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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7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에서 피가 흐른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는 여전사는 달아오른 상처에 찬바람을 쏘인다. 무기는 던져 두었다. 팔걸이에 왼팔을 기대고 오른발에 체중을 실은 인체는 체중을 좌우로 분산시킨 응용된 콘트라포스토의 자세를 선보인다. 가벼운 천으로 만든 키톤이 흘러내려서 젖무덤이 그리는 인체의 내부 윤곽선을 노출시킨다.

어깨에서 둔부까지 외부 윤곽선도 노출되었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 35권에 수록된 에페소스의 조각경연은 당대의 명장들이 이마를 맞대고 예술의 우열을 다투는 이른바 '경쟁하는 예술가'의 소재에 관한 이른 사례로 꼽힌다.

'경쟁'소재는 에페소스에서처럼 동일 장르의 예술가들이 경합하거나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예술의 경계를 다투는 것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과 자연의 경합'이나, '옛 거장과 현대 미술의 경합'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띠기도 한다.

에페소스 아르테미스 신전에 봉헌될 아마존의 여전사를 주제로 거장들이 끌의 우열을 다투었던 사건은 공공 미술 부문 경쟁 주제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경연 대회에서는 참가 작가들이 표결에 참여해서 우승작을 선정했다고 한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작가들의 예외없이 자신의 작품이 제일 낫다고 써 놓은 것이다. 플리니우스의 기록이다.

'제각기 태어난 시기는 달랐지만 가장 뛰어난 명장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에페소스에 소재한 아르테미스 여신의 신전에 봉헌할 <아마존의 여전사>를 조각으로 빚어 내는 시합이었는데, 경쟁에 참여한 작가들이 심사해서 출품작 가운데 어느 것이 제일 아름다운지 판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 예술가들이 두 번째로 아름답다고 평가하고 하나같이 자신의 이름 다음에 써 넣은 사람이 우승자로 선정되었던 것이다. 결국 폴뤼클레토스가 우승했고, 피디아스가 2등을, 크레실라스와 퀴돈, 프라드몬이 각각 3,4,5등을 차지했다.'

▶ <아마존의 여전사>, 기원전 440-430년, 높이 183cm,페르가몬 박물관,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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