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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7

▶ 마사초,<낙원추방>,1427-1428년,208x88cm,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교회의 브란카치 예배소, 피렌체

아담과 하와가 에덴 동산을 떠난다. 붉은 옷 입은 천사 거룹이 큰 칼을 쥐고 이들의 발길을 독촉한다. 낙원의 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저주받은 땅.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는 이곳에서 죽도록 땀흘리며 일하지 않으면 소출을 얻지 못할 것이다.
문밖으로 격노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노여운 음성에 등이 떠밀린 아담은 무거운 걸음을 옮긴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힘겹게 열린 입술에서 회한의 비통한 신음이 흐른다. 신이 자신이 낸 인간을 저주하듯이 아담은 자신의 밝아진 눈을 저주한다. 그의 어깨가 후회의 무게에 눌리었다. 유혹의 대가는 이처럼 혹독하다.

하와는 머리를 들었다. 그러나 자신의 앞을 보지 못한다. 그들 앞에 놓인 내일도 이처럼 암울하다. 오른손으로 두 가슴을 누르고 왼손은 부끄러운 곳을 가렸다. 밝아진 눈의 저주는 완전한 절망의 순간에도 그들의 의식을 떠날 줄 모른다.

창세기 3장 23절에는 하나님이 이들을 에덴동산에서 '내보내셨다',그리고 같은 장 24절에는 '내쫓으셨다'라고 기록되었다. 밖으로 내보낸다는 뜻의 '에미시트'와 휘둘러 내쫓는다는 뜻의 '에이에키트'라는 두가지 낱말을 두고 필로는 두가지 해석을 내놓았다. 이들을 내보내셨다면 귀향의 실낱 같은 희망이 소멸하지 않았으나, 내쫓으셨다면 인간에게 에덴동산을 수복할 권리는 영원히 사라진다. 두갈래 신학적 해석은 미술에서도 두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천사가 손을 뻗어서 문밖을 가리켜 보이거나 손으로 아담의 어깨를 떠밀며 '내보내는'유형과, 천사가 돌아가는 바퀴 위에서 불칼을 휘두르며 '쫓아내는'유형이다. 마사초의 천사는 두 가지 도상 유형을 양손에 나누어 쥐었다. 동방 전통에서는 천사 둘이 등장해서 두 가지 역할을 나누기도 한다.

아담과 하와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후회가 미련을 눌렀다. 아담은 천사의 재촉에 저항하지 않는다. 훗날 마사초의 벽화를 보고 시스티나 천장화에 인용했던 미켈란젤로의 해석과 다른 점이다. 마사초의 하와는 아담의 옆자리를 지킨다. 지아비의 그늘에 몸을 숨기는 미켈란젤로의 하와보다 당당하다.

▶ 미켈란젤로,<낙원추방>,1508-1512년,카펠라 시스티나, 바티칸,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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