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6

untitled.png


유독 우리에게 친숙한 '70'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오는 광복절이다. 정부는 하루 전날을 임시 공휴일로까지 지정하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국가적인 도약의 계기로 삼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광복 후 걸어온 70년의 발자취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놀랍고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의 도약! 그것도 분단의 아픔을 딛고 일궈낸 성과라는 측면에서 더욱 뜻깊다.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도약한 유일한 나라' 등 해방 후 70년간 걸어온 대한민국의 발자취는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을 해도 전혀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인류 역사상 이와 유사한 성과를 보인 나라는 이스라엘 외에는 없어 보인다. 400년간의 애굽 생활을 제외하고라도 이스라엘은 기원전 586년에 바빌로니아 제국의 느부갓네살 왕에게 패하여 포로로 끌려간 지 70년 만에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의 칙령으로 인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해방 후 우리나라처럼 바로 주권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고국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꿈만 같은 일이었다. 36년간의 압제 후 지금까지도 그 잔재가 남아있는 작금의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두 세대가 넘는 70년 동안의 포로생활은 민족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지우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바로 그래서였겠지만 포로 귀환 세대의 지도자들은 무너진 민족성과 역사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였다. 1차 포로 귀환기의 지도자인 스룹바벨과 여호수아가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성전 건축이었다. 도중에 16년간이나 중단되는 아픔도 있었지만 학개나 스가랴 선지자 등의 메시지를 통해 돌이킨 이스라엘 백성들은 합심하여 4년 5개월 만에 성전 건축의 과업을 완수할 수 있었다. 뒤이은 2차 포로기의 지도자였던 에스라는 제사장과 레위인 등 성전 사역자들을 중심으로 귀환하여 성전의 기능인 예배의 회복에 주력하였다. 끝으로 3차 귀환의 지도자인 느헤미야는 무너진 성벽을 52일 만에 재건하고 학사 에스라와 함께 종교개혁에 박차를 가하였다. 그리하여 초막절을 지키는 등 하나님께 예배하는 민족으로서 이스라엘의 정체성과 역사적 발자취를 다시 잇는 데 성공하였다. 


당시 이스라엘의 종교개혁은 두 가지 핵심적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첫째는 절기의 회복과 말씀의 강론이었고, 둘째는 이방 여자와 통혼한 가정의 회복이었다. 특히 두 번째 개혁 정책은 이미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실행하기 매우 어려운 사안이었을 것이다. 현재의 관점에서는 '강제 이혼 정책'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매우 비인격적인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로 귀환기의 지도자들이 이러한 고육책을 밀어붙인 것은 하나님의 선민으로서의 성결성을 회복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는 것이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ezra-reads-the-law.jpg


해방 후 우리나라도 즉시 주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남과 북이 각각 미국과 소련으로 분정(分政) 된 상태에서 3년의 시간이 흘러서야 주권국가를 수립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잡기 위해 소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였지만 친일파의 저항과 반공세력으로 친일파를 등용한 미 군정과 이승만 정권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와해되고 말았다. 그 결과, 한국의 경제발전과 부흥의 이면에 친일세력이 여전히 기득권 세력으로 득세하게 되는 아픔이 현존하게 된 것이다. 600억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친 우당 이회영 선생의 일가 등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조국 독립에 헌신했던 집안의 상당수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부끄러운 현실 속에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반면, 매국노의 후손들은 엄청난 부동산과 재산으로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만약 스룹바벨이나 에스라, 느헤미야 등이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건국 수립을 진두지휘했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어찌 되었을까?


