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6.10.04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28lMXnFBqUxBpIcEOtyheeww9SvAFQ.jpg



사랑에 대하여,라고 제목을 잡았다고 해서 이 글 속에 뭔가 거창한, 혹은 뜨거운 것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썼던 글 중에 이 글이 가장 무심하고 냉랭한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나는 사랑에 대해 알지 못하고 사랑을 실천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마치 사랑이란 이런 것이며, 여기에 사랑이 있노라고 덜 익은 비린내를 풍기는 제목을 정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의 제목은 사실 ‘사랑을 아시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하게도,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랑에 대한 책을 보고 연수도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이론으로 배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알지만 나는 부단히 사랑을 향하여 걷고 있더군요. 사랑과 전혀 관련 없는 책인 것 같고 연수 같은 것도 나는 이미 사랑과 연관 짓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저기 붉게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을 보거나 누군가의 품에 안긴 노랑 장미 한 송이만 보아도 그래, 문제는 사랑이거든, 이렇게 중얼거리곤 합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면 입안에 쓴 침이 고였습니다.

 도대체 사랑은 무엇인가. 오래 참고, 성내지 않고, 교만하지 않으며... 맞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제가 입으려는 옷의 첫 단추가 아니었습니다. 에릭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나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그것도 아닙니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득 일련의 생각들이 두서없이 화르륵 피어났습니다. 사랑은 설거지야. 사랑은 빨래와 청소이며 사랑은 손칼국수와 차를 대접하는 일이야. 사랑은 출근이며 땀 흘려 일하는 거고 퇴근 후 병문안을 가는 일이야. 사랑을 하고 싶다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지 말고 소파에 피곤에 쓰러져 누운 사람이 깨지 않도록 가만히 이불을 덮어주고 머리맡에 앉아 기도하는 것이야. 나에겐 그래, 내 살 같은 시간을 뚝 떼서 붙여주는 것. 나는 사랑을 생각하느라 쓴 침이 고이는 입속에 사탕을 하나 까 넣었습니다.

 사랑은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거야. 너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오히려 예쁘게 포장되어 현실적이지 못하거나 높이 떠오른 풍선처럼 추상적으로 변질되어, 사랑은 사랑대로 생활은 생활대로 이중적 삶이 될 수가 있으니까. 그렇다면 얼마나 설거지를 해야 하고 내 살 같은 시간을 조금이나마 떼어서 나눠주고 머리맡에서 기도해주고 손칼국수를 끓여야 할까? 음...그것은 영원히. 하나님이 그만이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그런데 하나님은 사랑을 그만둬라, 고 말씀하지 않으실 거야. 더 사랑하라. 여기에서 사랑했다면 저기까지 사랑하라, 고 말씀하실 거야. 그러니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영원히 해야 하는 거야.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지하철 환승역에 도착했습니다. 서둘러 내리며 아마 사랑은 마지막 숙제이며 가장 어려운 숙제일 거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저는 아직 사랑에 대해 한 글자도 쓰지 못 했습니다. 또한 사랑을 향해 한 걸음도 떼지 못 했습니다. 마틴 부버의 말처럼 하나님은 모든 (그것)을 당신의 (너)로 만드는 무한한 (나)인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무한한 나인 (너), 하나님의 모든 (그것)을 사랑하고자 한 글자를 쓰고 한 걸음을 떼기로 했습니다. 내가 사랑에 대해 아는 것은 딱 하나, 하나님의 이름과 성품과 말씀은 사랑이니까요.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cyc74AGdMTyn.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66

#99.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_ 박승현 file

‘많아지면 달라진다’의 저자 클레이 셔키(Clay Shirky)의 말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20억 명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 시간의 대부분을 TV를 시청하는데 낭비하였지만, 인터넷과 S...

 
2017-02-16 342
165

#94. 그래도, 희망! _ 홍미례 file

2016년이 떠납니다. 2016년은 이제 돌아오지 않습니다. 더불어 2016년 모든 시간은 2017년의 뒤로 숨습니다. 그렇다 해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필연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는 오늘의 자화상...

 
2017-01-08 370
164

#130. 바라봄의 기쁨 _ 서재원 file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화려함, 때로는 소박함, 그리고 보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눈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 입니다. 하루라도 눈을 뜰 수 없다...

 
2017-10-10 377
163

#101. 시작이라는 선물 _ 서재원 file

어느덧 2017년 1월이 모두 지나고 2월의 중간에 도착했습니다. 2017년, 어떤 시작을 하셨나요?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어느덧 20대가 되어 처음 보낸 지난 2016년, 그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합니다. 돌아보니 2016...

