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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특한 교육열과 입시문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속성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천국 입시의 아주 확실한 샘플이기도 하다.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 이 글을 작성하는 '수능 D-30'의 시점에서 이에 대해 한번 곱씹어 보고 싶다.

포기한 학생은 누구?

그 어느 학생인들 좋은 대학의 특권을 누리며 4년을 지내보고 싶은 마음이 없으랴. 가능하면 서울 지하철 2호선으로 통학할 수 있는 대학에 가고자 모두가 지금껏 뛰어왔을 것이다. 교육의 목표를 '대학 입학' 하나에만 맞추고 있는 풍토가 사실 말도 안 되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믿는 성도들이 '천국 입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놓고 달려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신앙인이라면 이 현실에 대해 더더욱 실감할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입시를 포기한 학생은 누구일까? 그동안 도움을 주었던 주위 사람들에게 극도의 미안함을 느낀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잠시나마 상상하며 '슬피 울며 이를 갈고' 있는 건 누구일까? 바로 입시의 결론만 가진 채 3년 내내 말장난만 일삼던 바로 그 수험생들이다.


"올해 수능은 00월 00일쯤 본대." (11월쯤 본다는 것은 감으로라도 알 수 있다.) 
"OO학원 다니면 성적이 오른대." (수많은 설명회, 세미나를 전전긍긍하고 다녔던 그들이다.) 
"OO선생님 교재로 공부하면 만점이라며?" (그 강사가 그 강사다.) 
"우리 학원으로 바꿔서 이 수업 한번 들어봐, 답이 그냥 보여 ..." (새로운 하늘과 땅(?)의 깊은 말씀 타령하는 최근 몇몇 사이비 집단들의 천박한 풍토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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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종착역에 서서 마치 이미 그 모든 과정을 다 겪은 도사라도 된 듯하다. 시험을 보는 대상은 바로 자신임에도, 마치 제삼자인 양 여유를 만끽하는 거만함 속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 바로 '포기자'들이다. 스스로 공부할 생각은 도무지 하지 않았던 게으른 학생들이며, 이 교재만 손에 쥐고 있으면 나의 머리가 순간 수능 최적화 두뇌로 바뀌어 버릴 것이라는 환상 속에 허우적대고 있었던 이들이다. 어떤 인터넷 강사가 잘 가르치나 알아보기 위해 수많은 저질 커뮤니티 속에서 하루 종일 개헤엄만 치다가, 퉁퉁 불어터져버린 자신의 살가죽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나는 잘 될 것이다'라는 무지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렇듯 결론만 많이 아는 자들은, 누군가가 2배 성장의 큰일을 하고 있을 때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 단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 스스로 크게 만족한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땀 흘리며 노력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면서, 제삼자의 입장에서 박수 치는 일에는 즐거워하나 정작 자신이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고픈 진짜 욕심은 전혀 없다. 시험문제가 지금 나에게 출제되고 있는지 아닌지 인식조차 하지 못할뿐더러, 그 많은 문제 중 90% 이상이 매력적인 오답을 갖고 있는 고난도 문제라는 냉혹한 현실조차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와는 정 반대로 성경의 정도(正道)를 걸었던 위인들의 흔적을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보아왔다. 만약 천국 입시가 수능처럼 D-30을 앞둔 시점이라면, 고액과외라도 해서 배우고 또 배우며 익혀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설령 나는 넋을 놓고 있다 하여도, 집이라도 아니 당신의 신장이라도 팔아서 고액과외를 시켜주고 싶은 심정이 바로 우리 아버지의 심정일 것이다. 

수능에 실패한 수험생들은 재수라도 할 수 있으나, 우리가 치를 '딱 한 과목 수능'에는 재수란 없다. 그것으로 끝이다. 하루 종일 수험장 철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시험을 치르는 나보다 더 떨리는 가슴으로 협심증 말기 환자의 아픔과도 같은 심한 통증 속에서 오직 나의 합격 하나만을 기다리고 있는 내 아버지, 내 어머니. 단순히 한국의 저질 교육 문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림자가 너무나 구체적이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쯤 되면 성경 한 구절이라도 더 외우려 하고, 구속사의 한 테마라도, 숫자 하나 히브리어 단어 하나라도 더 익혀보려 오버(?) 하게 된다.

외운 내용을 혼자서 칠판에 쭉 써본다. 오늘따라 글씨도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이리도 긴 것을 15분 동안 어찌 요약을 할까? 지금 당장,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솔로몬 성전 건축기간이 왜 7년 6개월이 아니고 6년 6개월인지, 그리고 그 의미가 나의 구원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그들이 감동을 느낄 만큼' 확실히 설명할 수 있는가, 그만큼 외우고 연습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러한 내용을 두 사람 이상에게 제대로 전해본 경험이 실제로 있는지, 그리고 그들과 이에 대해 침 튀기며 논쟁하다 처절히 깨지면서 내가 그저 '대충 아는' 천국 수능 꼴찌 등급에 불과함을 절감했던 적이 있는지, 진지하게 우리들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수능! 앞으로 D-30. 나는 준비된 수험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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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인생의 한 분기점을 넘는다는 것 _ 맹지애 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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