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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5

이번에 소개할 그림은 흔히 “빛의 화가”라고 불리는 렘브란트(Rembrandt van Rijn, 1606-69)의 <십자가 세우기>이다. 렘브란트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로 젊은 시절 유명한 초상화가로 명성과 부를 누리다가 말년에는 세속적 인기 몰락에 따른 파산, 가족의 사망 등으로 비참하게 인생을 마친 화가이다. 
이 그림에 대해서 얘기하기 전에 렘브란트가 활동한 17세기에 대해서 설명함으로써 사회적 변화와 미술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를 알리기 위함이다.



16세기 이전 즉, 르네상스 시대까지 서양의 회화는 성화가 대부분이었고 신화적 주제화나 초상화 정도뿐이었다. 
그러나 17세기에 들어서 회화의 장르에 풍경화, 정물화, 풍속화가 가세하게 되었다. 이것은 종교의 영향 때문인데, 종교개혁 이후 교회는 물론, 신자들에게도 엄격한 금욕생활이 요구되었다. 이 때문에 교회를 미술품으로 장식하던 이전의 관행이 개신교 국가에서는 폐지되었다.  개신교 교회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곳일지라도 카톨릭 성당과 같은 미술품 장식이 거의 없다. 
이는 종교 개혁 이후 개신교 국가에서는 교회가 더 이상 미술품을 주문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미술가들의 최대 후원자였던 교회가 성화제작을 금지하자 화가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다. 주된 후원자들은 자구책으로 일반인들이 구입할 수 있는 그림으로 전환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풍경화, 정물화, 풍속화이다. 우리들은 풍경화나 정물화 같은 그림들이 처음부터 존재했으리라 막연히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두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서양에서 이들 그림의 역사는 불과 400년 정도인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렘브란트의 <십자가 세우기>에 대해서 얘기해보면, 그림 속에서는 예수를 못 박은 십자가가 지금 막 세워지고 있고, 예수는 아직 살아 있으며 두 눈을 뜬 채 괴로워하고 있다.
예수의 몸에서는 아직도 새빨간 피가 흐르고 있다. 몸의 무게 때문에 십자가를 세우기가 쉽지 않은 듯 사람들이 앞뒤에서 힘겹게 밀고 또 당기고 있다. 사선으로 매달려 있는 예수의 알몸 위로 하얗게 빛이 부서지고 있다. 화가는 장면의 핵심 부분을 마치 무대 위의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것처럼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고 나머지는 어둠 속에 묻어두고 있다.

이는 렘브란트의 특징 중의 하나로 그림의 주요 부분을 빛을 통해서 극적으로 전개시킨다. 또한 흔한 도상(圖像)에서 탈피하여 독특한 장면을 연출한 것도 색다르다.1) 이와 같은 주제의 그림은 수없이 그려져 왔다. 대부분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이미 숨을 거둔 상태로 좌, 우 강도의 십자가와 함께 서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17세기를 대표하는 거장 렘브란트는 성경을 숙고하는 가운데 모든 이들이 당연시 여기는 예수의 십자가상의 죽음을, 그 고통을 생생히 표현하고 있다. 이는 목사님께서 강조하는 영이 육신이 되어 오신, 아무 죄 없는 예수가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죽어갔는지, 누구의 죄 때문인지, 누구 때문인지를...깨닫기 바라는 간곡한 설교와도 일맥 상통한다. 렘브란트의 그림에도 성령이 함께 하시어, 예수의 고통에 무감각한 인간들에게 제대로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하심이 하나님의 뜻일 것이다.
 


렘브란트의 이 그림은 독창성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작가들의 작품을 참조하고 있다. 십자가를 세우는 장면은 루벤스(Rubens)에게서, 극적인 채광(採光)은 카라밧지오(Caravaggio)에게서 색채와 화법은 티치아노(Titian)에게서 영향받았음이 틀림없다. 사실 화가의 역량은 고대나 당대의 작품에서 자양분을 흡수하되, 어떻게 독창적으로 재창조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볼 때, 렘브란트는 이런 면에서 아주 훌륭한 역량의 소유자였음이 분명하다.

훌륭한 화가 렘브란트가 말년에 대중적 인기가 떨어지게 된 것은 그가 시대적 유행에 부응하고 그림 구입자들의 구미에 따르기보다는 참된 예술을 추구하여서 대중들의 이해를 얻지 못한 데에 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진정한 평가는 역사가 해주는 것으로 현대에는 17세기 네델란드의 그 어떤 인기 작가보다도 렘브란트의 이름만이 우리의 뇌리 속에 남아 있다.
100여 점에 달하는 자화상을 그린 렘브란트. 아마도 그림 주문이 끊긴 상황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인생과 예술을 돌이켜보지 않았을까? 아마도 부와 명예가 덧없음을 절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결국,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 뿐이고 오직 하나님 말씀만이 영원한 것이다.



윤 경 희 (독립 큐레이터)

1) 렘브란트가 초상화에서 즐겨 사용한 조명방식에서 기인하여“ 렘브란트 라이팅(LIGHTING)이라는 용어가 생겼을 정도이다. 즉, 초상화에서 ”그려지는 인물“의 사후방(斜後方) 45도 근처에 광원을 두는 반역광 기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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