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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1

초기 기독 미술에서 막달라 마리아는 선교 성녀로 숭배되었다. 박해를 피해 신자들과 한척의 배에 의지해서 풍랑 끝에 마르세유 향에 기착한 성녀는 막시미누스 주교와 더불어 많은 이적들을 행한다. 선교 성녀가 참회하는 속죄 성녀로 탈바꿈한 것은 10세기 무렵 이탈리아의 사상이다. '주님의 발에 입맞춤했던 달콤한 입술로'군주와 군중을 설득하며 신앙의 보람찬 씨앗을 뿌리던 성녀가 인적 없는 광야에 은둔해서 타락한 과거를 돌이킨다.

클뤼니를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퍼져 나갔던 선교 성녀의 표상이 두에첸토 프란체스코 교단의 이데올로기로 대체된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카라바조는 닫힌 유형의 막달레나를 그렸다. 낮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자신을 낮추었다. 참회의 눈물이 콧등에 맺혔다. 눌러 참는 흐느낌에 어깨가 들먹인다. 속옷이 어깨에서 흘러 내리는 것도 몰랐다. 금붙이와 진주 목걸이는 벗어던졌다. 지상의 허영을 되돌아보는 일은 다시 없을 것이다. 아랫배를 그러잡고 두 손을 모은 자세는 광야에서 견뎌 낸 오랜 금식을 암시한다. 화가는 막달레나의 치마폭에다 커다란 성배를 그려 두었다.

광야의 막달레나가 방 안으로 들어온 것도 이상하지만, 실내의 조명이 너무 밝은 것도 수상하다. 죽음을 묵상할 해골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비추고 다그칠 촛불도, 거울도 채찍도 없다. 밝은 방에 앉아서 긴 머리를 풀어 내린 막달레나를 보고 벨로리는 '머리카락의 물기를 말리는 여인'이라고 보았다.

종교화를 풍속화로 읽었다. 눈앞의 모델을 그림으로 바로 옮기는 자연주의 화가의 직필 화법은 고전주의 미술 이론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종교 주체의 재현 양식으로 부적절하게 비쳤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이런 막달레나를 반겼다. 낮은 의자에 앉은 막달레나처럼 높은 곳에 걸렸던 종교화도 스스로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 카라바조,<참회하는 막달레나>, 1600년 이전, 106x97cm,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 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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