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pkblog_body_56.jpg



책은 세 가지 몫을 가집니다. 저자의 몫과 독자의 몫, 나머지 하나는 하나님의 몫입니다. 책이 지니는 몫은 트라이앵글의 구조를 이룹니다. 책은 다양한 텍스트들의 총집합인데 그중에는 유일한 텍스트도 있습니다. 성경이 바로 그렇습니다. 말씀이 문자로 기록되면서 필연적으로 파생된 문학이 출연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찾아서 읽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이런 구조의 중앙 꼭짓점에는 하나님의 몫, 섭리가 있습니다.


저자의 몫은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쓰는 것입니다. 아는 것을 쓰는 것입니다. 들은 것을 쓰는 것, 받은 것을 쓰는 것, 또한 전해야 할 것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것은 아주 특별하고 독특한 사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쓰는 몫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습니다. 저자는 두 종류로 나뉩니다. 글을 쫓아가며 쓰는 부류와 글이 쫓아와 써지는 부류입니다. 전자는 다수이고 후자는 소수이며 희귀성을 띱니다.


독자의 몫은 읽는 것이겠지요. 읽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체화 시키는 것, 독자의 몫입니다. 읽는 몫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습니다. 문자를 읽히기만 하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흰 바탕에 검은 글씨를 보는 행위를 독서라고 한다면 곤란하겠지요. 읽는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인데 이해한다는 것은 신뢰한다는 것과 같은 맥이라고 봐야겠습니다. 행복한 독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은 좋은 책을 알아보는 것과 훌륭한 저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몫은......그것은 하나님만 아십니다. 제가 아는 것은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과 한 사람이 그 책을 쓰고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어떤 사람은 읽음으로써 인생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희귀한 저자를 택하여 무엇을 어떻게 쓸지를 계시하고 독자를 뽑아 읽히고 깨닫게 하여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 오직 하나님만이 가능케 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생의 유일한 텍스트를 찾으셨습니까? 개인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책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분의 그 책을 평생토록 진지하게 읽어야겠군요. 내 인생의 빛이 된 책이라면 타인의 인생에 등불이 되도록 날개를 달아 전해야겠군요. 삶이 뒤집히는 텍스트를 찾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가치에 합당한 삶을 살아드리지 못한 것, 심장이 아릿하지요


좋은 책은 거울입니다. 인간의 본질을 비춥니다. 거울 속에는 나와 인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서사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책은 일을 합니다. 퍼즐을 맞추듯이 서사의 뼈대를 하나하나 뽑아내어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트라이앵글 구조를 지닌 책이 지닌 몫입니다. 우리는 어느 몫에 해당됩니까. 저자와 하나님의 몫이 실린 책이 일하도록 각자 맡은 자리에서 의미 있는 몸부림을 하고 있습니까.

 

희귀하고 좋은 텍스트의 큰 특징은 독자들이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늘이 내린 떡과 같은 선물입니다. 에녹은 일생 365년 중 18% 정도인 65년간 하나님과 동행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 65년은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 몸부림하는 의지와 실수와 고뇌의 번복이 아니었을까요. 지금까지의 삶이 의지와 실수와 고뇌의 번복이었다 해도 하늘이 내린 선물은 변함없으니 낙심치 맙시다.


생각은 왜 하고 말은 왜 하고 글은 왜 씁니까. 생명 죽은 것이 생각이요, 생각 죽은 것이 말이요, 말 죽은 것이 글입니다(참평안 특별호Ⅱ 중에서). 글마저 죽는다면, 글마저 믿지 못한다면 길이 없습니다. 글 그 이하로는 더 이상 하나님이 낮아지실 공간도 시간도 차원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글, 지금 여기에서는 돌아서서도 멈춰 서서도 안 됩니다.

 

4월이라 그런가요. 꽃향기가 진동하기 시작했군요. 저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책을 들고 전도하러 나가야겠습니다. 함께 가시려는지요.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UXdc6Zb2ZySQS9zv61XBU3Ot5aZ.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66

#96. 유난스런 고민 끝내고 오로지 전진만 _ 정유진 file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처음’이라는 그 공간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된 곳이 또 있을까싶습니다. 시작할 때의 포부와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단단한 의지가 담긴 초심만으로 훗날 ...

 
2017-01-21 532
65

#150. 부끄럽지 않은 등재 file

어느 날 갑자기 영문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Congratulations on Your Acceptance into Who's Who in the World'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마르퀴즈 후즈 후’라는 곳인데, 나를 2018년도 인명사전에 등재하고자 노미네이트 했고 인명사전에 올리기 전...

