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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1

코린토스식 기둥머리를 엎어서 걸터앉은 바쎄바는 목욕을 마친 참이다. 오른쪽 시녀가 마른수건으로 발을 닦는 동안 왼쪽 시녀가 겉옷을 대령한다. 바쎄바의 오른쪽 어깨를 스치는 머리카라은 머리의 움직임을 반영한다. 허벅지를 벌려서 교차시키고 두팔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바쎄바의 앉은 자세는 시스티나 천장화에 등장하는 미켈란젤로의 남성인체 '이뉴도'의 인용이다. 그녀의 얼굴도 미켈란젤로의 마돈나와 한 자매처럼 닮았다. 피렌체의 예술은 이처럼 미켈란젤로의 영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날디니의 회화가 미켈란젤로의 천재에 바쳐진 헌사로 해석되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 이다. 닐디니는 뒤쪽 건축군을 저녁 어스름 속에 감추었다. 다윗의 욕정과 바쎄바의 수치도 감추어졌다. 여인의 알몸이 그리는 윤곽선은 암회색 대리석처럼 단단하다.

화가는 성서 주제를 빌미 삼아 붓의 조형성을 실험한다. 색을 대리석으로, 붓을 끌로 삼아서 그림의 이차원적 평면 위에 조형적 실물감을 획득하는 일이 그의 관심이다. 고대 조각가가 칼리마코스가 코린토스식 기둥머리에 아칸투스 잎새와 꽃대를 새겨서 조각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었던 것처럼, 날디니는 신적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끌 자국을 뒤쫓아서 회화의 영토를 넓힌다.

▶ 조반니 바티스타 날디니,<바쎄바의 목욕>, 16세기 후반, 182x150cm,에르미타주,페터스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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