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f12d0d8c7035deea15f8a8aeea56a281_74BvFoWLiwgHDJ.jpg


학교 현장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2차 지필평가(예전에는 기말고사라고 했음)가 곧 시작하고 방학 전까지 각종 행사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3 수험생은 포항 지진으로 인해 늦춰진 수능 일정에 따라 수시를 모두 끝내고 그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수시 기회를 놓친 친구들은 내년 1월 9일 마감하는 정시 지원을 위해 자신의 성적에 유리한 대학을 찾고 또 찾아야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12월은 차분히 한해를 마무리하기엔 부적절해 보인다. 마무리하고 싶어도 마무리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방학은 12월 말에 하거나 1월 초에 하는 학교마저 있어서 연말이라 해도 마무리 분위기를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수능 성적표가 나온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 학생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가시방석일 게다. 목표 달성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지만 공부만 하던 것을 하루아침에 그만 두려니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는 눈치이다. 그래서인지 여학생들은 미용이나 성형에 큰 힘을 쏟기도 한다. 염색을 금지하고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해도 이미 몇몇 학생들은 제멋대로의 길로 들어선지 오래되었다. 수능을 위한 공부만을 해왔기에 수능 문제풀이가 아닌 수업은 기대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해마다 그 주체가 달라서인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도 따라오려 하지 않는다. 각자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뭐라도 시켜야 한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달에 시작하기 좋은 책읽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책읽기의 좋은 점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왜 읽어야하는지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살펴보면 좋겠다.


먼저 왜 읽어야 하냐면 국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에서 국어 시험은 어려웠다는 평가를 들었다. 특히 비문학으로 분류되는 독서영역 지문이 어려웠다. 경제나 기술을 제재로 한 글을 제대로 독해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기성세대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표현으로 바꿔 말하자면 ‘논설문과 설명문’ 유형의 글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다. 제시문이 길고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만점에 가까운 친구들이 여럿 있는 걸 보니, 잘하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게 분명하다. 대부분은 집중력 있게 독해하는 훈련을 그 비결로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생활기록부를 들여다보면 독서량이 꽤 많다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될까? 아마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에 책을 제아무리 많이 읽어도 국어 성적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제대로 읽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제대로 읽는 것’을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깊이 있게 읽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책을 한 번 읽더라도 깊이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깊이 있게 읽는 것은 어떻게 하는 걸까? 아주 쉽다. 손에 형광펜을 쥐고 책을 읽을 때마나 마음에 들어오는 표현들에 밑줄을 그으면 된다. 가끔은 책에 내 생각을 메모하면 더욱 좋다. 필자의견에 공감한다든지, 아니면 어느 부분은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든지 하는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서 책읽기를 마치면 ‘밑줄 치고, 메모한 내용’들을 자신만의 노트에 메모하면서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 된다. 거기에 덧붙여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떤 부분을 수용하여 실천할 것인지를 결정하여 함께 기록하고 실행에 옭기면 된다. 이런 정리된 노트가 늘어날수록 독서 포트폴리오가 강력하게 구축될 것이다. 대입 수시 종합전형에서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면서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 기억나지 않아 억지로 찾아서 구색을 맞추는 일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도 읽을 책은 많다. 성경, 구속사시리즈가 그 대표일 것이다. 하지만 읽는 분량에만 신경 쓰느라 내용을 깊이 있게 되새김하지 못했다면 이런 독서법을 권하고 싶다. 국어교사인 필자도 궁극적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게 바로 성경과 구속사시리즈를 이런 독서법으로 다시 읽는 것이다. 세상의 책들을 다 읽고 성경으로 돌아갈 생각은 안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읽어가면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의 좋은 점 중의 하나가 문어발 식으로 읽을수록 뇌에 자극되는 내용들을 많이 만난다는 점 아니겠는가?


하던 일을 갈무리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좋은 마무리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12월은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참으로 좋은 달인 것 같다.



f12d0d8c7035deea15f8a8aeea56a281_qAh6FFm8jxmTgR9VNYTw.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sort 조회 수
46

#46. 3일마다 가스불에 앉기 _ 지근욱 file

1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 차에서 원로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듣는다. 설교 때마다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몇 가지 비유가 있다. 예전에는 '또 저 말씀하시는구나...' 하며 귓등으로 흘려들었는데, 지금은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아래 말씀은 그중 하나다. "죄...

 
2016-01-16 480
45

#45. 좌충우돌 오류동 정착기 _ 하찬영 file

"쓰레기 봉투가 없네, 마트 좀 다녀올래? 의자 옆에 바지랑 셔츠 다려놓았으니 넥타이랑 챙기고" 그는 그레이 컬러의 수트와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습니다. 마트에 갈 때는 어떤 타이가 어울릴까 잠시 망설이다 결국 그가 가장 아끼는 타이를 집어 듭니다. 시...

 
2016-01-09 660
44

#44. 작심삼일(作心三日) _ 박승현 file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2016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교육생들의 다짐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 금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 - 王(왕) 복근 만들기. 몸은 40이지만 마음...

 
2016-01-03 540
43

#43. 2015년 성탄에는 주 예수님 누울 자리 마련했습니까? _ 박다애 file

성탄절(聖誕節)=12월 25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기념일. 크리스마스는 영어로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의 의미. 'X-MAS'라고 쓰는 것은 그리스어의 그리스도(크리스토스) XPIΣTOΣ의 첫 글자를 이용한 방법이다. 프랑스에서는 노...

 
2015-12-26 645
42

#42. 2015년이라는 길의 끝자락에서 _ 김범열 file

새해가 되면 가장 먼저 새로운 달력을 벽에 걸고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2015년 새 달력을 벽에 걸고 설레던 것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올해의 달력도 12월 마지막 한 장 밖에는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모두 마찬가지인...

