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pkblog_body_33.jpg



냉장고를 열고 식재료를 고른 후, 15분 만에 뚝딱!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요즘 즐겨 본다. 요리를 먹는 스타들은 한입 먹는 순간 신비로운 표정에 '엄지 척'이다. 대부분의 다른 먹방(먹는 방송)과의 차이점이라면 냉장고에 있는 평범한 식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데 15분도 안 걸린다는 것이다.
htm_2015031611517l800l807.jpg


나도 냉장고를 연다. 이리저리 살피며 요리 비슷한 걸 해보려는데,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다가 15분, 20분이 지나간다. 한 시간이 지나도 TV 속 셰프들의 15분 요리는 좇아가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갖은 식재료로 15분 안에 요리를 만드는 셰프가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학습과 숙련의 과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식재료를 4배속, 8배속으로 칼질하며 일정한 크기로 만들고, 마늘을 큰 칼로 내리찍으며 탕탕 빻아내고, 프라이팬 온도가 적정 온도로 달궈졌는지 온 감각 조직이 알고 있으며, 각종 양념과 식재료의 최상 배합 순서는 이미 체화(體化) 되어 있다. 소금을 한손 높이 흩뿌리는 허세는 그 고단한 배움의 과정을 거친 자들이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

비단 요리뿐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의 성공 그 이면에는 부단한 노력과 도전,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서는 과정들이 무수히 녹아 있다. 매번 줄을 서야 하는 맛집,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 점프, 대한민국의 세계경제 순위 11위도 과정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신앙생활도 5년, 10년, 20년... 연수가 더해 가는 크리스천에게는 새신자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설교 말씀을 꼼꼼히 녹취 수준으로 필기하는 기술, 교회 내 여러 기관을 두루 아는 인맥, 자랑스러운 구속사 사관학교 매달 개수 등은 믿음 생활이 오래되면서 주어진다. 하지만 외형적 부분 외에 정작 중요한 것은 믿음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이다. 빈부귀천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는 겸손, 말과 소문의 홍수 속에도 묵묵히 주어진 헌신과 예배의 자리를 지키는 믿음, 언제 어디서나 원로목사님이 생전에 권면하신 말씀을 되새기며 모든 삶의 처소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명품 크리스천이 되어야 한다.

구속사의 수많은 의인들의 삶은 성경에 짧게 기록되어 있다. 에녹이 300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365세에 죽음을 보지 않고 변화 승천했다는 구절, 악한 시대를 살았던 노아가 방주를 완성하기까지 하나님이 명하신 대로 다 준행하였더라는 구절, '아버지여 저희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십자가 상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 모습까지. 성경 한 구절 한 구절 앞에서, 얄팍한 잔머리와 무딘 신앙 양심을 가진 나는 꼼짝할 수 없다. 예수님을 닮고 싶고, 에녹처럼 변화되리라고, 노아처럼 방주를 예비한다고 말뿐이다. 연단의 과정과 경건의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 비전은 공허한 결과뿐이다.

냉장고를 열고 15분 안에 요리를 만들려면 요리 학원에서 기술도 배우고, 양파도 몇백 개씩 썰며 칼질에 익숙해지고, 가스 불에 손도 데이며 불과 친해지고, 각양 식재료, 조리기구 특성도 모두 파악해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소금만 높이 흩뿌린다면 그것이 진짜 허세가 아닐까? 

내 신앙의 허세와 거품을 걷어낼 때, 지금의 신앙 현주소가 파악된다. 새벽예배 단을 쌓고, 온전한 주일성수를 위해 힘을 내야 한다. 읽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는 구속사시리즈 7독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오늘 시작하는 경건의 연습과 연단의 과정을 통과할 때, 우리는 에녹처럼, 노아처럼, 예수님처럼 구속사의 한 페이지를 빛내는 주인공으로 천국을 차지한다. 원로목사님의 비유처럼 바나나 먹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 바나나가 눈앞에 나타나는 세계, 15분이나 기다리지 않아도 내가 생각하면 바로 이루어지는 완전 영통(靈通)의 세계다. 천국 가는 길에 에스컬레이터는 없다. 앞서 가신 예수님의 손을 잡고 내 믿음의 두 발로 묵묵히 걸어가는 방법뿐이다.

w.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126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

 
2017-10-10 545
125

# 131. 수영을 통해 깨달은 영혼의 숨쉬기 file

얼떨결에 등록하게 된 수영. 교역자에겐 사명이 생명인지라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긴 해야겠는데 마땅한 게 없던 차에 누군가 수영을 권했다. 첫 시간부터 ‘와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감탄을 했다. 일단 뭔가 새로운...

