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5.10.31

pkblog_body_36.jpg


대화를 하다 보면 간혹 상대방이 어떤 의중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느낌으로도 모르겠고, 제스처로도 파악이 안되고, 말로 표현하다 보면 더욱더 아련해집니다. 이는 대화하는 상대방도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자세히 일러주어도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고, 아예 알아듣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는 이러한 '通 하지 않는 痛'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없다면 정치학이나 정치인들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분쟁이 없다면 판사나 검사, 변호사들은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대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병들게 하지 않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뤘다면 아이러니하지만 과학이나 공학,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이별이 없다면 심리학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을까, 사랑과 아름다움의 가치를 느끼는 예술가가 생겨날 수 있었을까 궁금해집니다. 만약 모든 게 通 하는 세상이라면 그 많은 직업이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세상의 본질은 불통일까요?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적어도 소통보다는 불통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세상의 본질적인 특성은 "법칙"이 아닌 "카오스(무질서)"로 더 잘 설명됩니다. 창세기에서는 땅의 본질을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상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혼돈의 기원이 창세기 11장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바벨"은 "혼돈, 혼잡"을 의미하지만, 아카드어 원어로 "바벨"의 뜻은 "신의 문"입니다. "신의 문"이 "혼돈과 혼잡"이 된 이유를 창세기 11장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 지면에 흩어지는 것을 가장 크게 두려워하였습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세 가지 계획을 세웠는데 그것은, 자기 세계(城과 臺)를 구축하는 것, 자기 세계의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는 것, 자기 이름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Tour_de_babel.jpeg.jpeg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의 경영하는 것이 하나님도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가장 크게 경계하셨습니다. 마치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내쫓는 상황(창 3:22-24)의 데자뷰입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보라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 하나 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 손을 들어 생명나무 실과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 하시고 ... 이같이 하나님이 그 사람을 쫓아 내시고 에덴동산 동편에 그룹들과 두루 도는 화염검을 두어 생명나무의 길을 지키게 하시니라". 결국, 하나님은 인생이 하나님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기 전에 언어를 혼잡케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함으로 온 지면에 흩어버리는 '불통 전략'을 세웠습니다.

만약 이때 사람들이 城과 臺를 하늘로 쌓는 대신, 하늘의 臺가 땅에 닿게 하여 하나님의 이름을 내는 순리를 따랐다면 바벨은 "혼돈과 혼잡"이 아니라 "신의 문", "하늘의 문"이 되었을 것입니다. 

창세기 1장부터 11장을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라는 관점으로 읽다 보면 시나브로 하나님과 인간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감을 느낍니다. 타락 후 에덴동산에서 인간이 내어보내진 일이 수평적 분리의 수준이었다면, 노아 시대에 이르러서는 "죄악이 관영하여 사람이 육체가 됨에 따라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않겠다"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이별선언이 등장합니다. 급기야 창세기 11:5-9에는 하나님이 세상에 내려가서 사람을 온 지면에 흩으실 때 "강림하다", "내려가서"라는 식으로, 하나님과 인간의 수직적 분리를 뜻하는 직접적인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하나님과 너무 멀리 떨어진 나머지 하나님이 강림해서 직접 보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깊은 흑암의 상태가 되지 않도록 바벨의 교훈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자기 세계의 경계를 치는 벽돌을 허물고 자기 논리로 꽉 막아버린 역청을 제거한다면 이 땅 위의 城과 臺가 무너지고, 서로가 참뜻을 알아듣는 언어로 말하고 듣게 될 것입니다.

dff6e0f1e41b9b6b4d6b711de10ce296.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66

#99.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_ 박승현 file

‘많아지면 달라진다’의 저자 클레이 셔키(Clay Shirky)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20억 명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시간의 대부분을 TV를 시청하는데 낭비하였지만, 인터넷과 S...

 
2017-02-16 342
165

#94. 그래도, 희망! _ 홍미례 file

2016년이 떠납니다. 2016년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더불어 2016년 모든 시간은 2017년의 뒤로 숨습니다. 그렇다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는 오늘의 자화상...

 
2017-01-08 371
164

#130. 바라봄의 기쁨 _ 서재원 file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화려함, 때로는 소박함, 그리고 보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눈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 입니다. 하루라도 눈을 뜰 수 없다...