 
2015-12-12 507
41

#41. 먹다 _ 원재웅 file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도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기아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최근 우리의 관심은 '배불리' 먹는 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잘 먹는 것이 자랑거리가 되었다. 각종 SNS에 올...

 
2015-12-05 460
40

#40. 당신 생각 _ 강명선 file

당신 생각 가을에는 커피가 더 맛있어진다. 따듯한 커피를 마실 때 그 진향 향기도 함께 마시게 되어 커피의 맛을 두 배로 누리는 기분이다. 여름에 마시는 아이스커피는 목과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는 대신 그 향기는 사라진다. 나름 커피 애호가인 나는 오...

 
2015-11-29 489
39

#39. 인생의 한 분기점을 넘는다는 것 _ 맹지애 file

인생에는 몇 가지 큰 분기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예를 들면 수능, 취업, 결혼 등과 같은 중대한 사건들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비로소 우리는 성장합니...

 
2015-11-22 687
38

#38. 인재의 기준 _ 김태훈 file

"정규직, 주 5일 근무, 4대 보험, 연차휴가" 구직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보았을 채용정보 사이트의 내용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 정도는 일반적인 조건이고 더 괜찮다 싶은 회사는 리스트가 길어진다. 건강검진, 가족보험, 사내 동호회, 회사 ...

 
2015-11-14 468
37

#37.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_ 홍봉준 file

견디어라, 나의 마음아 골리앗을 무찌르고 하루아침에 이스라엘의 영웅이 된 다윗! 그러나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화려한 주단이 아니라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얻었으나 장인의 핍박으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10년간이나 도망자의 신세가 ...

 
2015-11-08 603
36

#36. 바벨 _ 최주영 file

대화를 하다 보면 간혹 상대방이 어떤 의중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느낌으로도 모르겠고, 제스처로도 파악이 안되고, 말로 표현하다 보면 더욱더 아련해집니다. 이는 대화하는 상대방도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자세히 일러주어도 ...

 
2015-10-31 509
35

#35. 가치 _ 홍미례 file

현세는 그야말로 교환가치의 시대입니다. 내가 소유하거나 내가 관계를 맺으려는 물건 혹은 사람이 얼마만 한 교환가치가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지요. 가치를 재는 척도가 그만큼 피상적이고 계산적이며 이기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를테면 ...

 
2015-10-24 466
34

#34. D-30! 이제 겨우 남은 30일 _ 송현석 file

한국의 독특한 교육열과 입시문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속성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천국 입시의 아주 확실한 샘플이기도 하다.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 이 글을 작성하는 '수능 D-30'의 시점에서 이에 대해 ...

 
2015-10-17 530
33

#33. 15분 만에 요리가 안 나오는 이유 _ 지근욱 file

냉장고를 열고 식재료를 고른 후, 15분 만에 뚝딱!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요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요즘 즐겨 본다. 요리를 먹는 스타들은 한입 먹는 순간 신비로운 표정에 '엄지 척'이다. 대부분의 다른 먹방(먹는 방송)과의 차이점이라면 냉장고에 ...

 
2015-10-10 489
32

#32. 한 해의 2/3 분기점을 지나는 천국 가는 나그네길에서 _ 박다애 file

잠잠했던 비염인데 알레르기가 다시 들끓어 올랐다. 가려운 눈을 비비니 열이 나고, 흐르는 콧물을 연신 닦아내느라 코밑이 허는 지경에 이르렀다. 계절이 바뀌거나 기온차가 갑자기 커질 때면 으레 겪는 통과의례 같은 현상이다. 하늘이 높아졌고, 내가 ...

 
2015-10-03 514
31

#31. 카카오톡 잡상 _ 송인호 file

특정 브랜드의 SNS를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이 좀 부담스럽지만, 카카오톡을 위시한 여러 SNS가 우리 삶에 끼친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지대하다. 단순한 문자 메시지, 1:1 대화에서 벗어나 일대다의 전달이나 多對多의 회의까지 실시간으로 가능해졌...

 
2015-09-26 577
30

#30. 포기하면 편해 _ 김범열 file

"아저씨, 아직 멀었어요? 저 늦었는데 내비 찍고 가시죠?" "내가 이 동네 지리는 잘 안다니까. 내비 보다 내가 나아요!" 간혹 택시를 타 보면, 멀쩡하게만 잘 달려있는 내비게이션을 결코 사용하지 않는 기사님들이 있습니다. 운전 경력이 오랜 택시 ...

 
2015-09-18 989
29

#29. 여름의 당부 _ 강명선 file

녀석을 발견한 것은 교회 에담 식당 앞 주차장 부근이었다. 감나무 아래를 지나는데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땅바닥에 굴러떨어져 있던 그 녀석. 그 작고 앙증맞은 녀석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발걸음을 멈췄다.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모르는 그 철...

 
2015-09-06 476
28

#28.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 _ 맹지애 file

헵시바에서의 첫 임원생활이 끝났습니다. 부족한 자녀를 불러주시고, 1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고, ...

 
2015-08-29 564
27

#27. 칭찬과 감사 _ 김태훈 file

이번 달부터 사내 전산망 자유게시판에 '칭찬합시다'라는 방이 새로 개설되었다. 서로 칭찬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회사가 많이 바뀌었다는 성공사례를 들은 한 직원의 제안으로 시작하였는데 심심찮게 칭찬글과 댓글이 달리고 있다. 업무를 잘 처리한...

 
2015-08-22 740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Abraham’s Message]

[구속사소식]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