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골리앗을 무찌르고 하루아침에 이스라엘의 영웅이 된 다윗! 그러나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화려한 주단이 아니라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얻었으나 장인의 핍박으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10년간이나 도망자의 신세가 된 다윗의 여정은 '고난과 인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집안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막내로서 목동 신세로 내던져진 다윗의 삶. 골리앗을 무찌르고 잠시 이스라엘의 영웅이 되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10년간의 더 큰 고난의 시작이라는 것을 다윗은 알았을까? 도피 기간 중에 당한 고난이 드디어 끝나고 왕이 되어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싶은 순간, 고통의 싹은 내부로부터 움트고 있었다. 아들들의 반역과 죽음을 겪어야 했던 아버지이자 왕의 참담한 가슴을 그 누가 알 수 있으랴!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는 대표작 '오디세이아'에서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20년 고난의 여정을 통해 인생 자체가 고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고난을 하나하나 이겨나가는 삶이 인생의 본질임을 노래하였다. 고난과 싸우다 싸우다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오디세우스는 스스로를 이렇게 독려하였다. 「참고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이보다 더한 고통도 참고 견디어 오지 않았는가!」 

낙엽이 지고 겨울의 찬바람이 귓전을 빨갛게 물들일 때 평강의 성도라면 12월 17일이 마음에 떠오르게 된다. 원로목사님의 천국 입성으로 휑해진 마음 한구석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아 더욱 힘들었던 2015년 한 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가 걸어왔던 길에는 지금 현재 겪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한 것들도 많이 있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고난 속에서도 우리는 늘 의미 있는 열매를 결실하곤 했다. 그 열매가 오늘 우리를 가능케 해준 은혜의 디딤돌이 되지 않았는가! 

인생은 흔히 말하듯 '고난이 파도치는' 바다와 같다. 작은 파도가 오는가 싶으면 그 뒤에 훨씬 큰 파도가 밀려온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밀려와 나를 흔적조차 없이 쓸어갈 것 같던 파도도 전진한만큼 후퇴한다. 그럼에도 사람이 파도를 두려워하는 것은, 파도는 물러날 때도 전진하며 움직이기에 그 물러섬을 여전히 나를 향해 공격해 오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속는 자가 결국 절망의 파도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WATERHOUSE_-_Ulises_y_las_Sirenas_(National_Gallery_of_Victoria,_Melbourne,_1891.jpg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귀향하면서 바다의 요정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래에 빠져 배가 난파당해 죽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노를 젓는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사이렌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고, 자신의 몸을 끈으로 돛대에 묶은 채 항해하여 고비를 벗어났다. 파도의 위험보다 요정의 달콤한 노랫소리가 훨씬 더 치명적임을 일깨워주는 일화이다. 이는 일찍이 이스라엘 백성들도 광야에서 겪은 바 있다. 척박한 땅 광야의 환경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존재는 섞여 사는 무리였다. 그들의 원망과 불평의 소리는 마치 '사이렌'의 노랫소리처럼 백성들의 마음을 미혹시켜, 모세에게 저항하고 하나님께 반기를 들게 하였다. 광야의 항해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은 척박한 환경도, 물과 양식이 없음도 아니고 이처럼 사람들의 귀를 통해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이다. 모세가 아무리 율법의 밀랍으로 그들의 귀를 막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음성을 마음으로 들으며 가던 길 멈추지 않게 해도 원망과 불평의 사이렌, 온갖 욕망의 분출구가 된 그들의 소리는 들불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번져만 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라는 문구에 마음을 연다. "너희의 인내로 너희 영혼을 얻으리라"(눅 21:19) 말씀하셨던 예수님의 음성이 세상의 소리,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며 노 젓는 선원들의 귀를 막아주는 신령한 밀랍이 될 것이다.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 가져올 은혜를 온전히 바랄지어다"(벧전 1:13)라고 외치는 베드로의 음성을 마음에 새기자. 욕심의 소리, 세속의 소리에 귀 막고 오직 말씀의 기둥에 나를 묶어 놓은 자만이 욕망의 파도가 울부짖는 광야를 무사히 건너 소원의 항구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그때까지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ac348b7e523a7e6d1744c0fbecdacdb2.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66

#01. 금순이를 찾아서 _ 지근욱 file

두 배는 최대한 많이 실으려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한 배는 자유와 생명의 땅에 도착했고, 다른 한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세월호 이야기다. 먼저 1950년 12월 흥남 부두로 가 보자. 6.25...

 
2015-03-12 618
165

#02.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그 매력적 오답의 치명적 유혹 _ 송현석 file

비상식과 상식의 경계 -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합리적 의사 결정, 민주적 절차, 보편타당하고 객관적인 학문적 근거 제시, ... ” 말은 한참 어려워도 결국은 우리네 삶의 기준이 되고 많은 학문적 접근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들이다. 이...

