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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8


영원한 도시(Citta' Eterna) 로마를 찾은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 중의 하나가 카타콤베이다.
카타콤베는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의 교황, 성인, 순교자, 그리고 수많은 일반 신자들의 무덤이 있는 지하공동 묘지이다. 이 카타콤베 미술이 그리스도교 미술의 뿌리가 되었기에 중세 그리스도교 미술을 소개하기전에 이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이 지하공동묘지에 남겨진 프레스코 벽화를 비롯한 다수의 고대 석관들은 서기부터 5세기경까지의 초기 교회미술 및 중세 미술을 연구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자료이다. 카타콤베에 그려진 그림은 그리스도인들이 박해받던 시절, 그들의 구원과 부활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 그림들을 통해 성화의 탄생경로를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전통미술과의 융합이다. 즉, 기존의 그리스 로마미술의 형식을 이어받으면서 그 의미를 그리스도교적으로 전이시킨 것이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설파하며 교세가 확장되기 시작할 때 즈음 성화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처음 예수의 모습을 그려야 했던 화가들은 어떤 형상으로 표현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이 미술가들이 적당하다고 여긴 모델이 그리스의 신 아폴론이었다. 전지전능한 태양의 신이자, 아름다운 외모로 표현되던 아폴론은 ‘진정한 빛’인 예수의 이미지와 잘 부합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창기 예수의 모습은 수염이 없는 아름다운 아폴론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러한 예수는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오늘날 우리가 친숙하게 생각하는 수염 달린 예수의 모습은 6세기 이후에 등장했다.   카타콤베의 벽에 포도덩쿨이 많이 그려져있는데, 이 또한 자연주의를 추구하던 그리스 로마 미술에서 기원한 것이다. 당시 로마인들은 별장의 벽을 장식할 때 포도덩쿨을 즐겨 사용하였다. 이 장식이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이다.”라는 예수의 말씀과 부합되면서 화가들이 이를 즐겨 그리게되었다

도판1 <카타콤베에서 발견된 물고기 형상>
그밖에 로마인들이 자주 그리던 빵이나 물고기 역시 그리스도교의 상징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물고기를 뜻하는 그리스어(ΙΧΘΣU)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며 구원자이다.”라는 말의 첫 글자를 따온 말과 같아서 물고기는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에 의해 교인을 상징하는 암호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도판 3, <카타콤베에서 발견된 물고기 형상>) 이처럼 그리스도교 미술의 형식과 도상은 이전의 로마 헬레니즘 미술에서 유래하였으나, 그 의미를 새롭게 하며 거듭나게되었다.
 

 

다음으로 살펴볼 예는 <착한 목자>도상이다. 착한 목자 도상은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이는 예수를 상징하며 그 기원은 주지하듯이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목자에 비유하고 있는데, 신약성서 곳곳에서 착한 목자와 양의 비유가 보인다. “ 너희 가운데 누가 양 백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한 마리를 잃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아흔 아홉 마리는 들판에 둔 채 잃은 양을 찾아 헤매지 않겠느냐? 그러다가 찾게되면 기뻐서 양을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와 …(중략)… 회개할 것이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죄인 한 사람이 회개하는 것을 하늘에서는 더 기뻐할 것이다.” 여기서 착한 목자가 길 잃은 양을 찾아서 어깨에 메고 나오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칼릭스투스 카타콤베에서 발견된 3세기경의 <착한 목자>는 왼손으로는 양을 잡고 있고 오른손으로는 우유통을 들고 있다. 우유통을 들고 있는 착한 목자 역시 성경에 근원을 두고 있다. 성 바울은 신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교인들이 아직 영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에 소화할 능력이 없는 단단한 음식을 먹이지 않고 젖을 먹였다는 비유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이러한 도상은 4세기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데, 피오크리스천 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착한 목자>는 등신대 크기의 환조로, 양을 메고 있는 자세와 어깨에 멘 가방이 앞서 살펴본 착한 목자상과 비슷하다. 이 작품은 헬레니즘 조각의 전통을 이어받아 이상적인 인체비례를 따르고 있고, S자형의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자세를 통해 자연스럽게 운동감을 살리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은 5세기와 6세기를 거치면서 점차 헬레니즘 미술과는 다르게 발전하며 고유의 양식을 구축하게 된다. 고유의 양식을 가지게 된 그리스도교 미술은 중세 시기의 서양 미술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며 오직 하나님 중심으로, 신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신본주의 사상과도 합치되는 특징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중세미술은 인본주의 사상이 득세하는 르네상스 시대 전까지 서양미술을 장악하며 현재 남아있는 대부분의 교회미술을 차지하게 되었다.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 대한 소개는 여기서 마치고 앞으로는 서양 중세 미술에 대해서 소개할 것을 약속하며 이 글을 마친다.


윤 경희(독립 큐레이터)

고종희, 『명화로 읽는 성서』, 한길 아트, pp223-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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