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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수들은 떠났다. 죽었던 성자가 머리를 들었다. 시선도 들었따. 화살 맞은 몸을 일으킨 것은 두 번째 순교가 남았기 때문이다. 성자는 머리와 시선의 방향이 일치한다. 죽음처럼 무거운 어깨를 딛고 위로 젖힌 머리는 바로크 특유의 격정 형식이다. 그의 자세도 격정적이다.

임박한 죽음을 예비하는 고통의 원형, '엑셈플룸 돌로리스'가 화살을 맞고 서 있다. 루벤스는 순교 성자를 그리면서 둥근 기둥에 두 팔이 뒤로 묶여서 형리들의 채찍을 받는 '예수태형'의 낯익은 도상을 활용했다.

순교자의 몸에 박힌 화살 수가 크게 줄어든 대신, 알몸을 뒤트는 달콤한 관능미가 부각되었다.성자의 몸에 박힌 넉 대의 화살을 제거하면 고통의 흔적은 자취를 감춘다. 젊은순교 성자의 자세와 눈빛은 순교자의 피비린내보다 미소년의 거역할수 없는 살내음을 풍긴다. 부드러운 빛이 미끄러운 가슴과 허벅지를 쓸어내리고, 숱이 풍부한 머리카락은 치솟은 어깨를 애무한다. 미켈란젤로의 노예 조각을 나란히 세워 두면 잘 어울릴 것이다.

왼쪽 상부 바깥에서 완곡하게 안쪽을 향해서 비쳐드는 빛은 어두운 배경 풍경에서 인체의 젊은 풍경을 선택적으로 이탈시킨다. 화가가 겨냥한 표적을 전체적인 줄거리에서 떼어 내는 집중광의 효과는 회화의 평면 위에 부조적 실물감을 생산한다.

루벤스의 성자는 만테냐의 모범을 재인용한다. 다만 인체의 좌우 방향을 뒤집었다.폐허의 배경을 지우고 나무가 무성한 풍경으로 대치한 것도 루벤스의 감각이다. 보는 이의 시점이 낮게 깔린 것은 바로크 순교자의 특권이다. 화살이 담긴 전동과 활이 나무 그루터기에 기대어져 있다. 궁수들이 잊고 놓아 둔 것일까?

▶ 루벤스,<성 세바스티아누스>,1618년 무렵, 200x128cm,달렘 미술관,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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