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98

롯이 취했다. 거푸 들이킨 포도주가 늙은이의 피를 달구었다. 왼손으로 흘러내리는 겉옷을 추스리면서 오른손은 여인의 탐스런 어깨를 감싸안았다.

무릎을 곧추 세우고 허벅지로 여인의 미끄러운 아랫배를 문지르는 롯의 관능적인 자세는 150년 전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아담에서 나왔다. 아담은 손을 내밀어 하나님의 신성한 영을 건네 받았으나, 롯은 딸의 붉은 입술을 기다린다.

속이 비쳐 보이는 윗옷을 걸친 이가 언니일 것이다. 첫딸이 롯의 겨드랑이를 끌어안으며 풀밭에 눕히는 동안, 아우는 술잔과 포도송이를 들고 다음 날 밤을 준비한다. 그녀의 품에서 흘러내린 멜론과 살구, 복숭아는 모두 살의 유혹을 의미한다.
아우와 아버지는 왼발이 닮았다. 아우의 시선은 그림 밖의 보는 이를 향한다. 그림속의 줄거리로 초대해서 성서의 교훈을 일깨우는 안내자의 역할을 맡았다.

유혹에 대한 롯의 반응은 이중적이다. 흘러내리는 도덕을 추스리는 왼손과 다가오는 유혹을 반기는 오른손의 자세는 술잔을 비우기 전과 후의 차이처럼 판이하다. 세워서 접은 무릎의 자세도 저항과 탐닉의 이중적인 뜻을 가졌다. 롯은 눈을 들어서 첫딸의 낯선 얼굴을 바라본다. 롯의 눈길에서 질책의 포정을 읽는다면 성서의 기록에 대한 화가의 자의적 해석일 것이다. 롯의 이야기는 누가 17장에서 재차 인용된다. 창세기의 사건이 심판의 날에 벌어질 일에 대한 예고로 해석되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세비야의 이시도루스가 소돔의 재앙을 최후의 심판과 연결지어서 설명했다.

'또한 롯 시대와 같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집짓고 하다가 롯이 소돔을 떠난 바로 그날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내리자 모두 멸명하고 말았다. 사람의 아들이 나타나는 날에도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성 그레고리우스는 롯이 소돔을 떠나 달아난 것을 가지고 육탐의 욕망을 멀리한 행위에 비견했고, 생 빅토르의 위고는 영혼이 영생을 구한 것이나 같다고 해석했다. 롯을 인용한 누가의 대목에 덧붙여서<가난한 자의 성서>에서 롯의 도피를 세상의 멸망과 지옥의 형벌이라고 설명한 일도 있었다. 롯의 아내가 뒤를 돌아본일을 두고 스스로 죄악의 요람의 돌아가려고 했으니 소금기둥의 저주를 받은것이 당연하다고 본 것은 세비야의 이시도루스와 생 빅토르의 위고 그리고 암브로시우스가 모두 한결같다. 13세기 중반에는 서원을 저버리고 수도의 길을 포기하는 수녀들에게 '롯의 아내'라는 수치스런 명칭이 보태어졌다. 구원의 길을 마다하고 세상의 삶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 안 마세이스,<롯과 두 딸>, 1563년 무렵, 151x171cm,미술사 박물관,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338 [찬송가 해설] 내 맘에 한 노래 있어(468장) 2008-08-12 2977
337 [찬송가 해설] 내 구주 예수를 더욱 사랑(511장) 2008-08-12 2832
336 [성화읽기] 렘브란트의 삼손과 드릴라 2008-08-10 6826
335 [찬송가 해설] 내게로 와서 쉬어라(467장) 2008-08-04 2784
334 [찬송가 해설] 내 갈 길 멀고 밤은 깊은데(429장) 2008-08-04 3160
333 [찬송가 해설] 내가 참 의지하는 예수(86장) 2008-08-04 2957
332 [찬송가 해설] 날 빛보다 더 밝은 천국(291장) 2008-08-04 2804
331 [찬송가 해설] 나 형제를 늘 위해(523장) 2008-08-04 2243
330 [성화읽기] 보르도네의 밧세바 2008-08-03 3935
» [성화읽기] 얀 마세이스의 롯과 두 딸 2008-07-27 3577
328 [성화읽기] 뒤러가 그린 아담과 하와 2008-07-20 5872
327 [성화읽기] 틴토레토의 수산나의 목욕,파리 2008-07-13 3470
326 [성화읽기]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성 세바스티아누스 2008-07-06 4054
325 [성화읽기] 티치아노의 막달레나 2008-06-24 3864
324 [성화읽기] 구에르치노의 수산나의 목욕, 파르마 2008-06-15 3921
323 [성화읽기] 바거르트의 성 루가 2008-06-15 36948
322 [성화읽기] 로흐너의 성모자 2008-06-02 3627
321 [수의 상징] 모세의 구리뱀은 하나님의 심판과 은혜 2008-06-01 5439
320 [수의 상징] 성경과 과학-할례와 8의 의미 2008-05-24 8607
319 [성화읽기] 루벤스의 삼손과 드릴라 2008-05-19 5720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