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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벨리니의 피에타는 제단화로 보기에 왜소하고 경배화치고는 거대하다. 가로로 누운 규격도 피에타 장면을 담기에 흔치 않은 선택이다. 때는 해거름녘, 저녁 무렵의 붉은 노을이 죽은 예수의 창백한 시신에 비끼고 있다. 석관 이마를 짚은 죽은 자의 오른손이 길고 차가운 그림자를 끈다. 배경 풍경은 봄이 멀지 않은 늦겨울, 또는 겨울을 떨구지 못한 이른 봄이다. 마리아와 어린 요한이 매장할 시신을 양쪽에서 지탱한다. 석관 속에 서서 상반신을 드러내는 죽은 예수의 도상은 동방 미술의 '이마고 피에타티스'를 응용했다. 벨리니는 피에타의 동방적 원형에다 어머니와 제자를 붙여 세워서 이탈리아 피에타의 한 유형을 완성한다. 시신의 머리에다 가시 면류관을 씌운 것도 원형 피에타에 없던 새로운 첨가물이다.

예수는 두 눈을 감고 있다. 고통을 완성한 자의 표정이다. 마지막 기도를 뱉어 냈던 입술은 여전히 벌어져 있다. 아들과 얼굴을 맞댄 마리아의 표정은 더없이 침통하다. 눈시울이 부풀어올랐다. 충혈된 눈에 눈물이 어렸다. 마리아의 입술은 죽은 아들의 입술을 찾는다. 탄식과 절망은 고통과 죽음에 이처럼 가까이 있다. 어머니의 입술이 아들의 입술을 더듬는 것처럼, 산자의 손이 죽은 자의 손을 어루만진다. 고통과 수난의표정, 예수의 상처가 보는 이의 눈앞에 드러났다.

어린 요한은 예수를 끌어안고 외친다. 그의 얼굴은 그림 바깥의 구경꾼들에게 호소한다. 그의 눈시울도 달아올랐다. 긴장한 목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마리아가 내면으로 가라앉는 슬픔이라면, 요한은 이 세상을 꾸짖으며 부르짖는 절규다. 그의 외침이 격정에 찬 것일수록 예수의 죽음은 돌이킬수 없이 된다.

석관 이마에다 벨리니는 옛 시구를 적어 두었다. 고대 시인 프로페르티우스의 인용이다. 여기서 입을 열어 말하는 사람은 그림속의 죽은 이다.

'부어 오른 눈에서 비애가 솟구칠 때, 요한네스 벨리니의 그림도 눈물을 흘리리.'

▶ 조반니 벨리니,<피에타>,1470년 무렵, 86x107cm,피나코데카 디 브레라,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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