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등록일

2017.05.02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DT5LkAQqcGUDgf9cyZ6PF43qT6fVc5VG.jpg


영화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케빈은 잘 나가는 변호사였습니다. 그의 유능함은 여제자를 성추행한 파렴치한 교사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죄 방면토록 만드는 등, 소송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뉴욕의 대형 로펌으로부터 매우 파격적인 제안을 받고 뉴욕으로 건너갑니다. 그 로펌의 사장은 밀튼, 그는 사실 적그리스도의 현현이었습니다. (여러분 영화입니다) 그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며 전 세계를 장악할 흉계를 꾸미고 있었으며, 엄청난 힘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케빈은 스카우트가 된 후, 명예와 돈과 성공을 위해 양심을 거스르는 변호를 맡아, 맡는 건마다 재판에서 승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성공에는 대가가 따르게 되죠.


재판의 승리 과정은 말할 것도 없이, 그 성공을 향유하는 대가로 돈과 여자에 매몰되면서, 가정과 인륜과 도덕과 자기 자신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밀튼은 절대 ‘강요’하지 않습니다. 명예와 돈과 허영, 모든 것을 케빈으로 하여금 선택하게 합니다. “내가 언제 그렇게 하라고 했니? 네가 다 선택해 놓고선” 악마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다만, 인간으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이 붙여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Devil’s Advocate 입니다. (원래 이 용어는 카톨릭에서 *시성을 할 때, 의도적으로 문제점을 끈질기게 여러 각도에서 지적하게 함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데 결과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는 사람을 일컫는 표현이라고 합니다만)

*시성(죽은 자들의 탁월한 신앙과 성덕을 기리기 위해 카톨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


이 영화에서는 성공으로 달려가는 듯하나, 결국 파괴되는 더 소중한 가치들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영화에서는 가정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행복해야 하는데 행복하지 않아요. 무슨 시험 같아요. 모든 게 시험 같다고요.” 악마가 인간으로 하여금 선택하게 한다는 점, 시험을 준다는 점이 무언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풍경 같지 않습니까.


이 영화의 결말은, 케빈이 충격적인 자신의 과거 (그는 밀튼이 어머니를 범하여 낳게 된 자식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영화입니다 영화)를 알게 되고, 자신이 세상을 정복하는 적그리스도의 흉계를 수행하는 후계자로 지목됨을 알게 되고, 자신을 희생하여 이를 막음으로 이 계략을 무산시키며 끝나는 듯합니다.. 하지만, 깨어보니 꿈이었다는 반전이 발생합니다. 허탈하죠. 끝이 아닙니다. 케빈은 무엇인가 깨닫고 변호사 직이 박탈되는 위협을 무릅쓰고 제자를 성추행한 교사를 변호하지 않고 오히려 비밀을 폭로하여 의도적으로 패소합니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 화장실에 들어간 케빈에게 기자가 접근합니다.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리셨습니까, 취재하고 싶습니다. 벅찬 마음에 케빈은 인터뷰 약속을 잡고 떠나는데, 그 기자의 얼굴이 바로 밀튼의 얼굴로 바뀌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집요한 사단은 인간의 약점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교회 일을 한다 하면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자신의 소신이라고 주장하기는 쉽지만, 정말 구속사 뜻을 위한 일인지,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는 일인지,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 -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영어로는 the boastful pride of life 이더군요)을 도모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새삼 저 스스로 반성해 보게 됩니다.



95c2b5acfa5637bf80981beefe30d17c_JNf1dwkcDIQH.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106

#144. +1_ 홍명진 file

1을 더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수 계산에서의 1을 더하는 것 말고도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오려면 24시간이 필요하고,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려면 3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고,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오는데도 12...

 
2018-01-24 524
105

#84. 회고록 _ 송인호 file

회고록의 뜻이 궁금하여 검색해 보았다. 사전적 의미로는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전적 의미에 앞서 파워링크라고 나오는 수많은 회고록 대행업체(작가)들의 명단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쓰...

 
2016-10-23 526
104

#104. 하나님의 계획을 기대하는 사람 _ 박남선 file

얼어붙었던 하늘과 땅이 어느새 온기를 만나 봄의 길과 마주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삶도 항상 따뜻한 날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혹한의 겨울을, 서늘한 가을을 또 뜨거운 여름과 온화한 봄을 느끼곤 합니다. 통상 우리...

 
2017-03-15 526
103

#96. 유난스런 고민 끝내고 오로지 전진만 _ 정유진 file

처음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항상 두려움 반 설렘 반입니다. ‘처음’이라는 그 공간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압축된 곳이 또 있을까싶습니다. 시작할 때의 포부와 앞날을 기대하는 마음, 잘 해보겠다는 다짐과 단단한 의지가 담긴 초심만으로 훗날 ...

 
2017-01-21 528
102

#34. D-30! 이제 겨우 남은 30일 _ 송현석 file

한국의 독특한 교육열과 입시문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지 않는 속성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천국 입시의 아주 확실한 샘플이기도 하다. 강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를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 이 글을 작성하는 '수능 D-30'의 시점에서 이에 대해 ...

