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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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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브랜드의 SNS를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좀 부담스럽지만, 카카오톡을 위시한 여러 SNS가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지대하다. 단순한 문자 메시지, 1:1 대화에서 벗어나 일대다의 전달이나 多對多의 회의까지 실시간으로 가능해졌다. 그뿐인가, 선물도 하고 결제도 하고, 동영상도 보고, 링크된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의 세계로 마구 헤엄쳐 들어갈 수도 있다. 모바일 세계를 일반인에게 그야말로 활짝 열어젖힌 격이다. 

그런데 이 카톡(모든 SNS를 통칭하여 편의상 카톡이라 불러보자)의 활용도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말씀 노트 역시 카톡을 통해 많은 분량이 실시간으로 유통된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예배나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도 설교 내용을 글로나마 접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로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주고받는 동영상 용량의 제한이 없는 특정 SNS(텔레그램 등)로 갑자기 성도님들의 가입이 러시를 이루는 일도 목격된다. 그뿐이랴. 밴드를 통해 중소규모의 모임 공지가 더욱 활발해지기도 하니, 이야말로 SNS를 이용한 선교가 아니런가. 활용층도 단지 젊은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장년층까지도 위에 언급한 기능들을 너무나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고 계시며, 심지어 가정의 대소사도 카톡방을 통해 결정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지난 선거 당시, 예상과 달리 진보진영이 SNS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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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나 모바일을 사용할 때 겪게 되는 다양한 부작용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는 딱 두 가지만 짚어보기로 하자. 첫 번째는 바로 '1'이다. 내가 보낸 카톡 메시지의 '1'이 없어지지 않을 때의 조바심, 초조, 불안, 더 나아가 분노까지... 모두가 느껴본 경험이 있으리라. 카카오톡이 앗아간 일대일 대화의 조급성과 폭력적인 상호 작용기제의 심리적 부작용이라고 이를 수 있겠다.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왜 안 보는 거지, 왜 확인을 안 하는 거지... ' 
그러나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권면하고 서로 사랑해 보았는가 생각해 보면 참 겸연쩍기 그지없다. 기도가 카톡 메시지라면(그냥 비유다), 아버지 하나님은 우리가 카톡을 접속하기 전에 이미 읽으셔서 '1'이 뜰 사이조차 없으리라. 

마지막으로, 카카오톡의 활용을 넘어선 過用이다. 세태가 변하여 남녀 간의 이별도 카카오톡으로, 이혼 통지까지도 카카오톡으로 한다지만 카카오톡으로 전하지 말아야 할 내용은 우리의 상식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경험으로, 카카오톡이 우리 공동체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중립적 단어를 일부러 골라 썼다)을 끼쳤는지 목도하고 있다. 손가락으로 꾹 눌러 전달하는 카톡의 기능이 최근 몇 개월 동안,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잘 쓰인 적이 있었으랴. 참으로 '가상하고', '놀랍고', '은혜로운' 카톡의 사용을 목도한 몇 개월이었지 싶다. 

'1'이 안 없어진다고 안달복달할 필요도 없는 의연한 소통을 해 보자. 공동체의 은혜로운 화합을 가로막는 과용에서 벗어나 보자.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지만, 다시 돌이킬 필요 없는 경험도 있으리라. 자기가 토한 음식에서 뒹구는 어리석음을 짐승만 범하는 것은 아닐 듯하다.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카톡을 쓰지만, 반성할 뿐이다. 기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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