 
2017-10-10 743
124

#130. 바라봄의 기쁨 _ 서재원 file

우리는 살아가면서 눈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화려함, 때로는 소박함, 그리고 보는 것으로 느끼는 수많은 감정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눈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 입니다. 하루라도 눈을 뜰 수 없다...

 
2017-10-10 378
123

#12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 _ 김영호 file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익숙한 향기를 맡았습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옛날 시골집의 향기였습니다. 초등학교 방학 때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가서 한 달 내내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빌라와 ...

 
2017-09-19 474
122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535
121

#127. 인생 2막을 시작하며 file

2017년, 어느덧 입추와 처서를 맞이하고 이제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기다리는 때가 되었다. 올 해 벌써 많은 일들을 겪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에 헉! 하고 놀랄만한 사건은 바로 곧 가정을 꾸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어린것...

 
2017-08-30 459
120

#126. 고등부 교사 총무를 마치며 file

지난 8월 13일에 고등부 교사 총회가 열렸다. 1년 임기의 새로운 교사 총무를 선출하였다. 고등부는 고3 이전에 학생 임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 총무의 임기도 학생의 그것과 주기를 같이 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 동...

 
2017-08-30 566
119

#125. 노래하는 말 _ 송인호 file

죄를 짓고 붙잡혀 왕이 내리는 처벌을 받을 운명에 처한 죄수가 있었습니다. 이 죄수는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면 1년 안에 왕이 아끼는 말에게 노래를 가르치겠다는 약속으로 왕을 설득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

 
2017-08-16 478
118

#124.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_ 정유진 file

‘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비효과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은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것까지 무한대의 ...

 
2017-08-12 116369
117

#122. 학교에서 배운 한 가지 _ 하찬영 file

그랬던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미대 다닌 남자였다(이대 아니고 미대라고 그는 또 아재개그를 날렸다). 그는 그런 그의 타이틀이 나름 있어보인다며 은근히 만족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디자인 전공에 대해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

 
2017-08-09 421
116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2017-07-12 523
115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546
114

#118. 이 시대의 주인공 _ 이장식 file

6월은 현충일과 6. 25 한국전쟁, 6. 29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달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된 호국보훈의 달이다. 고등부 한소리에서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

 
2017-07-05 481
113

#117. 다시 꺼내 든 근현대사 책 _ 정유진 file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2017-06-12 1821
112

#116. 기회 _ 서재원 file

어느덧 우리는 2017년이라는 층의 중앙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2017년을 만났을 때 세웠던 계획들과 수많은 목표들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획만, 혹은 포기한 것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계획...

 
2017-06-12 454
111

#115. 우리 인생엔 지름길이 없다 _ 김영호 file

2017년 전도 축제가 5월 14일과 21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란 말이 있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

 
2017-05-29 409
110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2017-05-29 571
109

#113. 할머니니? _ 박승현 file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

 
2017-05-29 431
108

#112. 내 인생의 사물 _ 김신웅 file

어느 포근한 토요일 점심 무렵, FM 라디오를 – 채널 주파수는 104.5MHz – 들으며 교회에 가던 중이었다. 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진행하는 ‘사물의 재발견’이 흘러나왔다. 이 날 코너에서는 여러 청취...

 
2017-05-12 471
107

#111. 세 번째 덫 _ 송인호 file

영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케빈은 잘 나가는 변호사였습니다. 그의 유능함은 여제자를 성추행한 파렴치한 교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죄 방면토록 만드는 등, 소송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

 
2017-05-02 464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