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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열고 식재료를 고른 후, 15분 만에 뚝딱!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요즘 즐겨 본다. 요리를 먹는 스타들은 한입 먹는 순간 신비로운 표정에 '엄지 척'이다. 대부분의 다른 먹방(먹는 방송)과의 차이점이라면 냉장고에 있는 평범한 식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15분도 안 걸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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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냉장고를 연다. 이리저리 살피며 요리 비슷한 걸 해보려는데,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다가 15분, 20분이 지나간다. 한 시간이 지나도 TV 속 셰프들의 15분 요리는 좇아가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갖은 식재료로 15분 안에 요리를 만드는 셰프가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학습과 숙련의 과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식재료를 4배속, 8배속으로 칼질하며 일정한 크기로 만들고, 마늘을 큰 칼로 내리찍으며 탕탕 빻아내고, 프라이팬 온도가 적정 온도로 달궈졌는지 온 감각 조직이 알고 있으며, 각종 양념과 식재료의 최상 배합 순서는 이미 체화(體化) 되어 있다. 소금을 한손 높이 흩뿌리는 허세는 그 고단한 배움의 과정을 거친 자들이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

비단 요리뿐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의 성공 그 이면에는 부단한 노력과 도전,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서는 과정들이 무수히 녹아 있다. 매번 줄을 서야 하는 맛집,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 점프, 대한민국의 세계경제 순위 11위도 과정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신앙생활도 5년, 10년, 20년... 연수가 더해 가는 크리스천에게는 새신자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설교 말씀을 꼼꼼히 녹취 수준으로 필기하는 기술, 교회 내 여러 기관을 두루 아는 인맥, 자랑스러운 구속사 사관학교 매달 개수 등은 믿음 생활이 오래되면서 주어진다. 하지만 외형적 부분 외에 정작 중요한 것은 믿음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이다. 빈부귀천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겸손, 말과 소문의 홍수 속에도 묵묵히 주어진 헌신과 예배의 자리를 지키는 믿음, 언제 어디서나 원로목사님이 생전에 권면하신 말씀을 되새기며 모든 삶의 처소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명품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

구속사의 수많은 의인들의 삶은 성경에 짧게 기록되어 있다. 에녹이 300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365세에 죽음을 보지 않고 변화 승천했다는 구절, 악한 시대를 살았던 노아가 방주를 완성하기까지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 다 준행하였더라는 구절,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십자가 상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 모습까지. 성경 한 구절 한 구절 앞에서, 얄팍한 잔머리와 무딘 신앙 양심을 가진 나는 꼼짝할 수 없다. 예수님을 닮고 싶고, 에녹처럼 변화되리라고, 노아처럼 방주를 예비한다고 말뿐이다. 연단의 과정과 경건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 비전은 공허한 결과뿐이다.

냉장고를 열고 15분 안에 요리를 만들려면 요리 학원에서 기술도 배우고, 양파도 몇백 개씩 썰며 칼질에 익숙해지고, 가스 불에 손도 데이며 불과 친해지고, 각양 식재료, 조리기구 특성도 모두 파악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소금만 높이 흩뿌린다면 그것이 진짜 허세가 아닐까? 

내 신앙의 허세와 거품을 걷어낼 때, 지금의 신앙 현주소가 파악된다. 새벽예배 단을 쌓고, 온전한 주일성수를 위해 힘을 내야 한다. 읽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는 구속사시리즈 7독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오늘 시작하는 경건의 연습과 연단의 과정을 통과할 때, 우리는 에녹처럼, 노아처럼, 예수님처럼 구속사의 한 페이지를 빛내는 주인공으로 천국을 차지한다. 원로목사님의 비유처럼 바나나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바나나가 눈앞에 나타나는 세계, 15분이나 기다리지 않아도 내가 생각하면 바로 이루어지는 완전 영통(靈通)의 세계다. 천국 가는 길에 에스컬레이터는 없다. 앞서 가신 예수님의 손을 잡고 내 믿음의 두 발로 묵묵히 걸어가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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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그 책, 거울이 되다 file

예전에는 책은 깨끗하게 읽어야 하는 줄 알았다. 다 읽은 책은 책장 한 곳에 꽂아 두고 읽었다는 사실만 기억한 채 먼지가 쌓이도록 방치하기 십상이다. 그런데 책은 그렇게 기억하는 게 아니었다. 모름지기 책이라면 구석구석 읽는 이의 손때가 묻고 손길...

 
2018-12-22 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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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나도 쓸모가 있다 file

시험 감독을 하러 낯선 학년 낯선 교실에 들어갔다. 분주한 교실을 정돈시키고 시험지를 배부하자 교실은 고요해진다. 교탁에 서서 보면 머리 숙인 까만 머리통들만 보인다. 돌이 굴러 가는지, 머리를 굴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초반 몇 분은 집중된 ...

 
2018-11-24 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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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3. 표현에 대하여 file

늦은 밤마다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최근 들었던 회 차 중에 흥미로운 미션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미션이었다. 의외로 우리는 가까운 주변 사람에게조차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작된 미션...

 
2018-11-10 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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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가짜 뉴스(Fake News) file

여든을 앞둔 아버지께서는 다양한 내용을 ‘카카오 톡(카톡)’으로 보내신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네요, 건강에 유의~’ 로 시작하는 아침인사와 그림은 기본이다. ‘움짤(움직이는 짤방의 줄임말, 움직이는 그림을 뜻함)’에서 유튜브 동영상까지 그 자료의 ...

 
2018-10-28 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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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1. 누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file

- 본 글은, 원어해석, 영해, 신학적 분석이 절대 아니며, 개인적인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 원로목사님께서 평소 설교 중,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 8:35-39)'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시곤 ...

 
2018-10-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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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0. 북한에 대한 생각 file

대통령 탄핵된 시기부터였을까, 나라에 대한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장면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남북한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지고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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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선교(宣敎, mission) file

선교(宣敎, mission) : 종교를 선전하여 널리 폄 '전도'와 비슷한 의미로, 주로 전도는 같은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이지만, 선교는 다른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올해만큼 이 '선교'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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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바울은 내적투쟁에 대하여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해 주고 있는 위대한 신앙의 인물입니다. 로마서 7장을 통해 믿는 자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고 로마서7:24“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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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룟 유다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제자로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껴 목매어 자살한 제자. 성경은 그가 스스로 목을 매고 몸이 곤두박질하여 창자가 터져 죽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길 유다가 나무에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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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회사에서 연구하며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회로는 위상고정루프(Phase-locked loop)라는 것인데, 이는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회로이다. 10년간 연구하다 보면 끝을 볼 법도 하겠지만, 이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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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23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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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선택의 기로가 심심치 않게 주어집니다. 혈압이 높으니 카페인을 줄여야 하는데 몽롱한 정신을 각성시키기 위해,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선택이고, 종합 검진을 받고, 아찔한 숫자들과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배부르게 먹었으니, ‘자,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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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습관은 반복이다! 경건을 연습하라! file

‘아차! 밤늦게 군것질 안하기로 했었지...’ 결심한 것이 생각났을 때 나는 이미 초코파이 두 개에, 고구마 한 개, 하루 견과 3일치에다 사탕을 5개나 까먹고, 과자 봉지가 반 이상 줄고 있을 쯤 이었다. 시간은 밤 10시가 훨씬 넘어 11시가 다되어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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