그들은 무엇보다도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고 정체성과 역사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였을 것이다. 이방 여인과 통혼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이혼을 강제할 정도로 강경한 개혁 정책을 추진한 것을 볼 때, 건국 이후 짧은 시간 안에 민족정기를 바로잡고 경제부흥뿐 아니라 삶의 방향, 민족의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다져놓았을 것이다. 그들의 개혁이 성전 건축과 성벽 재건 등 외형적 성과를 가져온 게 사실이지만 정작 그들의 초점은 영적 부흥운동에 맞춰져있었다. 말씀의 강론과 절기의 준수,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의 회복이 포로 귀환기 개혁 운동의 핵심이었다. 그 정신이 회복되지 않고서는 어떤 부흥도, 어떤 열매도 모래 위에 세운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광복 70년의 대한민국. 외형적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고도성장과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방향과 내용이 과연 올바른가 할 때 고개를 젓는 사람은 꽤 되는 것 같다. 배부른 돼지보다 차라리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원하는 것이 사람이듯, 광복 70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70년 만에 해방을 맞이한 이스라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참된 부흥이 무엇인지,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호의 방향이 무엇인지 성경에서 답을 찾고 하나님께 묻는 영적 지혜가 필요할 때다. 


49d996ecc366a852641620449aa999c2.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sort
26

#66.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의 의미 _ 김정규 file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 개척교회가 되었든 대형교회가 되었든 교회마다 성경 구절을 기록한 현판이나 문패, 또는 걸개 형식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아직도 회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님...

 
2016-06-12 1142
25

#162. '인내(忍耐)'를 가르칩시다. file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는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한 채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 놓고 교사더러 인성교육을 기대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배움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아이들이 넘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

 
2018-07-02 1195
24

#157. 갑(甲)질의 역사 file

“또 그랬네, 그거 집안 내력(DNA)인가 봐.” 한진그룹 세 자녀들의 갑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파장이 컸다. 최근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가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대행사 직원에게 고성과 함께 물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04-28 1222
23

#166. 신앙의 피드백 file

필자가 회사에서 연구하며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회로는 위상고정루프(Phase-locked loop)라는 것인데, 이는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회로이다. 10년간 연구하다 보면 끝을 볼 법도 하겠지만, 이 주제...

 
2018-08-25 1224
22

#164. 먹고 사는 문제 file

다행히 사오정(45세 정년)은 넘겼지만, 오륙도(56세에 현역이면 도둑놈) 고개는 무사히 넘어갈지 걱정되는 요즘이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다니고 있지만, 평범한 중소기업이라 더 그렇다. 정년보장 철밥통, 강성노조가 근로자편에서 투쟁하는 회사, 처우는 좋...

 
2018-07-21 1230
21

#11. 동행(同行), 그 마지막 모퉁이를 돌며 _ 송현석 file

굳어져버린 발뒤꿈치의 살이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속 피가 굳어지니 이내 검게 썩은 듯한 갈라진 자국으로 변한다. 사뭇 놀랐으나, 검은 양말의 솜털이 갈라진 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을 알아챈 후 애써 위안덩이로 삼는다. 얼마 전까지 그래...

 
2015-04-25 1248
20

#163. 추가시간 6분까지 ‘전력 믿음!’ file

‘역시 끝까지 가봐야 아는구나!’ 입을 벌리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이 피파랭킹 1위 독일을 2대 0으로 격파했던 그 때 말이다. 전반전에 실점하지 않은 것도 대단히 큰 성과라 생각했다. 독일에 승리할 확률 5%, ...

 
2018-07-07 1268
19

#62. 이순신 장군도 천국에 갔을까? _ 김진영 file

※본 글은 특정인에 대해 모욕 또는 명예훼손 할 목적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2016년이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고, 어느덧 평강제일교회에는 전도의 달이 찾아왔다. 매년 찾아오는 전도의 달이지만, 올해는 교회적으로 많...

 
2016-05-15 1286
18

#153. 하늘에 펼쳐진 약속 file

“주님께 나아가네 진실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모두 드러나네 마음의 소원들이 나의 뜻과 다르네 주님의 생각하심은 드넓은 광야로 인도하네 새로운 길 여시네 두려움 속에 한걸음 딛네 담대함 주시는 하나님 강한 손으로 주 날 붙드네 ...

 
2018-03-17 1300
17

#165. 방법의 차이, 고난 혹은 축복 file

우리 다같이 BC 1446년으로 돌아가 봅시다. 요즘과 같은 폭염 속에 햇볕은 내리쬐고 모래먼지는 이는데, 부모며 자식이며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오래 살던 땅을 벗어나 이전에 사용했던 냉장고며, 전기밥솥이며, 옷과 책들을 가방에 넣고 수레를 끌며 사막 길...

