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휘장이 천개처럼 하늘을 둘러쳤다. 천개의 휘황한 어깨 뒤로 해와 달이 숨어 있다. 작은 나무 패널에 그려진 십자가 책형은 값진 채식 필사본을 옮겨 그린 것처럼 섬세하다.

골고타의 비극은 좌우 동형의 정연한 구성으로 짜여졌다. 인물군의 역할에 따라서 구분하자면 구성은 상중하 세 계단을 이룬다. 하단부는 왼쪽의 애도하는 무리와 오른쪽의 주사위를 놀리는 병사들로 나뉜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혼절하자 붉은 옷 입은 어린 요한이 뒤에서 부축한다. 이들은 모두 후광을 지녔다. 주사위 놀음을 하는 병사들 뒤로 로마 시민들과 유다인들이 언쟁을 벌인다. 십자가 바로 아래 물동이를 든 이는 '해면을 신 포도주에 적시어 갈대 끝에 꽂아 예수께 목을 축이라고 주는' 스테파톤이다.

중앙부는 창 끝으로 예수의 옆구리를 찌르는 왼쪽의 롱기누스와 오른쪽의 선한 백인 대장으로 나뉜다. 니고데모 복음서가 이름을 전하는 롱기누스는 간혹 선한 백인 대장과 혼동되기도 한다. 십자가 오른쪽에 붉은 옷을 입은 백인 대장은 'VERE FILIUS DEI ISTE'라고 씌어진 두루마리를 펼쳐보인다.

'이 사람이야 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라는 뜻이다. 화가는 선한 백인 대장의 얼굴에 1414년부터 이태 동안 쾰른에 머물렀던 황제 지기스문트의 초상을 새겨 넣었다.

상단부에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중심으로 좌우에 참회한 도적과 뉘우치지 않은 도적이 각각 배치되었다. 파란 옷 입은 천사 여섯이 둥글게 호를 이루며 예수의 주의를 맴돈다. 천사 셋은 애도의 자세를 취하고, 나머지 셋은 성배를 받쳐 들고 두손과 가슴의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보혈을 받는다.

성 베로니카 마이스터는 두 뼘 남짓한 패널 그림에다 무려 서른여덟 명의 등장인물을 그려 넣었다. 간단치 않은 구성을 짜면서도 줄거리의 세부를 다치지 않다. 후기 고딕의 빛나는 색채로 경건한 슬픔을 녹여 낼 줄 알았다.

▶ 성 베로니카 마이스터,<작은 골고타>, 1410-1420년, 50.5x37.5cm, 발라프-리하르츠 미술관, 쾰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