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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아주 오래전 우리 집 거실 장식장에 조그만 사기그릇이 하나 있었다. 도자기라고 하기에는 그 모양이 현대적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벤티 사이즈의 머그잔과 비슷한 형태의 그릇이었다. 보통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이 있는 경우 동양화나 한시 등이 대부분인데, 그 그릇에는 독특하게 영어 문장이 적혀있었다.

Hold me, Mold me, Make me, Fill me

나를 붙드소서.
하나님이 내 삶을 붙드신다니 얼마나 든든한가? 그런데도 우리는 그 좋은 걸 마다하고 내 삶을 내 맘대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라고 한꺼번에 매도해서 외면해버리기엔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대인의 삶속에 포기하기에 힘든 것들이 정말 많다. 하루하루가 비본질적인 욕망의 부산물들을 버리는 연습의 연속이다. ‘이렇게 힘들게 따라가다 보면 주님이 원하시는 어딘가에 도착하겠지.’ 하는 강한 믿음이 필요한 때가 바로 그즈음이다. 그렇게 내 손에 붙들고 있는 것들 버리기에 성공하면 하나님이 나를 붙들어 주신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나를 틀에 녹여 넣으소서.
진흙 한 덩어리를 집어 든 옹기장이는 자신의 계획대로 원하는 모양을 빚어낸다. 다윗은 양이나 치는 양치기가 아니라 일국을 다스릴 왕으로 쓰임 받을 계획이었고, 사도바울은 그저 그런 바리새인 중 한 명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복음을 증거할 사도로서 쓰임 받을 계획이었다. 헌데 진흙 덩어리가 그걸 알 리가 있나.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하니 맡기는 수밖에. 나의 미래를 맡기고 기도하며 걸어가다 보니, 중간에 넘어지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어 뒷걸음질 치기도 했지만 결국은 옹기장이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 있었던 거다.

나를 만드소서.
한 덩어리의 진흙을 옹기장이는 정성껏 빚어낸다. 처음엔 아무도 몰랐던 그릇의 형태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잡혀가더니 어느새 그 아름다운 모양이 완성되어 간다. 진흙 덩어리는 기뻐한다. ‘나도 이제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쓰임받는 아름다운 그릇이 되어가는구나.’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아직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진흙 덩어리는 자신에게 다가올 엄청난 고난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1000도가 넘는 뜨거운 가마에서 두 번이나 구워내는 초벌구이와 재벌구이의 과정이다. 하나님이 나를 들어 사용하신다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더니, 이건 상상도 못했던 고통이 덮쳐올 줄이야. 우리의 삶에 일천도가 넘는 불길이 질병으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로, 좌절로,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를 채우소서.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이 해일 같이 휩쓸고 지나갔다. 옹기장이는 뜨거운 가마 속을 헤치고 나를 찾아서는 붙잡아 일으키신다. 그리고는 네가 잘 참아냈구나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고 닦고 쓰다듬는다. 그리고는 매우 흡족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부르신다. 그리고는 그의 방법대로 내안에 그의 것들을 채우신다. 말씀과 찬양과 감사와 헌신을 채우신다. 이제 드디어 주의 도구가 되었나보다. 그의 뜻대로 쓰임받기를 원했으니 하나님께서 채워주소서.

 

어려서 본 작은 그릇의 문구가 가끔 기억의 수면위로 떠올라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아직도 하나님의 말씀에 붙잡힌바 되지 못하고 반항하고 있는지. 그분이 만들어 놓으신 틀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빠져 나오려 하고 있는지. 일천도 넘는 가마 속에서 버티지 못하고 깨져버리는 건 아닌지. 그분이 나를 채우시려고 하시는데 내안에 다른 것들로 먼저 채워놓은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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