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98
등록일

2008.08.31

▶ 페라리,<아담과 하와>, 1504년, 25.2x19.4cm,동판화,알베르티나, 빈

아담과 하와는 에덴 동산 바깥에서 살아남았다.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걷어 내고 비옥한 터전을 일구었다. 자연은 땀을 쏟은 만큼 결실을 되돌려 준다. 아담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다. 땅에 내려졌던 저주도 훔친다. 쟁기를 밟은 그의 자세는 골리앗의 머리를 밟고 선 다윗, 또는 불레셋 사람 1000명을 쳐죽이고 나귀 턱뼈에 물을 담아서 기갈을 달래는 삼손과 닮았다. 땀과 노동의 수고로 땅의 저주를 발 아래 제압한 승리자의 도상이다. 실을 잣는 하와는 그림 복판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

하와의 느슨한 자세는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의 등에 업혀서 바다를 건너는 에우로파처럼 행보하다. 단란한 가정을 꾸민 여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페라리의 그림은 얼핏 목자들의 평온하고 고즈넉한 전원의 삶을 말한다. 소떼와 양떼가 따뜻한 젖을 내고, 나뭇등걸을 이어 만든 소박한 보금자리가 밤을 위해 마련되었다.

어미 양을 짓누르며 노는 두 아이는 이들의 사랑이 결실한 가인과 아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페라리는 늑대 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도상을 기억했다. 르네상스의 문턱에서 첸니니가 쓴 미술의 책에는 회화의 기원과 인류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담이 살아남기 위해 하나님께 받은 재능을 발휘하고, 여기에서 온갖 과학과 예술이 흘러 나왔다는 것이다.

'아담은 하나님으로부터 더없이 고귀한 재능의 은총을 받았기에, 또 모든 인류의 첫 뿌리이자 아버지로서, 자신의 손을 놀려서 살아갈 방도를 찾기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궁리해 내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아담은 가래질을, 하와는 물레질을 시작했다. 연이어서 요긴한 기술들이 뒤따르게 되었는데 하나하나 쓰임새가 달랐다.... 이때 회화라고 이름이 붙은 예술이 나타난다. 회화는 손일을 하면서도 상상하는 힘이 있다. 자연이 낸 것들의 그림자 밑에 숨어서 일찍이 아무도 본 일이 없는 것들을 찾아내고, 손을 움직여 그것들을 붙잡아 두며, 있지도 않은 것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그려서 보여주는 능력이다.'

페라리는 성서에 없는 이야기를 붓으로 그렸다. 예술적 상상력이 화가의 붓에다 자유로이 비상하는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일찍이 아무도 본일이 없는' 아담과 하와의 행복한 삶의 정경을 마치 보는 이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 주는 능력을 두고 근대화가들은 아담의 재능, 곧 하나님에게 받은 더 없이 고귀한 은총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화가의 상상력은 회화의 빛나는 이마를 장식하는 면류관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358 [성화읽기] 카라바조의 유다 2009-01-25 4118
357 [성화읽기] 반 더 베이더의 성 누가 2009-01-25 3836
356 [성화읽기] 얀 마세이스의 롯과 두 딸 2008-12-14 4193
355 [찬송가 해설] 주의 음성을 내가 들으니(219장) 2008-11-30 3405
354 [찬송가 해설] 참 반가운 신도여 (122장) 2008-11-23 3642
353 [성화읽기] 호싸르트의 십자가 강하 2008-10-12 5169
352 [성화읽기] 구에르치노의 수산나의 목욕, 마드리드 2008-10-05 4138
351 [성화읽기] 렘브란트의 수산나의 목욕 2008-10-05 4592
350 [찬송가 해설] 큰 무리 주를 에워 싼 중에 (529장) 2008-09-23 2732
349 [성화읽기] 리피의 성모자 2008-09-21 6225
348 [성화읽기] 조르조네의 세 철학자 2008-09-08 3672
347 [찬송가 해설] 부름 받아 나선 이몸(355장) 2008-09-07 3620
» [성화읽기] 페라리의 아담과 하와 2008-08-31 5124
345 [찬송가 해설] 내 주 예수 주신 은혜(353장) 2008-08-27 2739
344 [성화읽기] 델 사르토의 아브라함 2008-08-24 3780
343 [찬송가 해설] 내 주여 뜻대로(431장) 2008-08-19 5502
342 [찬송가 해설] 내 주님 입으신 그 옷은(87장) 2008-08-19 2967
341 [찬송가 해설] 내 죄 사함 받고서(210장) 2008-08-19 2967
340 [찬송가 해설] 내 모든 소원 기도의 제목(505장) 2008-08-19 3264
339 [성화읽기] 베로키오와 레오나르도의 예수 세례 2008-08-17 5040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