 
2015-03-13 739
164

#03. 슬픔의 절정에 춤을 준비하는 사람들 _ 홍미례 file

시30:11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 내가 아이였을 때, 생애 처음으로 맞이한 죽음은 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네 살짜리 여자아이의 죽음이었다. 내 친구의 막내 동생이기도 했던 아이는 유...

 
2015-03-13 651
163

#04. 두 배 _ 최주영 file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재산이 ‘두 배’로 늘어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식이 지금보다 ‘두 배’로 속을 썩인다면 어떨까? 부모 중 열에 아홉은 더 이상 살 의미가 없다고, 차라리 죽는 게 낫...

 
2015-03-13 579
162

#05. 사순절을 지키는 두 가지 모습 _ 홍봉준 file

사순절 기간이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40일 금식을 기념하기 위해 니케아 공의회(A.D. 325)에서 결정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동방교회에서는 해가 진 다음에 한 끼 식사만 허용하고 육식은 물론 생선과 달걀도 40일 내내 금할 정도로 엄격하게 지킨 반면에 서...

 
2015-03-13 702
161

#06. 거짓말 그리고 봄 _ 강명선 file

겨울이 가는구나. 봄방학 말미에 그녀를 만나러 경복궁역을 향해 간다. 나와 함께 이곳 평강제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그녀를 이제 교회에서는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그녀가 나를 부르면 내가 간다. 늘 내 가방에는 머뭇머...

 
2015-03-14 763
160

#07. 신앙의 성과 지표 _ 김태훈 file

CEO 모임에 가보면 그 모임의 성격에 따라 주고받는 질문도 다르다. 유명 경제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포럼이나 조찬모임의 경우 규모가 큰 기업들의 CEO들이 많이 참석하는 만큼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경영 키워드에 대한 논의가 많다. “대표님 ...

 
2015-03-21 723
159

#08. 인생 최후의 오디션 _ 원재웅 file

최근 화제에 오르고 있는 영화 ‘위플래쉬’는 천재 드러머를 갈망하는 학생 앤드류와, 그의 광기가 폭발할 때까지 몰아치는 폭군 플렛처 교수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올해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음향상, 편집상 등 무려 3개 부문을 석...

 
2015-03-28 829
158

#09. 게으른 파수꾼, 추억의 발걸음을 걷다 _ 송인호 file

길을 나서볼 때입니다. 어느덧 장로님들과 집사님들이 모이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충전이 잘 된 LED 랜턴과 손에 달라붙는 알루미늄 방망이 하나를 집어 들고 말입니다. 첫 행선지는 내 맘대로 정한 순서대로 예전 회계실 건물입니다. 손전등을 비춰가며 ...

 
2015-04-04 749
157

#10. 분노 조절 장애 _ 지근욱 file

욱! 하는 성격 종종은 아니지만 아주 드물게(?) 나의 ‘욱’하는 성격 때문에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는다. 특정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 마주하면 버럭 화를 낸다. ‘아차!’하지만, 이미 주변 상황은 불편해져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노하기를 더디 하라...

 
2015-04-18 1106
156

#11. 동행(同行),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_ 송현석 file

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2015-04-25 1251
155

#12. 타인의 고통에 한 걸음 다가서기 _ 홍미례 file

타인의 고통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이해는 없고 따라서 완전한 사랑도 불가능합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는 데에는 직접, 간접적 체험이 가장 효과적이겠지요. 이를테면 타인의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의 통...

 
2015-05-02 608
154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549
153

#14. 뒤에서 들리는 스승의 목소리 _ 홍봉준 file

5월은 일 년 중 ‘기념일’이 가장 많은 달이다. 어린이로부터 시작해서 부모와 선생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사람의 성장과 가르침에 관련된 날들이다. 그중에서 스승의 날은 그 의미와 가치가 많이 퇴색했지만, 그래도 스승은 변치 않는 우리 ...

 
2015-05-16 665
152

#15. 신앙의 건강을 위한 균형 있는 식단 _ 김태훈 file

건강식품 유통업을 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평소와 달리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가짜 백수오 사건으로 업계가 비상이라고 한다. 5월은 어버이 날, 스승의 날이 있어 통상 일 년 중 건강식품의 판매가 가장 활발해야 하는 시점인데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2015-05-23 469
151

#16.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을까 _ 맹지애 file

시대가 변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슴 뛰는 꿈을 꾸고 어른들은 그 꿈을 응원하던, 말 그대로 ‘꿈’만 같던 시기가 흘러가버렸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업을 얻고, 좋은 직업을 얻어야 편...

 
2015-05-30 753
150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10
149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554
148

#19. 위험불감증 _ 김범열 file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의료진과 방역 당국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로 붐벼야 할 시내 유명 백화...

 
2015-06-20 474
147

#20. King of Mask Singers _ 송인호 file

"복면가왕"이란 프로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이 정도로 음악성이 있는데, 난 아직 잊힐 때가 아닌데, 난 너무 저평가 되었는데... 이런 출연자들을 모아 모아 가면을 씌우고 노래로 순위를 정하는 오락 프로그램입니다. 가면을 쓴 가...

 
2015-06-27 574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