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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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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실을 맺기 위해 이 나무는 한 해 동안 세차게 내리는 비와 바람,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견뎌냈겠지."



  이렇게 나무들이 열매 맺는 것을 보았을 때 지금은 추수 때임을 느낀다. 올해를 돌아보며 ‘나는 하나님 앞에 원하시는 열매를 맺었는가? 무엇을 추수할 것인가?’를 돌이키게 한다. 지나온 과거의 반성과 함께 남은 한해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또 다른 다짐을 하게 된다.



  작년 이맘때 추수감사절을 한 달 정도 남겨두었을 때의 일이다. 분명 한 해 동안 아버지가 원하시는 뜻을 좇아 열심히 살았는데, 어떤 열매를 드릴 것인가 생각해보니 추수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닌가. 있는 힘껏 발버둥 치며 살아왔는데 그분께 드릴 것이 없다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 삶의 비애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교회 벤치에 앉아 오래도록 생각을 하고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 친구였다. 친구가 어디냐고 물어보길래 교회라고 대답하니, 갑자기 교회를 한번 와보고 싶다는 것이 아닌가.



  작년에는 그렇게 다니고 싶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마음속에 뜨거운 바람이 불어 신학교를 등록하게 되었고 동시에 휘선기념사업회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버지 하나님께서 만세전에 계획하고 작정하신 그 신비롭고 오묘한 섭리의 체험을 많이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만나면 겪었던 삶의 변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다녔다. 전도도 하고 싶었었지만 "교회 한번 와볼래?"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같이 교회가자는 말에 나의 고백이 퇴색되어 버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근데 그 친구가 갑자기 스스로 교회를 와보고 싶다는 것이 아닌가. 감나무 열매를 보며 엄청 눈물이 났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구나."



  그 친구가 주일 4부 예배를 나오더니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친구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예배 후에 식사하고 헤어질 때 친구가 한마디 하는데 “다음 주에 또 보자.”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아버지가 원하시는 열매를 드릴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렇게 그 친구가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오면서 같이 또 다른 친구를 전도 할 수 있었다.



  근데 매번 놀라운 사실은 이 친구들은 교회 오라고 하지 않아도 자신이 나오겠다고 다음 주에 또 보자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받은 은혜의 체험을 전파하여 이번엔 3주 된 새신자가 또 다른 새신자를 스스로 전도하였다.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의 놀라우신 능력은 인간의 생각으로는 절대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전도했냐고 자주 물어보는데 나는 대답한다. "열매를 맺게 해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했어요." 2017년의 추수감사절도 이제 한 달 가까이 다가왔다. 한해 아버지 하나님께 어떤 감사의 열매를 드릴 것인가, 남은 한 달간 기도로써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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