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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물었다. 20대 초반에 만나 연애하고 결혼한 기간이 20년이 넘은 시점에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내 꿈이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하고 싶어서 던진 떡밥 같은 질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먹고살기 힘들고 근심되는 나이에, 꿈을 자랑하고 싶은 남편이 신선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아무튼, 꿈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남편은 어려서부터 중학교 야구부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꾸다, 고등학교 때는 미술, 그러다 군악대를 거쳐 홍대 밴드의 베이스기타리스트가 되었을 때 나를 만났다. 그 후 음악을 그만두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낚시에 푹 빠져서는 자신은 나중에 어부가 되겠다고 하더니, 배를 사겠다고 해서 내 입이 벌어지게 했다. 나는 생선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데, 우리 집 냉동실에는 서해에서 잡은 자연산 우럭, 주꾸미, 여수 앞바다까지 가서 잡은 문어들이 문을 열 때마다 굴러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기타를 구매하고 앰프까지 사서 집에 두고는 거실에서 똑같은 곡을 계속 딩가딩가 거린다. 밴드가 필요 없이 혼자서 하는 기타 곡이라는데 일 년 후 거리에서 공연하는 버스킹도 하겠다고 한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될 것이다. 퇴근 후 집에만 오면, 기타를 잡고 음악 같은데 아직 음악 같지 않은 음악을 연주하는 남편. 새로운 꿈 덕분에 즐겁게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다 우리 집에 기타가 세 대가 되던 날. 그는 새로운 꿈 선포식을 하기 위해 나에게 너는 꿈이 뭐냐고 질문을 던졌다. 너는 꿈이 뭐냐고.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대답해줬다. “음..... 좋은 아내와 좋은 엄마가 되는 거.” 남편이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현모양처가 되어 보고는 싶은데, 그게 쉽지 않을 거 같기는 했다. 나의 대답이 허술한지,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새로운 꿈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의 자랑이 1절. 2절. 3절. 4절 계속되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나는 진짜 뭐가 되고 싶은지 생각을 했다. 나는 별로 이제는 되고 싶은 게 없는데. 근데 뭔가가 되어야 그게 꿈인가?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것은 있지만, 내가 이 나이에 꼭 되고 싶거나 해내고 말겠다는 꿈은 없었다. 어느 정도 하고 싶고, 궁금했던 일들은 이미 호기심이라는 달란트로 많이 경험해본 것 같다.

  

그 답을 몇 주간 곰곰 생각했다. 바로 지금 이 순간까지.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이제는 내 꿈 말고, 하나님의 꿈을 이루어 드리고 싶다. 내 꿈보다 더 근사하고 완벽하고 선하신, 아버지의 꿈을 이루어 드리고 싶다. 그러면 나를 향하신 아버지의 꿈이 뭘까? 아버지는 나에게 어떤 소망을 두고 계실까? 성도는 80세도 청춘이라고 하셨으니, 앞으로 내 눈은 더 침침해지고, 모리아 계단을 오르며 더 헉헉거리겠지만, 아버지는 나를 향한 당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으실 것이다.

  

내가 작정하고 계획해서 사는 하루보다, 당신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지는 하루를 살게 도와달라는 기도가 나온다. 갑자기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라고 하신 주님의 기도가 떠오른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아버지를 온전히 신뢰하셨구나. 온전히 아버지를 의지하셨구나.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나의 삶이 참으로 보잘 것 없어서 나 스스로 보기에도 한심하고 답답하지만, 나는 나의 삶이 아버지의 꿈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는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답해본다.

당신의 구속사를 전하는 사람. 당신이 보내주시는 열방의 가족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사람. 당신의 행하신 일들과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리고 당신이 약속하신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서 당신이 입혀주신 흰옷을 입고, 아버지에게 인사드리러 가고 싶다고. 아담 할아버지도 만나고 에스겔 성전도 구경하고, 다시 둘러앉아서 끝내지 못한 구속사 공부도 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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