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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5

성 체칠리아가 음악가들의 예술적 영혼을 수호하는 것처럼 성 누가는 화가들의 수호 성자가 되었다. 화가들은 그들 직인 조합과 직업 아카데미에 반드시 '성 누가'의 이름을 달았다. 누가는 언제 처음 붓을 들었을까?

14세기 니케포루스 칼리스투스에 따르면, 530년 무렵에 나온 테오도로스 렉토르 아나그노스테스의 기록이 그림을 그리는 성 누가에 관한 최초의 문헌이다. 또 크레타의 안드레아스는 예루살렘과 로마에 가면 성 누가가 직접 그린 성모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사실'증언을 남기고 있다.

<황금전설>의 '그레고리우스 대제'편에도, 로마에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시민들이 누가가 그린 성모초상을 들고 시가지를 행진하자 하늘에서 천사들이 나타나서 '천상의 여왕 마리아'를 부르면서 행렬을 따랐고, 이와함께 역병이 씻은 듯이 물러갔다는 대목이 실려 있다. 성 누가는 마리아의 생애에 관해서 누구보다 상세하고 비중 있게 다룬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음서기자 가운데 누군가 성모초상을 그렸다면 틀림없이 누가일 거라고 단정했다.

누가가 그린 마리아는 처음에 천국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는 '마리아 호데게트리아'유형으로 그려지기 시작한다. 동방 이콘 미술의 한 유형이다. 호데게트리아는 마리아가 품에 끌어안은 아기 예수를 오른손으로 가리켜 보이고, 아기예수는 축복의 손짓을 내보이고 있는 도상이다. 이때 마리아는 왼팔을 접어서 아기를 안는다. 만약 오른팔로 아기를 안았으면'마리아 덱시 오크라투사', 두 팔로끌어안고 정면 자세를 취하면'마리아 니코포이아'가 된다. 니코포이아는 비잔틴 황제들이 전장에 나갈 때 승리를 담보하는 방패와 깃발 그림으로 인기를 끌었다.

누가가 그렸다는 이콘 그림이 사람들의 입소문 따라 널리 퍼져서 나중에는 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아졌다. 기록에 남아 있는 누가의 그림은 모두 합해서 7000점이 넘는 다고 로테문드가 그의 책 <이콘 미술의 길잡이>에서 밝혔다.
바거르트도 베이더처럼<성모의 초상을 그리는 성 누가>를 그림의 주제로 삼았다. 비잔틴 화가들처럼 성모의 초상을 그려서 성 누가를 흉내내는 대신 화가 누가의 작업 과정을 그렸다. 대상을 그리기보다 대상을 보는 화가의 시각과작업 환경을 재현하는 일이 그의 관심을 끌었다. 그도 성 누가처럼 붓을 든 화가였기 때문이다. 마리아를 화가의 작업 모델로 세운 바거르트는 네덜란드 회화의 현실적 지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누가는 바거르트를, 또는 화가 직종을 대표해서 소묘를 시작한다.

동방 미술에서 누가의 성모 초상은 하나의 전범으로서 '이와같지 않으면 올바른 성모의 재현이 아니다'라는 배타적 강제로 기능하는 이콘이었지만, 바거르트의 성모그림은 화가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고 직능적 권익과 의무를 상징하게 되었다. 비잔틴 누가 그림이 시공을 초월한 절대 현실 저편에 걸려 있었다면, 네덜란드의 누가 그림은 화가의 땀이 밴 낯익은 작업실 문을 열어보인다.

▶ 데리크 바거르트,<성모의 초상을 그리는 성 누가>의 부분 그림, 1485년 무렵, 베스트팔렌 문화 미술 박물관, 뮌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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