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TUeuL6CMtV8YYOxkLismqAcOvIj17z.jpg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독교 사상을 관통하여 글을 뽑아내기 때문이기도 하고 뭔가에 꽂히면 좀체 바꾸지 못하는 제 성격 탓이기도 합니다. 그를 좋아하다 보니 러시아에 가보고 싶고 그가 살면서 집필하던 페테르부르크의 작은 아파트를 개조한 도선생 박물관에 하루 종일 고요히 머물고 싶어집니다. 그의 책을 읽다가 표지 날개에 실린 깍두기만한 사진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것 같아,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그의 책들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독파하는 기쁨이란...... 이런 모든 것이 다른 시공을 살던 그를 살아있게 하고  만남과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이 무엇을 읽고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존재가 결정된다는 그의 의견에 변함없이 공감하게 됩니다. 
 
 어떤 분이 구속사를 읽고 놀라운 감동을 받았는데 저자이신 원로목사님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것에 무척 가슴을 애달아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만나 악수하고, 기도 부탁을 드리고, 눈빛을 나누고, 대화를 나눈 사람이 너무 부럽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은 구속사 시리즈를 다 구해서 읽고 저자께서 기도하셨다던 산기도처를 오르고 저자의 숨결과 흔적을 찾아 연수원을 찾아가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열정이 고맙고 콧날이 시큰했는데 얼마 안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아, 진심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구나, 아니 살아있는 그와 만나고 있구나. 조금 더 지나니까 만나서 두툼한 손을 잡아보고 깊은 눈을 마주 바라보고 대화를 나눠본 적이 있는 제가 너무 부끄러워지면서 그 사람의 순수함에 도전 의식이 생깁니다. 항상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성경을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읽으셔야 했던 이유, 3년 6개월 7일을 부르짖어 받은 말씀을 50년이나 저장하였다 쓰신 이유, 오직 예수님과 말씀에 모든 것을 바쳐버린 삶의 이유에 대해. 존재의 결정 때문이 아니었을까......짐작해 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존재를 결정하고 생을 출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창조주였고 구세주였습니다. 존재의 결정 때문에 죽음 당하시고 다시 사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동시대에 살며 울려 나오는 목소리를 통해 직접 말씀을 들은 적이 없지만 기록된 성경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고 믿고 사랑합니다. 구속사의 저자는 보통 사람이 뭔가를 읽고 수를 세는 것만으로도 벅찰 만큼의 성경읽기에 몰입하셨고 고립 가운데 오랜 시간 기도하셨고 칡넝쿨에 글을 쓰셨습니다.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과 대화하면서 예수님 생애의 무늬와 향기와 촉감을 다 보고 맡고 만지고, 보혈에 싸인 영원한 생명과 죽지 않는 영혼과 깨닫는 영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뜻과 변치 않는 마음을 살과 뼈에 새겨 넣으셨겠지요. 그런 과정은 도저히 헤아리지 못하겠습니다. 구속사만이 오롯이 대변합니다. 저자의 존재 결정과 삶이 옳았다는 것을.

 여전히 읽는 것에도 쓰는 것에도 목이 마르고 허기가 집니다. 태양은 저렇게 강렬한데 저는 오슬오슬 추울 정도의 서러움을 낱낱이 느낍니다. 존재의 결정에 대한 두려움과 떨림 때문이겠지요.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WfEB1ZFDkVORaUUWBxbkDpsSa.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66

#105. 고3과 학부모를 위한 조언 _ 이원재 file

3월은 피곤한 달이다. 해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새로운 얼굴들을 보며 새로운 이름을 외워가며 그 아이들의 많은 것을 파악하려고 애쓰느라 시간에 쫓긴다. 보름이 지나도록 이름이 낯선 아이들, 그 티라도 내면 마음에 상처 입을까봐 수시로 사진을 ...

 
2017-03-30 398
65

#106.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고찰 _ 강명선 file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한지 만 10년이 되었다. 이 본격적인이란 말은 교회에 나와서 성경을 공부하고 교회의 기관에 등록하여 봉사하면서 정기적인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드린 신앙생활의 기간이며...

 
2017-03-30 418
64

#107. 거지같은 인생 _ 김진영 file

“한국의 중산층 기준”에 대해서 듣고 충격받은 적이 있다. 한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중산층의 기준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기준이 “① 부채 없는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②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③ 자동차는 2,000cc급 이상 중형...

 
2017-04-06 656
63

#108.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_ 하찬영 file

‘봄 가을 없이 밤바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라는 어느 시인의 고백이 떠오르는 지금, 저 역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감 기한을 훌쩍 넘긴 지금 급하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

 
2017-04-11 502
62

#109. 네 아이의 엄마 _ 이승옥 file

저는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 한 문장만 읽고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머머, 힘들겠다.’ ‘어떻게 키운데?’ ‘지금은 힘들어도 크고 나면 좋아.’ 그리고 위에 딸이 셋이고 막내가 아들이다 보니, 또 이렇게...

