는 성자의 용모와 습관에 대해서 실감나게 증언한다.

'프란체스코는 말주변이 뛰어난 데다 명랑한 안색과 정감 있는 표정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체구는 우람하기보다 아담했고, 머리도 작고 둥근 편이었다. 얼굴은 약간 길고 홀쭉했으며, 이마는 반듯했지만 높지 않았다. 크지 않은 눈에 검은 눈동자가 맑았다. 머리카락은 짙은 색에다 눈썹이 바르게 뻗었다. 코는 수려하고 굴곡 없이 곧았다. 작은 귀가 약간 치켜 올라갔고 관자놀이는 밋밋했다. 입을 열면 힘차고 감미롭고 깨끗하고 청아한 음성이 울려 나왔다. 희고 가지런한 이빨은 잇새 틈이 벌어지지 않았다. 입술은 두텁지 않고 표정이 있었다. 검은 수염을 길렀지만 털복숭이는 아니었다. 가느다란 목, 펴진 어깨. 짧은 팔, 섬세한 손, 마디 긴 손가락, 내민듯한 손톱, 깡마른 다리, 아주 작은 발과 맑은 피부를 가졌고 항상 거친 옷을 걸쳤다.'

13세기 화가들은 첼라노의 전기를 꼼꼼히 읽었다. 여윈 듯한 얼굴에 단정한 눈썹과 반듯하게 뻗은 코가 인상적인 프란체스코의 생김새가 13세기 회화에 충실히 반영된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조토 이후 프란체스코는 용모를 일신한다. 손발이 커지고 강단진 얼굴에다 쏘는 듯한 눈빛으로 바뀐 것이다.

조토의 성자는 턱수염을 깔끔하게 손질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수염 없는 프란체스코가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맨턱의 프란체스코는 초기 르네상스까지 주류를 이루다가 성기 르네상스에 접어들어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첼라노의 기록대로 듬성한 수염이 아니라 화가의 취향 따라 내키는 대로 기르는 것이 성자의 이전 도상과 달라진 점이다.

1224년 9월24일, 골고다 언덕에 십자가를 세운 일을 기리는 날이었다. 알베르나 산의 한적한 곳에서 프란체스코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다. 세랍이 날개를 휘저으며 나타난 것이다. 세랍의 형상을 자세히 보니 십자가에 못박힌 이가 그 안에 있는데, 손과 발에 예수의 못 자국이 나 있고 옆구리에도 창상이 선명했다. 프란체스코가 스티그마타의 고통을 나누었음은 물론이다.

이사야 6장은 날개 여섯 달린 세랍이 예수의 몸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토는 예언서의 기록을 따랐다. 그러나 세랍이 십자가에 예수가 못박힌 형상을 받쳐 들었던 이전의 도상에서 한걸음 나아갔다. 예수의 다섯 상처는 프란체스코의 몸에 이식된다. 묵은 상처와 새 상처를 잇는 다섯 가닥 밝은 빛줄기가 하늘에서 알베르나 산정까지 걸쳐져 있다. 프란체스코의 허리끈이 늘어져 있다.

세 마디 매듭은 청빈,복종,순결의 덕목을 나타낸다. 십자가를 생략한 탓에 예수의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솟아난 것처럼 보인다. 프란체스코의 뒤쪽으로 아담한 예배소와 제단이 보이고, 오른쪽 아래에 수사 레오가 자리잡고 있다. 레오는 조토 이후<프란체스코의 스티그마타>그림에서 단골 소재로 자리잡는다. 보는 이에게 알베르나 산정의 기적을 증언하는 역할을 맡았다.

▶ 조토,<성 프란체스코의 스티그마타>,1295~1300년, 성 프란체스코 상부 바실리카, 아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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