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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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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적이라고 해봐야 1970년대, 그리 옛날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약이 증상별, 종류별, 메이커별로 다양하지도 흔하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밤에 아이가 아프면 자가용에 태워 가까운 응급실에 가던 시절도 아니다. 열이 오르면 세숫대야를 옆에 두고 밤새 찬 수건을 이마에 반복적으로 올려주셨다. 배탈, 배앓이라도 하면 어머니, 할머니가 손으로 슥슥 배를 훔치듯 문질러 주셨다. 아픈 배는 신기하게 편해졌고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엄마 손이 비단처럼 부드러워서 잠든 것은 아니다. 핸드크림 하나 흔하지 않던 당시 어머니들의 고단한 삶만큼이나 손은 거칠었고, 촉감은 까칠했다.

엄마 손은 왜 약손일까?
부끄럽게도 나는 40 중반을 넘어서는 요즘에야 아이를 양육하면서 조금씩 깨닫는다. 분유 먹이고 등을 토닥거릴 때나, 용변을 며칠 못 보는 아이 배를 쓰다듬으며, 나도 30~40년 전 부모님들처럼 기도한다. 소화도 잘되고, 아프지 않고, 주님 안에서 믿음으로 잘 자라주기를... 물론 병원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약손만 믿는다면 한참 잘못된 일이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무한의 능력을 발휘한다.

몸에 부착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심박수, 혈압, 걸음수, 운동시간까지 실시간으로 체킹되는 현대사회에‘엄마 손은 약손’이야기가 옛날 옛적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첨단 의학이 발달한 요즘,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가 의료계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화두가 되는 것도 역설적이다. 힐링 프로그램, 힐링 전도사, 힐링 강연, 힐링 서적이 넘쳐난다. 그만큼 치료받고 건강한 사람이 많아져야 하건만,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아픈 사람이 많아진다.

대한민국이 아프다. 권력의 문고리를 놓지 않는 욕심, 수십·수백억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돈을 향한 탐심,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명문대 졸업장을 받으려는 명예욕의 중병이다. 이념 대립은 상대방을 할퀴고,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들 마음도 아프다.

예수님은 중앙의 십자가에서 당신을 변호하는 우편 강도, 조롱하는 좌편 강도, 소리치는 군중들까지 생명의 품에 품어 주셨다. 그 측량 못할 예수님 사랑만이 대한민국을 품고 치료할 수 있다. 예수님 치료의 손이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촛불을 든 국민들도, 피켓을 든 시민들도, 갓 쓰고 흰 수염 날리며 호통치는 어르신들도 품어주기를 기도한다. 예수님의 손이 십자가 못 자국으로 거칠지만, 전 인류를 품어주는 뜨거운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옛날 기억 속에 아련히 남아있는 내 아픈 배를 쓰다듬던 엄마의 거친 손이 사랑으로 가득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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