 
2017-03-03 385
162

#136. 내가 여기에 서있는 이유 _ 하찬영 file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우연히 저는 ‘위플래시’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작품이라 틀어놓고 있다가 결국에는 끝까지 보고야 말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지금 뚜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아무래도 이제는 그...

 
2017-12-01 389
161

#105. 고3과 학부모를 위한 조언 _ 이원재 file

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

 
2017-03-30 399
160

#115. 우리 인생엔 지름길이 없다 _ 김영호 file

2017년 전도 축제가 5월 14일과 21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란 말이 있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

 
2017-05-29 408
159

#106.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고찰 _ 강명선 file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이 본격적인이란 말은 교회에 나와서 성경을 공부하고 교회의 기관에 등록하여 봉사하면서 정기적인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드린 신앙생활의 기간이며...

 
2017-03-30 418
158

#122. 학교에서 배운 한 가지 _ 하찬영 file

그랬던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미대 다닌 남자였다(이대 아니고 미대라고 그는 또 아재개그를 날렸다). 그는 그런 그의 타이틀이 나름 있어보인다며 은근히 만족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디자인 전공에 대해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

 
2017-08-09 420
157

#141. 12월에 시작하기 좋은 책읽기 _ 이원재 file

학교 현장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2차 지필평가(예전에는 기말고사라고 했음)가 곧 시작하고 방학 전까지 각종 행사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3 수험생은 포항 ...

 
2017-12-26 421
156

#97. 청년이 되는 습관을 기르자 _ 송인호 file

'뇌를 늙게 만드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신앙을 더욱 청년처럼 만드는 방법을 간략하게 나눠보고자 한다. 1. 밤 9시 이후 식사하는 습관 – 잠잠히 기도하며 내일을 준비하자. 2. 험담하는 것 - 욕설이나 ...

 
2017-01-25 423
155

#85. 3대 영(靈)양소 _ 박승현 file

# 천고마비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계절인데, 왜 내가 살이 찌고 있는지? 가을에는 식욕이 왕성해져 다이어트에 실패하기 십상이다. 여기에 식욕이 증가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한다.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적어져 기분 조절, 식욕, 수면 ...

 
2016-10-31 424
154

#110.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_ 정유진 file

요즘 나는 나를 배웁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좋았던 것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떤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 새로운 나를 경험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생활습관과 행동, 생각의 패턴들도 내가 누군지 설명합니다. 나 자신...

 
2017-04-25 430
153

#113. 할머니니? _ 박승현 file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

 
2017-05-29 430
152

#88. 잊지 말고 기록하자 _ 이장식 file

기억합니다. 그러나 잊고 살고 있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과 결심들, 부모님에 대한 소중함, 친구와의 우정, 하나님의 은혜 쉽게 잊고 살고 있습니다. 2010년 초겨울이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미국 생활 2...

 
2016-11-27 446
151

#89. 엄마 손은 약손 _ 지근욱 file

내가 어릴 적이라고 해봐야 1970년대, 그리 옛날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약이 증상별, 종류별, 메이커별로 다양하지도 흔하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밤에 아이가 아프면 자가용에 태워 가까운 응급실에 가던 시절도 아니다. 열이 오...

 
2016-11-27 450
150

#116. 기회 _ 서재원 file

어느덧 우리는 2017년이라는 층의 중앙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2017년을 만났을 때 세웠던 계획들과 수많은 목표들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획만, 혹은 포기한 것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계획...

 
2017-06-12 453
149

#149. 나와 당신의 슈퍼 히어로 file

‘2030 청년세대 15만 명이 직접 선정한 영웅들이 직접 멘토링을 한다’는 내용의 종편방송 커머셜을 호기심 기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는데, 쟁쟁한 인물(‘영웅’들이라 해야겠습니다만)들이 출연하는 포럼에서 그들의 성공스토리를 공유하고 피와 살이 되는...

 
2018-02-14 456
148

#56. 책이 지니는 세 가지 몫 _ 홍미례 file

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

 
2016-04-04 457
147

#140. 신앙전수의 길 _ 김신웅 file

2017년 11월 17일, 평소와 같이 아침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발걸음 하던 중, 아버지로부터 급하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친할머니의 임종 소식이었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슬픔이 찾아오면서 할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20대 초반...

 
2017-12-26 457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