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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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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같이 BC 1446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 햇볕은 내리쬐고 모래먼지는 이는데, 부모며 자식이며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오래 살던 땅을 벗어나 이전에 사용했던 냉장고며, 전기밥솥이며, 옷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수레를 끌며 사막 길을 걸어갑니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끝도 없이 이어진 행렬들 속에서 힘들어도 쉴 수 없습니다. 설상가상, 앞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앞으로는 홍해가 가로 막고 있다고 하고 또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애굽 군대가 우리를 죽이려 쫓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군대. 이대로 가다간 바다에 다 빠져 죽거나, 애굽 사람들 칼에 다 죽는 상황입니다. 당장에 소중한 우리 부모와 자식들, 남편 혹은 아내, 그리고 소꿉친구들과 생이별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과연 절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은 다 다릅니다. 각자 개개인이 자라온 환경이나, 겪었던 일들, 만나왔던 사람들이 모두 다르기에 작은 일에도 생각이 100%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견해차가 있어 다투기도 하고, 싸우기도 합니다. 하물며 사람끼리도 이러한데,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서는 오죽할까요. 과연 우리가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을 정확히 알 수 있을까요?



사람이 강아지를 키울 때를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키우던 강아지가 갑자기 살이 많이 찌면 건강도 안 좋아지고, 몸도 둔해진 것 같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간식도 덜 주게 되고, 강아지가 힘들어해도 데리고 나가서 운동을 시킵니다. 그런데 아마 강아지는 그런 것은 모를 겁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이렇게 생각하겠죠. '왜 갑자기 우리 주인님이 잘 주던 간식도 안주고, 땀 흘리게 만들면서 나를 힘들게 하지?',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는거야'. 그것은 바로 강아지가 사람의 계획을 정확히 살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눈앞에 보이던 간식들이 없어지고, 자기를 계속 뛰고 힘들게 만드는 그 어려움만 생각 할뿐, 그 행위 안에 담긴 주인의 의도를 강아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가끔 '우리의 영적인 건강과 성장을 위하여' 강아지의 주인처럼 '고난'을 주시기도 합니다.



애굽에서 나올 때는 나를 위하여 여러 재앙들을 내려 주셨습니다. 수많은 핍박을 받은 그 애굽 땅을 떠나올 때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모든 축복이란 축복은 다 나에게 내려주신 것 같았고, 매 순간들이 따뜻했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행복했던 날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매일 매일이 행복할 것 같았던 순간들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죠. 다시금 하나님께서는 애굽 왕의 마음을 살기 넘치게 하시고, 모든 마음과 상황들을 급변하게 만드셔서 나의 모든 행복들을 다 앗아가셨습니다. 이전처럼 순간순간 마음 졸이며 가던 길을 걸어가야 했고, 앞도 뒤도 막힌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어둠속을 홀로 걸어가게 하셨습니다. 내 앞으로는 도저히 헤엄쳐 건널 수 없는 홍해가 놓여있었으며 내 뒤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칼을 든 애굽 군대가 나를 쫓아왔습니다. 절벽 끝에 서있는 나에게 의지할 곳은 하나 없었고, 잡아주는 손도 하나 없었으며 이 순간이 내가 사는 날들 중에 마지막 순간이 되어도 아무런 이상할 것이 없는 순간들에 놓이게 하셨습니다. 왜 나를 자꾸만 돌려서 건널 수 없는 바다 앞으로 가게 하셨으며, 왜 내가 이길 수 없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서 나를 좇게 만드는지 원망만 가득했습니다.



사람은 나약하고, 저 또한 사람이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믿음이 흔들리고, 생각과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이전에 애굽에서 나올 때 나에게 보여주신 그 모든 기사이적들은 한순간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내가 애굽에서 나올 때 나의 힘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여 내셔서 나온 것을 분명 체험했기에, 우리는 결국 내 자신과, 앞뒤에 있는 우리들에게 소리쳐 알려주어야 합니다. "애굽에서 나올 때 우리 함께 겪었지 아니했느냐. 저들의 집에는 어둠이 있었지만, 우리네 집에는 빛이 있었지 않았느냐. 저들의 장자들은 다 죽었지만, 우리의 장자들은 이렇게 건강하게 살아있지 않느냐. 그러니 우리 믿고 나아가자, 함께 믿으며 나아가자!"고 말입니다.



때로는 하나님의 생각과 계획이 내 생각이나 계획과는 달라 모든 상황들이 힘들고, 지치고,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만 나의 방법이 하나님의 방법과는 전혀 다르기에, 힘 없는 나의 방법보다는 나를 지으신 하나님의 방법을 믿고 순종할 때에, 내 힘으로는 절대 건널 수 없을 것만 같던 홍해를 열어주시고, 내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애굽 군대를 수장시키는 그 기적을 다시금 목도 하며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힘입어 더욱 힘 있게, 더욱 큰 확신을 가지며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분명 하나님의 방법이 우리의 방법이 될 때, 고난이 축복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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