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98

1649년 구에르치노는 주문자에게 보낸 계약서에서 '수산나의 반신상과 두 노인의 머리'를 그리겠다고 적어 두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 착수금을 받았으니 화가의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수산나가 분수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 흰 천으로 허리를 감싼 여인의 상체가 프락시텔레스의 대리석처럼 눈부시다. 화가는 수산나의 두 가지 덕목을 기억했다.

수산나의 두 가지 유형 가운데 '순결한 수산나'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두 노인들을 뿌리치며 저항하거나 벗어 둔 옷 가지를 끌어안으면서 거부 의사를 드러낸다면, '경건한 수산나'는 노인들이 공세에 아랑곳 없이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거나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자세를 취한다.

구에르치노의 수산나는 '경건한' 유형의 전형이다. 참회하는 막달레나처럼 하늘을 우러러보는 여인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순결의 덕목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각오가 반짝인다. 구에르치노는 라파엘로가 그린 <성 체칠리아>를 보고 수산나의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정오의 하늘이 파랗게 빛난다. '몹시 더운 어느 날', 노인들은 여러 겹의 옷을 껴 입었다. 위선의 옷이다. 노란색 옷을 걸친 터번은 음란한 눈길로 알몸을 쓰다듬는다. 자주색 옷을 걸친 대머리는 수산나를 어르고 회유한다. 그의 왼손은 '같이 잡시다', 그의 오른손은 '만일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면 젊은 사내와 함께 있었다고 증언 하겠소'라는 뜻이다. 인물과 색채 구성의 고전성도 라파엘로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산나의 단호하게 쳐든 왼손은 제안에 대한 거부를, 오른손은 정절의 수호를 의미한다.

▶ 구에르치노,<수산나의 목욕>, 1649~1650년, 132.5x180cm,국립 미술관, 파르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338 [성지순례] 쿼바디스 교회 2006-06-05 4102
337 [성화읽기] 반 데이크의 가시관을 쓰신 예수 2007-03-11 4094
336 [성지순례] 다윗왕의 기념묘 2006-06-16 4086
335 [성지순례] 요르단 베다니 예수님 세례교회 2006-08-21 4082
334 [찬송가 해설] 내 너를 위하여(185장) 2006-05-11 4072
333 [성화읽기] 루벤스와 브뤼겔의 성모자 2009-03-22 4070
332 [성화읽기] 조르조네의 유다 2009-03-08 4070
331 [성화읽기]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성 세바스티아누스 2008-07-06 4063
330 [성지순례] 아라랏 산 2006-08-04 4061
329 [성화읽기] 렘브란트의 엠마오의 저녁식사, 자크마르-앙드레 2007-07-29 4057
328 [찬송가 해설] 하늘 가는 밝은 길이(545) 2009-12-04 4052
327 [성화읽기] 파르미지아니노의 성모자 2008-04-06 4043
326 [성경365] 유대인들의 대적을 멸하는 날 12-00-03 4038
325 [성경365] 바벨론의 시위대 장관 느부사라단이 예루살렘에 침공 5-00-07 4038
324 [성화읽기] 티치아노의 성 히에로니무스 2008-03-31 4037
323 [성화읽기] 만테냐의 유다 2007-06-17 4037
322 [성화읽기] 유대인들의 반란 2009-05-03 4036
321 [성화읽기] 루벤스의 성 세바스티아누스 2009-03-15 4034
320 [성경365] 에스겔 선지자에게 여호와의 말씀이 임함 4-00-05 4027
319 [성화읽기] 필사본 채식(彩飾)예술 2009-11-22 4018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