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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31

1294년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서 모인 추기경들의 마음은 명성이 자자한 거룩한 은둔자에게 쏠려 있었다. 추기경들은 이 사람을 설득해서 교황 셀레스티누스 5세로 등극시켰지만 12월에 그는 사임하고 말았다. 이로써 거룩함만 가지고 교황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었다. 교황의 정부에는 강력한 지도자와 행정자가 필요하였다. 

셀레스티누스의 뒤를 이은 사람은 보니파키우스 8세(1295년-1303년 재위)였다. 그는 막강한 케타니 가문 출신이었다. 보니파키우스 앞에 놓인 미래는 거침없는 것처럼 보였다. 교회의 여러 기관들은 개혁되었고 수사들은 일반 백성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설교를 하였다.

프랑스 유수

보니파키우스는 과거 어느 교황의 칙령보다도 더 강력한 칙령인 "우남 상탐(Unam Sanctam)"을 반포하면서 모든 이들이 교황의 권위에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로써 교황은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하는 유럽의 새로운 정치 세력인 민족국가 제도와 충돌하였다. 민족국가는 교황에게 커다란 도전 세력이었다. 1303년 프랑스 성직자의 세금 징수 문제에 대해서 프랑스의 공평 왕 필립과 갈등을 빚자 연로한 교황은 아냐니의 노가르트의 설득에 넘어간 결과였는데, 결국 교황은 궁정에 갇힌 꼴이 되었다. 며칠 후 로마로 돌아온 교황은 뜻밖의 죽음을 당혀였다.

그러자 추기경들은 페루기아에 모여서 새로운 교황을 뽑고자 하였다. 1년 가까이 논쟁을 거듭한 결과 그들은 보르도의 대주교인 베르트란트 드 고트를 교황으로 선출하였다. 그는 교황의 이름으로 클레멘스5세(1305년-14년 재위)를 택하였다. 추기경회의 일원도 아니고 추기경들이 모여서 교황을 뽑는 교황 선거회(콘클라베)에도 참석하지 않은 그였지만, 그는 프랑스 국왕의 친구였다. 사람들은 그가 교황청과 프랑스 사이의 관계를 정상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대주교 베르트란트는 대관식을 위해서 로마로 가야 했지만, 그는 리용에서 대관식을 거행하고자 하였다. 그는 로마로 가지 않고 프랑스에서 버티다가 마침내 공평 왕 필립의 제안으로 프랑스 남부 해안 가까운 바다에 아비뇽에 머물게 되었다. 

교황은 이제 프랑스 국왕의 충성스러운 가신(家臣)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영혼은 사랑 없이는 살수 없다. 왜냐하면 영혼은 사랑하도록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시에나의 성 카타리나-

그의 뒤를 이은 여섯 명의 교황은 모두 프랑스인이 었으며 그들도 모두 아비뇽에 머물렀다. 교황이 아비뇽에 있는 것을 가리켜서 당대의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빌론에 끌려 갔던 일을 빗대어서 '교회의 바빌론 유수'라고 불렀다. 이것은 기독교에 하나의 커다란 스캔들이었다. 프랑스 출신 교황은 기독교 세계의 당당한 통치자가 아니라 세속의 귀족처럼 보였다. 뿐만 아니라 교황의 지출이 늘어나자 아비뇽의 교황들은 과거의 교황보다 많은 세금을 교회에 부과하였다. 그들은 주교의 세입을 착복했으며,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고, 십자군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일반 행정에 들어가는 돈을 세금으로 거두어들였다.

나아가 그들은 교황청을 프랑스 사람들로 채워 버림으로써 대단한 원성을 사게 되었다. 1340년대 말 흑사병이 창궐해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죽자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당시대가 범한 죄, 그중에서도 교황의 죄에 대한 심판이라고 여겼다. 마침내 1377년, 교황의 명성이 완전히 땅에 떨어진 가운데 그레고리우스 11세(1371년-78년 재위)가 초라한 모습으로 로마로 돌아왔다.

이탈리아의 신비주의자 시에나의 카타리나가 교황을 설득한 결과였다. 카타리나의 열렬한 신앙은 교황이 갖지 못했던 영성적 권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의 이런 행동이 교황의 권위를 더욱 추락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가 없었다.


▶ 종교재판 - 교황의 숨은 무기


종교재판은 이단을 찾아 내서 그들을 전향시키거나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교황청으로부터 위임받았다. 1300년대에는 거의 실시되지 않았지만 정통성이 흔들리는 사람들에게는 종교 재판이 위협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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