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98
등록일

2007.02.04

동굴 무덤 안으로 예수가 들어섰다. 신발은 신지 않았다. 그의 왼손은 무덤을 가리키고 오른손은 나사로를 겨냥한다. 왼손의 지시에 따라 시중꾼들이 무덤 뚜껑을 열고 죽은 이의 시신을 꺼내어 올린다. 예수의 왼손은 또 나사로의 밑으로 늘어뜨린 왼손 아래 뒹구는 해골을 가리켜 보이기도 한다.

예수의 오른손은 죽음에서 삶을 건져올리는 기적을 행사한다. 오른손의 지시에 따라 라자로는 나흘간의 어둠을 털어내고 신성이 명령하는 빛을 쏘인다. 빛은 동굴 무덤 밖에서 비쳐든다.
라자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다. 손과 발이 베로 묵였고 얼굴에 수건이 감겨 있었다는 성서 기록과 어긋난다. 그의 차가운 몸을 감싼 수의는 다가올 예수의 죽음과 매장을 암시하기에 적합하다. 나사로의 두팔은 십자가 책형의 고통을 당하는 이처럼 넓게 벌어져 있다. 위로 쳐든 오른손이 생명의 동아줄을 더듬는 다면, 아래로 떨군 왼손은 해골이 상징하는 죽음의 영토에 묶여있다.

마리아와 마르타가 라자로의 머리맡을 지킨다. 얼굴을 맞대고 비비는 마리아의 자세는 피에타의 성모 또는 아기 예수의 운명을 애닯게 여기는 '마리아 엘레우사'의 유형에서 익숙한 도상이다. 마리아의 더운 숨결이 라자로의 싸늘한 콧등에 닿았다. 시신이 풍기는 악취에 코를 감싸쥐는 전통적 소재에 비하면 마리아의 자세는 얼마나 애절한가.

돌 무덤의 뚜껑을 들어올리는 사람은 모두 둘이다. 그 뒤로 구경꾼들이 몰려 든다. 이들 무리가 움직이는 방향은 동굴 밖에서 비쳐드는 빛의 방향과 같다. 등 뒤로 빛을 걸머쥔 예수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른손 윤곽이 가까스로 그려졌을 뿐이다. 나사로는 오른손으로 빛을 받아 낸다. 무슨 뜻일까? 이것은 달갑지 않은 거부의 손짓이다.

카라바조의 라자로는 제 힘으로 몸을 일으키지 못한다. 그의 육신은 아직 죽음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스스로의 의지로 말미암지 않은 부활이 응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화가는 라자로의 몸을 빌려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일까?


▶ 카라바조,<나사로의 부활>, 1690년, 380x275cm,국립 미술관,메시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498 [찬송가 해설] 주의 주실 화평 (361장) 2006-07-05 59582
497 [찬송가 해설] 감사하는 성도여(306장) 2007-07-02 38963
496 [성화읽기] 바거르트의 성 루가 2008-06-15 36946
495 [성지순례] 니케아와 성 소피아 성당 2006-08-10 31138
494 [성지순례] 맛사다(Masada) 2006-07-17 30011
493 [중요절기] 사순절(四旬節, Lent) file 2024-02-12 11121
» [성화읽기] 카라바조의 나사로 2007-02-04 10426
491 [중요절기] 맥추감사절 file 2023-06-26 10407
490 [수의 상징] 게마트리아와 성경해석 2006-04-23 8998
489 [성지순례] 헤브론 막벨라 굴 (이스라엘 족장들의 무덤) 2006-07-15 8768
488 부활이후 예수님의 행적 2014-04-12 8755
487 [수의 상징] 성경과 과학-할례와 8의 의미 2008-05-24 8605
486 [수의 상징] 오순절과 50일간의 숨은 비밀 2007-01-06 7873
485 [성지순례] 소아시아 일곱교회 위치 2006-03-27 7673
484 [수의 상징] 무지개의 약속 2007-05-06 7523
483 고난주간 넷째날(수요일) 침묵의 날 2014-04-11 7439
482 고난주간 셋째날(화요일) 변론의 날 2014-04-11 7232
481 [성화읽기] 보티첼리의 수태고지 2008-01-06 7140
480 [성경365] 아론이 호르산에서 죽음 5-00-01 6939
479 [수의 상징] 야곱의 가족은 70명인가 75명인가 2007-04-14 6914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