 
2018-07-28 1310
16

#50. 교회가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하는 이유 _ 김정규 file

아름다운 성가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 “오셔서 들어보세요. 정말 힐링이 됩니다. 골치 아픈 일도 사라집니다. 꼭 오세요. 안 오시면 1년 동안 후회할 연주예요.” 얼마 전 CTS홀에서 연주회를 펼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공연 시작 전까지...

 
2016-02-13 1374
15

#161.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file

“너는 성경이 왜 좋니?” 뜬금없는 질문에 저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얼버무리며 상황을 넘겼습니다. ‘도대체 성경이 왜 좋으냐?’는 오래전 그 날 뜬금없었던 그 질문은 여태껏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던, 따라서 확신을 ...

 
2018-06-23 1396
14

# 171. 누구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 file

- 본 글은, 원어해석, 영해, 신학적 분석이 절대 아니며, 개인적인 에세이임을 밝힙니다 - 원로목사님께서 평소 설교 중, '어떤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롬 8:35-39)'는 성경구절을 인용하시곤 ...

 
2018-10-13 1428
13

# 170. 북한에 대한 생각 file

대통령 탄핵된 시기부터였을까, 나라에 대한 걱정이 멈추질 않는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백두산을 등정하는 장면이 매체를 통해 전해지며, 남북한의 관계가 급격하게 좋아지고 머지않아 평화가 찾아올 ...

 
2018-10-06 1437
12

#169. 선교(宣敎, mission) file

선교(宣敎, mission) : 종교를 선전하여 널리 폄 '전도'와 비슷한 의미로, 주로 전도는 같은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이지만, 선교는 다른 언어/문화의 사람들에게 종교를 전파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올해만큼 이 '선교'라는...

 
2018-09-22 1477
11

#158.염려가 위로가 되고 file

‘파라칼레오’는 히브리어로 ‘위로’라는 단어이다, ‘곁에서 이름을 부르다’라는 뜻이고, 애통하는 자는 하나님께서 위로를 해주시는 복을 받을 수 있다. 문득, ‘위로’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졌다.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

 
2018-05-12 1560
10

#168. 信者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file

사도바울은 내적투쟁에 대하여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해 주고 있는 위대한 신앙의 인물입니다. 로마서 7장을 통해 믿는 자의 내적 투쟁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고 로마서7:24“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

 
2018-09-17 1613
9

#159. 천천만만 당신의 매력 file

참 이상한 사람이다. 당신은 한 명인데 당신에게 매료된 사람이 천천만만이다. 당신을 직접 만나본 사람도 당신의 글만 읽은 사람도 당신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모두 당신에게 매료된다. 당신의 외모는 접근하기 쉬운 인상도 아니었고, 당신의 목소...

 
2018-05-26 1713
8

#117. 다시 꺼내 든 근현대사 책 _ 정유진 file

교회를 들어서는 순간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크게 들어온 건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였다. ‘6월 애국의 달’ 나는 나라사랑을 위해 무얼했던가! 한동안 시끄러운 나라일에 흥분하며 비판하다가, 요즘엔 아예 한발 물러서서 강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한 상태다...

 
2017-06-12 1813
7

#80. 시간의 가치 _ 홍봉준 file

 모든 물건은 만들어져 포장을 뜯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른바 중고품이 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다. 백화점에 진열된 처음 제품이 100만원이라면, 계절이 가도 팔리지 않은 옷은 다음 2차 시장인 마트나 할인점에서 40~5...

 
2016-09-26 1862
PYUNGKANG NEWS
교회일정표
2024 . 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찬양 HYMNS OF PRAISE
영상 PYUNGKANG MOVIE
152-896 서울시 구로구 오류로 8라길 50 평강제일교회 TEL.02.2625.1441
Copyright ⓒ2001-2015 pyungkang.com. All rights reserved. Pyungkang Cheil Presbyterian Church