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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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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건은 만들어져 포장을 뜯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중고품이 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백화점에 진열된 처음 제품이 100만원이라면, 계절이 가도 팔리지 않은 옷은 다음 2차 시장인 마트나 할인점에서 40~50%로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마지막엔 폐기처분 되거나 무게로 달아 헐값에 처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것은 가장 최근에 나온 제품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최신 제품이야말로 가장 비싸고 가장 좋은 것이 된다.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최신 제품을 구매하여 자랑을 하고, 실속 있는 사람들이나 돈에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2차, 3차 시장에 가서 싼 가격에 유행이 지난 제품을 구매한다. 유행이 지났다는 것은 그 제품이 만들어지고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 보면 시간이 흐름을 역행하여 값이 매겨지는 것들이 있다. 부동산 관련 뉴스에서 단골로 등장하듯, 소위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오래되고 낡을수록 값이 올라간다. 이는 재건축 이후 얻게 될 기대수익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애매하게 10년, 20년 된 아파트보다 30년 넘어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가 오래되고 낡았지만 오히려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골동품’의 경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은 천 원, 만 원짜리 우표를 구매하지만, 이것이 시간이 흘러 오래되면 될수록 액면가 이상의 대접을 받게 된다. 소장하고 있는 물건이 시간이 아주 오래되어 ‘희소성’을 갖게 되거나 과거 역사를 설명하는 증거물이 될 때, 심지어 ‘보물’ 대접을 받기도 한다.  

 사람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한 케이스다. 물건과 달리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장한다. 그러므로 그 가치가 상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점에 이르면 신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점점 가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람에겐 예외가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갈 때, 그 사람의 발자취는 시간이 가도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준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이 세상을 작별해도 ‘역사’라는 시간의 무대에서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다. 후대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초청되어 시간을 뛰어넘는 교제와 만남이 이루어진다.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0일까지, 베리트 신학대학원에서 주최한 소아시아 지역 성지 답사를 다녀왔다. 터키의 성 소피아 성당이나 에베소와 같은 고대 도시 터. 그리스에서 만난 고린도, 빌립보 등의 도시, 그리고 로마를 답사하면서 맞닥뜨린 것은 엄청난 시간의 가치였다. 로마 시대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콜로세움의 위용과 성 베드로 성당과 그 안에 있는 수많은 그림과 조각품들. 모두가 2천 년 가까운 세월을 견뎌낸 위대한 용사들이었다. 제아무리 최신 시설과 첨단 제품들이 편리하고 값어치가 있다 해도 천 년, 2천 년의 시간을 견뎌낸 위대한 용사들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속도감 있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당연시하는 나라에서 시간이 멈춰 서서 2천 년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적들을 볼 때마다 머리칼이 쭈뼛해지는 전율을 느꼈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지만, 아주 오래된 것은 가장 값진 것이라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시간’이라고 하는 연단을 통과한 것들이 갖는 아주 값비싼 값어치. 그것은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자기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교훈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구속사는 시간이라는 장벽을 뚫고 일관된 역사의 물줄기를 만들어 온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이어져온 것이다. 잠깐 발을 들여놨다 빼는 것은 이 거대한 시간의 물결 속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 다음 세대에 바통을 넘겨줄 때 이곳에서 저곳으로, 나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며 시간은 역사가 된다. 그 역사 속에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담길 때 구원의 역사가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시험은 ‘시간’을 통과하는 것이다. 순간은 내 꾀로 어떻게 모면해볼 수 있지만 역사의 큰 흐름은 내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진실된 사람, 역사 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열매를 맺은 사람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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