 
2018-02-14 531
64

#34. D-30! 이제 겨우 남은 30일 _ 송현석 file

한국의 독특한 교육열과 입시문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속성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천국 입시의 아주 확실한 샘플이기도 하다.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 이 글을 작성하는 '수능 D-30'의 시점에서 이에 대해 ...

 
2015-10-17 530
63

#84. 회고록 _ 송인호 file

회고록의 뜻이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전적 의미에 앞서 파워링크라고 나오는 수많은 회고록 대행업체(작가)들의 명단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쓰...

 
2016-10-23 527
62

#104.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는 사람 _ 박남선 file

얼어붙었던 하늘과 땅이 어느새 온기를 만나 봄의 길과 마주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도 항상 따뜻한 날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혹한의 겨울을, 서늘한 가을을 또 뜨거운 여름과 온화한 봄을 느끼곤 합니다. 통상 우리...

 
2017-03-15 526
61

#144. +1_ 홍명진 file

1을 더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수 계산에서의 1을 더하는 것 말고도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오려면 24시간이 필요하고,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려면 3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는데도 12...

 
2018-01-24 525
60

#138. 말씀의 온도 _ 정유진 file

요즘 차고 뜨거운 정도를 나타내는 ‘온도’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언어의 온도, 사랑의 온도, 행동의 온도, 이별의 온도, 리더의 온도 등. ’잘 지내니?’라는 작은 안부 인사가 영하 10도라면, 이것을 안부로 들어야하는지, 감정적 공격으로 혹...

 
2017-12-01 524
59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2017-07-12 524
58

#134.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_ 강명선 file

우리 아빠는 참 복도 많다. 아내를 잘 만났다. 별로 잘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엄마는 아빠를 끔찍이도 챙긴다.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남편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은데 환갑이 지난 지금도 아빠 곁에 있다. 옆에 꼭 붙어있다. 7남...

 
2017-10-27 523
57

#25. 조합의 창의성 _ 최주영 file

이 세 가지 물건들은 사람의 손안에 쏙 들어오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호모 에렉투스가 100만 년 넘게 사용했다고 알려진 손도끼입니다. 그 이전 원시인류의 최첨단 도구는 돌망치였지만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러 발명된 ...

 
2015-08-01 522
56

#32. 한 해의 2/3 분기점을 지나는 천국 가는 나그네길에서 _ 박다애 file

잠잠했던 비염인데 알레르기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 가려운 눈을 비비니 열이 나고, 흐르는 콧물을 연신 닦아내느라 코밑이 허는 지경에 이르렀다. 계절이 바뀌거나 기온차가 갑자기 커질 때면 으레 겪는 통과의례 같은 현상이다. 하늘이 높아졌고, 내가 ...

 
2015-10-03 514
55

#72. 수련회의 추억 _ 박승현 file

요즘은 놀 거리,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수련회(성경학교)는 일 년 내내 기다리는 행사 중 하나였다.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아 진리의 성경 말씀, 배우러 가자“를 외치며 말죽거리(지금의 양재)에서 78-1번 ...

 
2016-07-24 513
54

#36. 바벨 _ 최주영 file

대화를 하다 보면 간혹 상대방이 어떤 의중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느낌으로도 모르겠고, 제스처로도 파악이 안되고, 말로 표현하다 보면 더욱더 아련해집니다. 이는 대화하는 상대방도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자세히 일러주어도 ...

 
2015-10-31 510
53

#17. 울타리 _ 강명선 file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

 
2015-06-06 510
52

#42. 2015년이라는 길의 끝자락에서 _ 김범열 file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새로운 달력을 벽에 걸고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2015년 새 달력을 벽에 걸고 설레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올해의 달력도 12월 마지막 한 장 밖에는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2015-12-12 507
51

#79.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_ 원재웅 file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2016-09-18 504
50

#76. 오보 _ 김진영 file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심한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들이 하루하루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불합리한 부분이 있는 현행 전기 요금 누진제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에어컨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에어컨을 하루 ...

 
2016-08-29 504
49

#26. 광복 70년, 70년만의 해방 _ 홍봉준 file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

 
2015-08-15 504
48

#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2017-04-11 503
47

#139. This is my Father's Church _ 송인호 file

This is my Father’s Church 아버지 하나님께서 만드신 교회. 구속사 운동의 교회 Oh, let me ne’er forget 절대로 잊지 않으렵니다. 아버지께서 이 교회를 위해 흘리신 피와 눈물과 땀을 That though the wrong seems oft so strong, ...

 
2017-12-01 499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