 
2017-04-25 672
61

#110. 그래서 우리는 괜찮습니다 _ 정유진 file

요즘 나는 나를 배웁니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을 때, 좋았던 것이 갑자기 싫어질 때, 어떤 감정을 처음 느꼈을 때 새로운 나를 경험합니다. 물론 오랜 시간 반복되는 생활습관과 행동, 생각의 패턴들도 내가 누군지 설명합니다. 나 자신...

 
2017-04-25 430
60

#111. 세 번째 덫 _ 송인호 file

영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케빈은 잘 나가는 변호사였습니다. 그의 유능함은 여제자를 성추행한 파렴치한 교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죄 방면토록 만드는 등, 소송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

 
2017-05-02 463
59

#112. 내 인생의 사물 _ 김신웅 file

어느 포근한 토요일 점심 무렵, FM 라디오를 – 채널 주파수는 104.5MHz – 들으며 교회에 가던 중이었다. 봄 개편을 맞아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진행하는 ‘사물의 재발견’이 흘러나왔다. 이 날 코너에서는 여러 청취...

 
2017-05-12 469
58

#113. 할머니니? _ 박승현 file

“할머니니?”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중학생인 아들은 단기방학이었다. 방학은 그냥 놀도록 놔두어야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는 무슨 과제를 주는지(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노는 꼴을 못 보는 듯). 그리고 아직까지 일부 과제는 부모의 몫이다. ...

 
2017-05-29 429
57

#114. 홍명진 _ 도화지 file

세잔(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은 정물에 관한 심오한 관찰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구, 원기둥, 원뿔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여 후대의 많은 화가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칸딘스키(추상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시아 화...

 
2017-05-29 568
56

#115. 우리 인생엔 지름길이 없다 _ 김영호 file

2017년 전도 축제가 5월 14일과 21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란 말이 있습니다. 복기는 한 번 두고 난 바둑을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

 
2017-05-29 406
55

#116. 기회 _ 서재원 file

어느덧 우리는 2017년이라는 층의 중앙 지점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우리가 2017년을 만났을 때 세웠던 계획들과 수많은 목표들에 얼마나 다가가고 있으신가요? 아직도 계획만, 혹은 포기한 것들이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수많은 계획...

 
2017-06-12 451
54

#117. 다시 꺼내 든 근현대사 책 _ 정유진 file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2017-06-12 1811
53

#118. 이 시대의 주인공 _ 이장식 file

6월은 현충일과 6. 25 한국전쟁, 6. 29 제2연평해전이 일어난 달로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며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지정된 호국보훈의 달이다. 고등부 한소리에서도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휘선 박윤식 원로목사님의 ...

 
2017-07-05 477
52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543
51

#121. 기대와 실행 _ 김진영 file

어느덧 2017년도 상반기가 지나고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2017년도라는 축구 경기의 전반전은 끝나고, 하프 타임이라고 할 수 있는 183일째인 7월 2일도 지났으니, 이제는 후반전만 남은 것이다. 부모를 통해 평강제일교회에 다니게 되고...

 
2017-07-12 521
50

#122. 학교에서 배운 한 가지 _ 하찬영 file

그랬던 것이다. 그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소위 말하는 미대 다닌 남자였다(이대 아니고 미대라고 그는 또 아재개그를 날렸다). 그는 그런 그의 타이틀이 나름 있어보인다며 은근히 만족해 왔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디자인 전공에 대해 웬만하면 말하지 않으...

 
2017-08-09 418
49

#124.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_ 정유진 file

‘나비효과’라는 개념을 좋아한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비효과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은 사소한 것부터 중대한 것까지 무한대의 ...

 
2017-08-12 116358
48

#125. 노래하는 말 _ 송인호 file

죄를 짓고 붙잡혀 왕이 내리는 처벌을 받을 운명에 처한 죄수가 있었습니다. 이 죄수는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주면 1년 안에 왕이 아끼는 말에게 노래를 가르치겠다는 약속으로 왕을 설득해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

 
2017-08-16 477
47

#126. 고등부 교사 총무를 마치며 file

지난 8월 13일에 고등부 교사 총회가 열렸다. 1년 임기의 새로운 교사 총무를 선출하였다. 고등부는 고3 이전에 학생 임원 활동을 마무리하고 수험생 모드로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 총무의 임기도 학생의 그것과 주기를 같이 한다. 임기를 마치면서 그 동...

 
2017-08-30 564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