 
2015-10-17 530
101

#150. 부끄럽지 않은 등재 file

어느 날 갑자기 영문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Congratulations on Your Acceptance into Who's Who in the World'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마르퀴즈 후즈 후’라는 곳인데, 나를 2018년도 인명사전에 등재하고자 노미네이트 했고 인명사전에 올리기 전...

 
2018-02-14 531
100

#82. 은혜와 율법주의 _ 김형주 file

이상한 일이 있습니다. 집에 가전제품이 저절로 작동하는가 하면, 사람도 없는 엘리베이터가 층층마다 멈추면서 문이 열리고 닫히기를 계속합니다. 이런 진풍경이 꼬박 일주일에 한 번씩 하루 동안 세계 곳곳에서 목격됩니다. 얼핏 들으면 괴담에나...

 
2016-10-09 532
99

#128.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합니다 _ 홍명진 file

일본의 소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코끼리 공장의 해피앤드] 1995년판이 집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누렇다 못해 아주 진한 갈색 페이지들과 광택은 이미 온데간데없는 탁한 표지였다. 책을 펼치면 딱 '오래된' 종...

 
2017-09-11 533
98

#98. 소통하는 삶 _ 김신웅 file

2017년, 한 해를 새롭게 맞이했다. 회사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익명 게시판을 오픈했다. 한두 사람 용기 내서 말을 꺼내 놓더니, 이제는 제법 탄력이 붙어 거침이 없다. 내용을 읽어보니, 올해는...

 
2017-02-02 534
97

#44. 작심삼일(作心三日) _ 박승현 file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며 자책도 하고, 2016년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교육생들의 다짐은 대개 이런 것들이다. - 금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선물. - 王(왕) 복근 만들기. 몸은 40이지만 마음...

 
2016-01-03 539
96

#120. 아직도 꿈이 뭐냐고 묻는 당신에게 _ 강명선 file

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

 
2017-07-05 543
95

#132. 다음주에 또 보자 _ 이장식 file

어느덧 하늘은 높아지고 시원해진 가을바람이 분다. 그루터기 쉼터 앞 벤치에 앉아 문득 파란 가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눈길을 끄는 감나무가 있었다. 감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꽃이 피더니 이렇게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구나. 그 과...

 
2017-10-10 544
94

#91. 너무 어려웠던 범사의 감사 _ 김진영 file

 감사는 사전적으로는 ‘①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②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신앙생활에서는 하나님께 드리는 헌금, 봉사, 찬양 등 다양한 행위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런데 평강제일교회는 다른 어떤 교...

 
2016-12-15 545
93

#23. 위인전(偉人傳) _ 송현석 file

요즘은 나름 착하게 살아봐야겠노라 스스로 다짐하면서, 누렇게 색이 변하기 시작한 옛날 말씀 노트를 자주 뒤적이게 된다. 이것 또한 작은 습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니, 괜히 작은 뿌듯함의 스타카토 화음이 귓가에 자주 울린다. 사실 우리가 '빛바랜 ...

 
2015-07-18 548
92

#13. 불멸 _ 최주영 file

5월입니다. 영어 이름인 ‘May’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농부의 수호신, 봄과 성장의 신, 모든 식물의 성장을 담당하는 여신 마이아(Maia)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피천득은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했습니다. 괴...

 
2015-05-09 549
91

#68. 살아있는 그를 만나는 방법 _ 홍미례 file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합니다. 중학생 때 TV를 통해 ‘죄와 벌’이라는 흑백영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저는 그를 ‘도선생’이라고 부릅니다. 100년도 훨씬 전인 사람, 눈빛 한 번 교환해보지 못한 사람을 지금도 좋아하는 것은 그가 기...

 
2016-06-26 549
90

#146. 하나님의 나라 file

“2018년은 별로예요. 왜냐하면 18이 있잖아요.” 새 해 첫 어린이예배에 참가한 꼬마가 선생님에게 한 말이었다. 지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럴 수 있겠다. 다른 사람들도 올 한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다들 같은 핑계를 대겠구나. 나 역시 17이...

 
2018-01-30 552
89

#18. 유작(遺作) _ 원재웅 file

1. 1685년 독일 중부 아이제나흐에 사는 요한 암브로지우스의 집안에 여덟 번째 아들이 태어난다. 아버지 요한은 거리의 악사였기에 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음악을 배우며 자라난다. 아홉 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가난한 큰형의 집에 얹혀살며 음악 공부...

 
2015-06-13 553
88

#58.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_ 박승현 file

 모든 일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바둑에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고 ...

 
2016-04-17 557
87

#28. 끝이 곧 시작이라는 말 _ 맹지애 file

헵시바에서의 첫 임원생활이 끝났습니다. 부족한 자녀를 불러주시고, 1년 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을 허락해주신 하나님 아버지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고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고, ...

 
2015-08-29 563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