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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은 하늘의 생명을 소망하는 민족의 뿌리

백제에는 종교적 제의에 사용된 일곱 개의 날을 가진 칠지도가 있고, 신라에는 제사장의 도구였다는 일곱 개의 나뭇가지 모양이 있는 금관이 있다. 이와 함께 구약시대 이스라엘 성전에는 일곱 개의 촛대를 가진 메노라가 있다. 모양과 쓰임새가 유사한 이 세 가지는 한민족에게 하나의 연결된 메시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일곱 날 가진 백제의 칠지도
전체 길이가 75cm, 칼날의 길이는 65cm로 제련된 칼이 있다. 그것은 칼의 몸체 좌우에 세 개의 나뭇가지 모양의 칼이 뻗어 있고 본체 끝까지 합쳐서 모두 일곱 개라 하여 붙여진 '칠지도'(七支刀)다. 일본에서는 국보로 지정된 이 칠지도는 백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는 일본 나라현의 덴리시(天理市)에 있는 이소노카미 신궁에 보관돼 있다. 한국과학기술의 권위자이며 교육자로 알려진 재일교포 손재하 씨에 의하면 '이 칠지도의 칼 몸체의 앞면과 뒷면에는 61자의 글이 금으로 상감돼 있는데, 이 금의 순도는 분석결과 78%'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오가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백제 왕이 일본(왜) 왕에 헌상했다'는 일본의 주장이다. 반면 북한의 김석형이라는 학자에 의하면 '칠지도는 백제 왕이 신하뻘 되는 일본 왕에게 하사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이 칠지도는 백제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아주 성스러운 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유물로 읽는 우리 역사』의 저자 이덕일 씨와 이희근 씨에 의하면 '일곱 개의 날 또는 일곱 개의 곁가지는 시베리아 지역 부족들의 전통신앙에서 하늘세계 또는 영원한 생명을 나타내는 우주목(宇宙樹)'이라는 것이다. 또 이 우주목을 뜻하는 칠지도는 '종교적인 제의를 수행하는 제사도구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일곱 나뭇가지의 신라금관
백제의 일곱 개의 날을 가진 칠지도와 비슷한 흔적을 신라의 금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금관 또는 금동관(金銅冠)은 금을 숭배하고 사랑하던 신라인과 가야인이 살았던 현재의 경상남 · 북도 지역에서 골고루 발견된다. 주로 많이 발견되는 금관들의 모양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금으로 만든 '직각수지형 입식'(直角樹枝形 立飾)과 '녹각형 입식'(鹿角形 立飾), 그리고 생명을 상징하는 '곡옥'(曲玉) 등이다. 이 중에 '직각수지형 입식'은 곧게 뻗은 일곱 개의 나뭇가지 모양을 한 것으로 그 모양이 칠지도와 유사하다. 경주의 천마총 금관이 그 대표적인 것이며, 이 외에도 경주 금관총 금관과 금령총 금관 등이 일곱 개의 가지 모양을 가진 입식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경주, 대구, 양산, 부산, 경산, 안동 등에서 발견되는 금동관 등에서도 나타난다.
이렇게 한반도 전국 곳곳에 일곱 개의 나뭇가지 모양을 한 금관 또는 금동관이 발견되고 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인 김병모 박사는 이러한 직각수지형 입식이 생명나무와 하늘에 제사드리는 사제(司祭)와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금관을 사용했던 민족이 바로 시베리아와 알타이에 연결돼 있다고 한다.

일곱 등대를 가진 이스라엘의 메노라
백제의 칠지도, 신라의 금관과 같은 유사형태를 가진 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메노라'(Menorah; lampstand)다. 이것은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정금으로 만든 일곱 개의 가지가 달린 등잔대를 가리키는 히브리어다(출25:31-40, 왕하4:10). 이 메노라는 하나님의 성전에서 사용하기 위해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모세가 만든 것이다. 메노라의 등대줄기를 포함한 일곱 개의 가지에는 각각 살구꽃 형상의 잔과 꽃 받침과 꽃이 있다. 그리고 잔에는 정결한 감람나무 기름이 가득 담기도록 했고, 등잔불은 끊이지 않고 켜 있어야 했다(레24:2). 이것을 스가랴 선지자는 환상 가운데 보게 되는데, 특이한 것은 등잔의 꼭대기에 주발 같은 것이 있어 등대 좌우편에 있는 두 감람나무로부터 나오는 기름이 일곱 금관(the golden pipes)을 통해 순금등대의 등잔으로 계속 공급된다는 것이다(슥4:2-3).
미국 보스턴 대학의 죠오지 니드햄 박사에 의하면 이 등대와 딸린 기구들의 가치는 약5만불에 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이스라엘 의회건물 입구 쪽에서 약 4.8m 높이의 메노라를 볼 수 있다. 이스라엘과 유대역사관을 나타내는 이 상징물은 영국의회에 의해 기증된 것이다. 진 쿠퍼는 그의 저서 『세계문화상징사전』에서 이 촛대의 일곱 등대는 우주목(宇鑄樹) 또는 우주축(宇宙軸)으로 영원한 하늘의 생명을 땅에 전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하고 있다.

영생을 뜻하는 일곱 가지의 우주목
지금까지 살펴본 백제의 칠지도와 신라 금관의 직각수지형 입식, 그리고 이스라엘의 메노라는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먼저 일곱 개의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영원한 하늘의 생명을 뜻하는 우주목으로 상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 제사드리는 도구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나라(B.C. 206 - A.D. 8C)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일곱 가지의 나무가 양각돼 있는 점토 기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한스 핀트아이젠(Hans Findeissen)이라는 고고학 학자는 '이 기와가 일곱 가지를 가진 우주나무로는 가장 오래 된 것으로 제사를 드리는 샤면과 연관돼 있다'고 추정한다. 일곱과 우주나무, 제사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러한 유물들은 메소포타미아와 시베리아, 중앙아시아와 한반도 등의 알타이 지역을 중심으로 발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곱개의 가지와 우주나무 등의 공통점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상징의 비밀』이라는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폰태너에 의하면 신 또는 하늘의 숫자 3과 인간의 숫자 4의 합계인 7은 대우주와 소우주를 나타내며, 신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해준다고 말한다. 성경적으로 말한다면 7이라는 숫자는 하나님 아버지께서 천지창조 후 안식하신 일곱째 날이며,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영원한 대제사장으로 오신 예수께서 남기신 십자가상의 일곱 말씀, 그리고 마지막 심판을 나타내는 일곱 인, 일곱 나팔, 일곱 대접 등을 의미하는 완전수라 하겠다(창2:2-3, 마27:46, 눅23:34, 43, 46, 요19:26-27, 28, 30, 계6:1, 8:6, 15:1). 특히 구원에 있어서는 생명나무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말씀을 뜻하는 것이다(창2:9, 눅23:31, 요6:63). 한 마디로 칠지도와 금관, 그리고 메노라의 일곱은 창조주 하나님 완전한 구원에 대한 소망을 가진 민족의 발자취라 할 수 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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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성서백과대사전 Vol.6> 민영진 편(서울, 성서교재간행사,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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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존킹의 <수와 신비주의>, 김창국 역(서울, 열린책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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