 
2017-10-10 378
163

#101. 시작이라는 선물 _ 서재원 file

어느덧 2017년 1월이 모두 지나고 2월의 중간에 도착했습니다. 2017년,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어느덧 20대가 되어 처음 보낸 지난 2016년, 그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합니다. 돌아보니 2016...

 
2017-03-03 385
162

#136. 내가 여기에 서있는 이유 _ 하찬영 file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우연히 저는 ‘위플래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라 틀어놓고 있다가 결국에는 끝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 뚜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아무래도 이제는 그...

 
2017-12-01 389
161

#105. 고3과 학부모를 위한 조언 _ 이원재 file

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

 
2017-03-30 400
160

#115. 우리 인생엔 지름길이 없다 _ 김영호 file

2017년 전도 축제가 5월 14일과 21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란 말이 있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

 
2017-05-29 409
159

#106.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고찰 _ 강명선 file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이 본격적인이란 말은 교회에 나와서 성경을 공부하고 교회의 기관에 등록하여 봉사하면서 정기적인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드린 신앙생활의 기간이며...

 
2017-03-30 418
158

#122. 학교에서 배운 한 가지 _ 하찬영 file

그랬던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미대 다닌 남자였다(이대 아니고 미대라고 그는 또 아재개그를 날렸다). 그는 그런 그의 타이틀이 나름 있어보인다며 은근히 만족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디자인 전공에 대해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

 
2017-08-09 421
157

#141. 12월에 시작하기 좋은 책읽기 _ 이원재 file

학교 현장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2차 지필평가(예전에는 기말고사라고 했음)가 곧 시작하고 방학 전까지 각종 행사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3 수험생은 포항 ...

 
2017-12-26 421
156

#97. 청년이 되는 습관을 기르자 _ 송인호 file

'뇌를 늙게 만드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신앙을 더욱 청년처럼 만드는 방법을 간략하게 나눠보고자 한다. 1. 밤 9시 이후 식사하는 습관 – 잠잠히 기도하며 내일을 준비하자. 2. 험담하는 것 - 욕설이나 ...

 
2017-01-25 423
155

#85. 3대 영(靈)양소 _ 박승현 file

# 천고마비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인데, 왜 내가 살이 찌고 있는지? 가을에는 식욕이 왕성해져 다이어트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여기에 식욕이 증가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적어져 기분 조절, 식욕, 수면 ...

 
2016-10-31 424
154

#113. 할머니니? _ 박승현 file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

 
2017-05-29 431
153

#110.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_ 정유진 file

요즘 나는 나를 배웁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좋았던 것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떤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 새로운 나를 경험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생활습관과 행동, 생각의 패턴들도 내가 누군지 설명합니다. 나 자신...

 
2017-04-25 432
152

#88. 잊지 말고 기록하자 _ 이장식 file

기억합니다. 그러나 잊고 살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과 결심들,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 친구와의 우정, 하나님의 은혜 쉽게 잊고 살고 있습니다. 201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미국 생활 2...

 
2016-11-27 447
151

#89. 엄마 손은 약손 _ 지근욱 file

내가 어릴 적이라고 해봐야 1970년대, 그리 옛날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약이 증상별, 종류별, 메이커별로 다양하지도 흔하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밤에 아이가 아프면 자가용에 태워 가까운 응급실에 가던 시절도 아니다. 열이 오...

 
2016-11-27 452
150

#116. 기회 _ 서재원 file

어느덧 우리는 2017년이라는 층의 중앙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2017년을 만났을 때 세웠던 계획들과 수많은 목표들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획만, 혹은 포기한 것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계획...

 
2017-06-12 454
149

#149. 나와 당신의 슈퍼 히어로 file

‘2030 청년세대 15만 명이 직접 선정한 영웅들이 직접 멘토링을 한다’는 내용의 종편방송 커머셜을 호기심 기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는데, 쟁쟁한 인물(‘영웅’들이라 해야겠습니다만)들이 출연하는 포럼에서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공유하고 피와 살이 되는...

 
2018-02-14 456
148

#56. 책이 지니는 세 가지 몫 _ 홍미례 file

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

 
2016-04-04 457
147

#148.'그뤠잇!' or '스튜핏!' file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라는 세상이다. 대통령뿐인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자신을 따르는 계층을 지배하는 존재는 다양하다. 아이들에게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로로’가 있다. 요즘 초통령(초등학생 대통령)은 ‘워너원’,...

 
2018-02-14 457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