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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순종이 천사의 머리를 숙이게 했다. 성령의 비둘기가 날아든 것은 이 순간이다. 성령은 빛살의 황금 파도를 올라탔다. 예수 세례에 첫 모습을 드러냈던 비둘기 형상의 성령이 수태고지 그림으로 날아든 것은 10세기 이후의 일이다.

신성을 의미하는 빛살은 수태고지에서 신적 은총에 의한 잉태의 기적을 나타낸다.

빛살은 '말씀이 곧 참 빛이었다'는 요한 복음서의 권위에서 왔다. 미술 전통에서는 처음에 빛살이 비치다가 서시히 비둘기로 대체되고, 다시 빛과 비둘기가 더불어 재현되기 시작한다.

배경 왼편에 아담과 하와가 에덴 동산에서 내쫒기고 있다. 고개를 떨구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인류의 조상은 수태고지의 천사와 등을 돌렸다.

그들이 입은 것은 하나님이 만들어서 입혀 주신 가죽옷이다. 화가의 붓은 낙원 추방과 수태고지 두 사건을 마치 한 마당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재현했다.

이들이 발 아래 떨군 선악과는 곧 아기 예수의 손에 쥐어질 것이다. 안젤리코는 동시대에 유행했던 원근법과 비례론의 공부를 따라잡지 못했다. 로지아 건축의 기둥머리와 받침돌들을 연결한 소실선들이 아무래도 하나의 원점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화면 공간은 하나인데, 그 안에 여러 개의 시각 피라미드가 삐둘게 들어차는 눈어림 원근법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군다나 대천사 가브리엘과 마리아의 체구가 너무 크게 그려져서 건축물의 크기와 맞지 않는다.

'아직도 새장 속에 답답하게 모여 있는 새처럼' 수태고지를 그리는 화가들이 있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탄식이 이 경우에 들어 맞는다.

비록 공간 원근법의 실행은 미숙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자세는 더없이 진지하고 경건하다. 수사 안젤리코가 그린 '우아한 천사'와 '달콤한 마리아'는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었다고 한다.
 
주 제단 그림 아래에 연결된 납작한 프레델라에도 다섯 점의 그림이 붙어있다. 마리아의 생애에 얽힌 기쁘거나 슬펐던 순간들이다. 왼쪽부터 '마리아 탄생', '요셉과 마리아의 약혼'. '엘리사벳과 마리아의 만남','동방박사의 경배.','아기 예수의 할례','마리아 임종' 장면이 순서대로 재현되었다.

▶ 프라 안젤리코,<수태고지>,1430년 무렵 194X194cm,프라도 박물관,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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